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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숙 Nov 09. 2020

소 잃고 외양간 고치다

CCTV를 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亡羊補牢).”라는 우리나라 속담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속담이다.

알면서도 누구나 겪었을 법 직한 속담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상 이런 일들 얼마나 비일비재하면 서양에도

“Lock the bam(stable) door after the horse is stolen.”

라는 같은 속담이 있을까? 서양에서는 ‘말’로 표현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로 표현했다.

전근대 사회에서 둘 다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계수단’이었다.

외양간 관리를 허투루 생각했던 농부가 귀중한 재산인 소를 잃고 후회하며 외양간을 고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고쳐봤자 잃어버린 소가 돌아올 리 있겠는가?

그러니 평소에 문단속을 잘하라는 이야기이다.


최근, 우리 집도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쳤다.

CCTV를 달았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사방팔방...

설치 후 화면을 보니, 제아무리 첨단의 도둑이라도 들어오지 못할 것 같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소를 잃은 걸...    


IMF 때도 내놓지 않았던 30년 묵은 결혼 금붙이와 재래시장에서 쓰려고 두었던 현금과 상품권 몽땅 다 털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따로 따로 보관해 두었던 물건을  어찌 정확히 알고 가져갔는지, "도둑은 도둑이다"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신고를 했다.

정복을 입은 경관님 두 분이 왔다 갔고 조금 있다가 과학수사대 수사관이라고 하시는 분이 왔다 갔다.

경관님이 하시는 말씀이

“야하! 여기 굉장히 외진데요? 순찰 와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곳이네요.”

라며 덧붙인 말이 더 맥 빠진다.

“여기는 첨단 시스템이 있었어도 업체가 도착하기도 전에 털고 떠났을 것 같은데... 외져서”

라고...      


위로 좀 받으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니,

도둑맞은 게 자랑이라도 되듯이 너도나도 도둑맞았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아예 자물쇠를 자르고 들어와서 신혼 패물을 털어 갔다는 둥...

아파트 2층에 살았는데 뒤 베란다로 들어와 아이들 돌 반지를 다 털어 갔다는 둥...

털어 갈 게 없어서 도둑님이 '쉬~'하고 갔다는 둥...


"참 나! 나보다 더 털린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원!"

 

지인들도 경찰에 신고는 했단다.

도둑을 잡지는 못했고, 약간의 위로는 되었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단다.


나도 쓰린 가슴 부여 잡고

경찰님들이 왔다 간 뒤로 약간 안심이 된 것과,

외양간 고친 것으로

‘사건’ 종결지으려 한다.


  


사진: ⓒ (주)천재교육 | BY-NC-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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