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확실히 번아웃이 찾아오긴 한다. 당시에는 마음은 조급하기에 초조하게 보내긴 하지만 실은 하루 이틀정도의 시간은 여유를 가져도 될만한 상황인데,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의 상태에서는 실은 어떤 상황에도 여유가 있다. 나이대에 비해 쌓은 건 많지 않지만 이뤄놓은 성취는 많은 상태이기에 다른데 둘러볼 여유가 있고, 매일 쓰던 일기를 다시금 읽으며 오늘 하루를 반추하는 지금이 시간도 쌓아갈 수 있으니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이날의 나에게도 감사하다.
2020년 9월 27일
이제 머릿속이 하얗다. 시험의 모범답안을 결국 봐버렸고 실망을 해버렸다.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 정확한 답을 짚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 여하튼 오두방정은 사고를 치게 된다. 더 큰 방정을 치기 이전에 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아보카도와 얘기했던 것처럼 올해 시험은 그저 경험에 만족하는 것으로 어제의 하루를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 분명 어제 나는 충분히 노력했고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상의 가치로 시험에 임했다. 나의 삶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싶고 그렇게 여긴다. 이제는 조금씩 더 연마해나가 나의 삶의 원동력으로써 이 기운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분명 난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스스로 해낸 이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감사한마음을 가지며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2020년 9월 28일
이제 내일이 되면 9월의 마지막이고 연휴가 시작이 된다. 9월의 시간이 상당히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다가오는 10월의 시간이 상당히 기대가 되며 비록 모범답안의 영역엔 많이 벗어났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문제풀이에 대한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시간들이 되어가고 있으니 마냥 손해 보는 시간이 아닐뿐더러 하나라도 합격을 한다면 정말 대박인 상황이다. 시험 이후의 대부분의 업무는 상당히 나태했다.
모범답안과 모범적이지 않은 나의 답
모범답안을 바라봤을 때의 나의 세계는 마치 월요일에 사둔 로또의 결과를 확인하는 토요일 밤의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로또가 되면 서울에 집을 사려했는데, 역시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모범답안을 바라보고 여러 경우의 수를 세어보면서 합격이라는 구멍에 맞추려 이렇게 저렇게 돌려보던 나의 답안이 안 맞아떨어지는 것을 처음 느낀 때이다. 그래도 훗날의 기쁨을 위해 이 정도의 상실감은 필요했을 것이고, 조금 더 일찍 준비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줬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기를 통해 나 스스로에게 힘을 주려 노력했던 당시의 기록이 그 상실감을 반추하게 해 준다.
2020년 9월 29일
명절 보너스를 100% 보너스로 받게 되었다. 월급에 별도 보너스를 받게 되니가 확실히 이제 가벼운 대출도 다 갚게 되었고 진짜 학자금대출을 다 갚게 되었다. 이제부터 쌓이는 금액들을 조금 더 모아서 적금도들것이고 약간의 재무 포트폴리오도 꾸려나가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돈을 모으고 건축사시험에 집중해서 빨리 시험도 해치우고 스스로에게 좋은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아보카도와 오래간만에 산책도 하고 이제 조금씩 더 나아져가는 내가 되어감에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향하면 될 것 같다. 진심으로 이제 이번시험의 결과기 이제 앞으로 1년, 2년간의 방향성을 알려줄 것이다.
명절보너스
아뜰리에 사무실을 다니면서 여러 번 명절보너스를 받긴 했지만 이때는 100%의 월급을 받았었나 보다. 학자금대출을 다 갚기 위해 소소하게 받아놓았던 대출(지금생각하면 왜 그렇게 했을까 싶긴 한데)을 마저 갚으며 마지막으로 대출을 갚고 이제부터 쌓아가는 기틀을 잡으려 했나 보다. 이때도 나름 재무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식차트에 도파민매매를 했고, 결국 수익은 못 봤던 것 같다. 그래도 이때의 경험이 연습이 되어서 후에 큰돈을 잃을 일에 대해 경계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는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잘 운영해나가고 있다. 모쪼록 여러 공부보다 실제로 돈을 잃어보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 명절보너스를 남겨서 투자하지 않고, 대출금 갚는 데 사용한 게 오히려 다행이다.
2020년 9월 30일
명절휴가의 첫날이었다. 쉬는 동안 건축사문제를 한 번이라도 풀려면 읽고 있던 책은 다 읽어야 하는데 조금 난해한 문체에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 오늘하루가 너무도 휴식이었다. 계속 쉬었고 너무 쉬었다.
명절의 첫날은 휴식
9월의 마지막은 명절의 첫날이었다. 공부중일 때 명절에는 보통 시험공부를 했었다는 나의 생각은 미화된 기억이었나 보다. 첫날부터 휴식이라 하는 게 뭔가 쎄한느낌이 든다. K드라마의 마지막처럼 다음 일기가 기대가 되는 타이밍에 이번 9월의 마지막 일기가 정리된다. 아마 읽고 있던 책은 짜라투스트라 책일 것이고, 그 책을 과연 당시에 어떻게 끝까지 읽어냈을지 궁금하다. (포기했으면 기록이 없겠지만) 첫날은 휴식이었을지, 첫날부터 휴식이었을지, 다음 일기가 기대가 된다.
잊고 있던 기억들
모범답안을 마주하기 전과 후의 나
두둑한 명절 보너스의 느낌
얇은 지갑으로 소소하게 고민하던 재무포트폴리오
명절의 첫날은 휴식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