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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Oct 27. 2024

08_9월 네 토막(2020)

시험 일주일 전의 마음가짐

매일이 시험 일주일 전이라면

시험을 앞둔 일주일은 뭔가 마지막이니까, 끝이 보이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오늘을 살아갈 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생각할 때가 있다. 다만 그 마음을 접게 되는 이유는 결국 나의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고 일주일 뒤에 끝나지 않는 일들이라면 늘어지게 될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게 납기가 있고, 이것을 끝내는 시간의 한계가 있어야 그 극단에 닿기까지 열심히 하는 집중력이 생긴다. 그 까닭은 그것을 마치고 하루라도 쉬는 날이 남아있을 경우이기에, 매일 반복할 순 없을 것이다.

2020년 9월 20일
아보카도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다 본 하루이다. 이제 우리가 다음으로 봐야 할 새로운 드라마를 찾아 나서야 할 때가 다가온다. 저녁은 알리오올리오를 먹었고 역시 예전만큼 맛이 괜찮았다. 이곳에서의 안주들도 그래도 집 근처에서 먹는 대부분의 음식에 비해 상당히 만족감도 있고 먹음직스럽다. 비밀의 숲은 벌써 12화째 진행되고 있는데 언제쯤 끝날까 두려움이 있다. 빨리 서동재가 구출되어야 할 텐데...

알리오올리오의 식감의 다양성

식감의 다양성, 이븐 하게 익은 채소의 익힘 정도. 요즘 흥행하는 흑백요리사에 나온 몇 가지 짤들에 알리오올리오를 잘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맛이 어떨까 생각해 보면서 먼저 떠올렸던 가장 맛있던 알리오올리오는 이날 언급한 술집에서의 알리오올리오가 가장 맛있다. 지금 글을 쓰는 시간에도 이때의 알리오올리오가 그리운 이유는 이제 그곳에 술집이 사라졌기에, 코로나19가 많은 것들을 앗아갔고 그로 인해 많은 기억들을 품어주던 장소들이 하나둘 사라지게 된 것이 참 아쉽다. 그나저나 시험 일주일 앞두고도 드라마를 보면서 노는 것 보면, 이때가 마지막 휴일이라 생각하면서 나름 쉬는 타임이었나 봅니다.

2020년 9월 21일
월요일은 그래도 무난하게 넘어간 것 같다. 갑자기 양초를 피우면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뭔가 마음에 안정이 되지 않을까 싶어 향초를 사서 방에서 틀어놓고 공부를 했더니 금방 지쳤다 이산화탄소량이 늘어나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둥만 그리고 끝나다니 정말 내 체력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하게 되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2020년 9월 22일
역시 시험공부는 일주일 전인 걸까 이번주는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걸 한 달만 일찍 했어도 달랐을 텐데... 그래도 시험접수를 했기에 이번주 한주가 생겼단 의미만으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번주에 연차를 쓰려했고 아무도 연차가 없으니 안심했는데 웬걸 갑자기 우르르 이번주에 다들 연차를 써서 정말 짜증이 났다. 난 정말 필요해서 연차를 넣은 건데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생각해도... 아보카도가 퇴근길에 자기 필라테스를 데리러 달라 해서 근처를 배회하다 왔다.

공부할 때 양초를 켜놓으면.

뭐가 달라지겠나 싶겠지만 이산화탄소량만 늘어서 지치기만 한다. 진짜 이 부분을 읽을 때 많이 웃었다. 참 이때도 어리숙한 때는 아닐 텐데 재밌는 구석이 있다. 공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생각들을 하는 것 보면 귀여울 따름이다. 연차를 시험전날 쓰는 방식은 마지막 시험 때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다만 이때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연차를 많이 쓰면 내가 쓰기에 눈치가 보이는 것. 이때의 찝찝함은 지금도 느껴진다. 뭐 아직까진 뭐 그렇게 속이 좁나 싶진 않고, 그냥 토닥여주고 싶다.


2020년 9월 23일
기대했던 건축사시험 연기도 결국 물 건너갔고 더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유튜브들을 뒤져보다가 하루 전까지 작도하거나 무리하지 말라기에 새로운 공부법을 떠올렸는데 이게 꽤나 신박했고 나에게 잘 통했다. 바로 과년도문제를 여러 번 보기만 하는 것인데 일단 확실히 이번에 5년 치 과년도를 훑으니 보이는 게 몇 가지 있다. 문제들을 쭉쭉 훑고 외워서 시험장에 들어서면 확실히 느낌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새롭고 기분이 썩 좋다. 이번엔 전부 프리핸드로 채우고 나와야지. 아보카도가 맛있는 디저트를 해줬고 편지도 써줬다. 책도 선물 받았고 아보카도에게 정말 고맙고 넘치는 애정을 줘서 나도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9월 24일
어제부터 시작한 과년도 문제 읽기는 이제 어느 정도 눈에 익었고 내일은 2교시랑 1교시, 기회가 되면 3교시 구조문제도 한번 풀어보려 한다. 뭐 모든 걸 다할 순 없을 듯싶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좀 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구분 없이 일단 해보기나 해야겠다. 빨리 시험을 보고 싶기도 하고 이제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가닥은 잡았으니 계속해나가면 된다. 합격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고 그저 계속하던 데로 해나가다 보면 내년 3월 시험 조금 더 나아진 상태로 시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번시험은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하여 노력하는 자세가 나에게 정말 강하게 필요한 요건이다. 이번 시험에 대한 걱정과 기대 때문에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몸은 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한다. 뭐 인생이 걸린 것도 아니고 가벼울수록 묵직해질 것이다.

가벼울수록 묵직해질 것이다.

난 나의 글 속에 이런 것들이 좋다. 뇌를 빼고 쓰면 쓰이는 글들인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 정보들을 나열하는 것보다도 이런 메시지들이 그 깊이가 있다. 보통은 가득 채워야 묵직하기 마련인데 이날의 부담감은 무거워선 안되는 것이었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고 그 가벼운 마음이 둥둥 떠다니지 않을 정도의 무게만 필요했을 것이다. 아보카도의 고마웠던 선물은 실은 지금 잊고 있었다. 옆자리에 여전히 있는 아보카도에게 고마움을 또 한 번 표해야겠다. 공부를 위한 나만의 방법은 합격을 위한 요건중 하나였다. 다른 이들이 만들어준 방식은 유용하지만 나의 것이 아니었고, 나만의 공부방법은 돌아가더라도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 끝에 다른 이들이 만든 방식에 닿게 되더라도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렇게 하나둘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흔적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여유를 갖게 되었던 것이기에 이때의 성실함이 오늘의 기분을 낫게 해 준다.

2020년 9월 25일
드디어 내일이면 나도 건축사시험을 보게 된다. 그동안 마냥 열심히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번주 한 주간의 다짐은 평소와 달랐고 최선을 다했다. 특히 연차를 쓰고 다녀온 시험장의 경관은 내일 나의 긴장감을 한시름 덜어줄 것이다. 저녁에 아보카도와 평소처럼 산책을 했고 운동을 하고 와서 그나마 지금 머리가 상쾌하고 잘 준비가 잘된 듯싶다. 이제 일기도 다 쓰고 나면 요가를 하고 잠에 들면 된다. 그동안 시험문제 작도에 온신경을 들이면서 했지만 내일 중요한 건 문제풀이 자체를 할 수 있는가 이것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한 주간 대부분 많이 했다. 우선 과년도 기출문제도 하면서 새로운걸많이 느꼈고 오늘 2교시 스케치도 하면서 새삼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내가 통밥으로 문제를 풀정도는 못되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시험등록을 한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공부법을 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감각도 익혔다.
2020년 9월 26일
이제오늘 건축사시험을 잘 마무리했다. 그저 완도만 해서 점수체크만 받자 생각을 했던 시험인데 그래도 잘 봤다가 아니라 언제 또 이렇게 자신 있게 잘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잘 봤다. 비록 1,2,3교시 모두 잘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100프로 발휘가 아니라 홀린 것처럼 거의 300% 잘 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단 이런 자신감이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성취감은 상당하다. 지금 두 과목 정도가 기대가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여하튼 내 삶에 언제 또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할 에너지가 있을까 싶었고 신의 도움이 있던 것이 진짜라면 나는 조금 더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시험에서 어느 정도 내가 준비한 몫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 비록 지금 모든 멘털이 바사삭되었지만 하루빨리 회복해서 다음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을 챙겨야 한다. 허무할 수 있다만 그래도 잊지 말자 나는 점수체크받는 것에 목표를 두며 시험을 본사람이다.

가장 빠른 3시간 x 3ea

건축사시험을 생각하면 하루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3시간을 세 번 반복하는 시험이라고 떠오른다. 하루의 밀도를 가득 채우면 어떻게 되는지 이날을 떠올리게 된다. 시험에 대한 기대와 준비를 제대로 못했지만 마음가짐과 일주일의 준비를 잘 한덕분에 시험날 오히려 운이 좋게 술술 풀어졌다. 문제를 해결해 놓고 열심히 답안지를 채우던 나의 마음속엔 이거 채우기만 하면 붙는다는 마음이 있었고, 정신없이 A3 한 장을 채우고 나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었다. 그런 3시간을 세 번 보내면 하루가 어두워져 있고 마치 철야를 한 것처럼 온몸이 피로하다. 하루전날 시험장을 가면 당일의 하루에 대한 낯섦이 한 꺼풀 덜어진다. 그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순전히 시험에 대한 긴장만 했었다. 이 방법은 마지막 시험 때까지 반복했었고, 증명되진 않았지만 나 스스로에겐 분명 의미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잊고 있던 기억들


시험 일주일 전엔 누구보다 열심히.

그때의, 그날의 알리오올리오를 또 한 번 먹어볼 수 있을까

아보카도의 달달한 선물과 책선물

가벼울수록 묵직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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