“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亡羊補牢).”라는 우리나라 속담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속담이다.
알면서도 누구나 겪었을 법 직한 속담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상 이런 일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하면 서양에도
“Lock the bam(stable) door after the horse is stolen.”
이라는 같은 속담이 있을까? 서양에서는 ‘말’로 표현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로 표현했다.
전근대 사회에서 둘 다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외양간 관리를 허투루 생각했던 농부가 귀중한 재산인 소를 잃고 후회하며 외양간을 고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고쳐봤자 잃어버린 소가 돌아올 리 있겠는가?
그러니 평소에 문단속을 잘하라는 이야기이다.
최근, 우리 집도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쳤다.
CCTV를 달았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사방팔방...
설치 후 화면을 보니, 제아무리 첨단의 도둑이라도 들어오지 못할 것 같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소를 잃은 걸...
IMF 때도 내놓지 않았던 30년 묵은 결혼 금붙이와 재래시장에서 쓰려고 두었던 현금과 상품권 몽땅 다 털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따로 따로 보관해 두었던 물건을 어찌 정확히 알고 가져갔는지, "도둑은 도둑이다"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신고를 했다.
정복을 입은 경관님 두 분이 왔다 갔고 조금 있다가 과학수사대 수사관이라고 하시는 분이 왔다 갔다.
경관님이 하시는 말씀이
“야하! 여기 굉장히 외진데요? 순찰 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곳이네요.”
라며 덧붙인 말이 더 맥 빠진다.
“여기는 첨단 시스템이 있었어도 업체가 도착하기도 전에 털고 떠났을 것 같은데... 외져서”
라고...
위로 좀 받으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니,
도둑맞은 게 자랑이라도 되듯이 너도나도 도둑맞았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아예 자물쇠를 자르고 들어와서 신혼 패물을 털어 갔다는 둥...
아파트 2층에 살았는데 뒤 베란다로 들어와 아이들 돌 반지를 다 털어 갔다는 둥...
털어 갈 게 없어서 도둑님이 '쉬~'만 하고 갔다는 둥...
"참 나! 나보다 더 털린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원!"
지인들도 경찰에 신고는 했단다.
도둑을 잡지는 못했고, 약간의 위로는 되었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단다.
나도 쓰린 가슴 부여 잡고
경찰님들이 왔다 간 뒤로 약간 안심이 된 것과,
외양간 고친 것으로
‘사건’ 종결지으려 한다.
사진: ⓒ (주)천재교육 |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