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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Oct 27. 2024

07_9월 세 토막(2020)

가을은 죄가없다

복잡한 마음과 생각이 많았던 한 주


4년 전의 나는 복잡한 마음이 많았던 것 같다. 가을을 핑계 삼았지만 아마도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나의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준비하지 못한 몸가짐이 정서에 영향을 미쳐서 복잡한 생각들이 드는 까닭은 가을 때문이다. 했던 것 같다.

2020년 9월 13일
건축사 시험 문제를 푸는데 생각보다 멘털이 많이 지친듯싶다. 그동안 잘 버텨왔는데 3교시 문제풀이는 시작자체가 눈앞이 캄캄하다. 앉아서 따라 그리기만 해야겠다 싶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짜라투스트라를 보고 이상하리만큼 몸이 무겁고 게을러진다. 하루하루 깨달음의 연속인 현자들의 자세를 닮아야 할 텐데...
2020년 9월 14일
하루종일 너무 멍했다. 짜라투스트라를 읽은탓일까.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니체의 언어에 뭔가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내 발로 가야 한다는 것 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는 나 홀로 살아가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진정한 초인에 대한 감정들을 교감할 수 있긴 했으나 뭔가 많이 어색하다. 그냥 세상에 많이 까인 누군가가 징징대면서 대단한척하며 적어 내려 간 글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책의 깊이를 가늠하기에 아직 나 스스로에 대한 한계가 많이 있지만. 뭔가 허무함이 많았다. 어느새 훨씬 업무의 양도 많아지고 대부분의 방향들도 잘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가 된 것을 보니 가을이 되어가는 것 같다. 잡다한 생각들에 힘들다고 징징대는 시간들이 늘어나는 것만 같다.


짜라투스트라는 ...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이 드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 딱 부러지게 대답하는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만 당시의 저는 시험의 스트레스와 복잡한 머릿속의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 더 어려운 책을 꺼내왔었나 봅니다. 이때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언젠가의 기억 속에 생각이 복잡할 때 어려운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괜스레  나의 지금 고민보다 복잡하게 어질러진 책 속의 문장들을 보다 보면 오히려 나의 고민들은 단정하게 정리시킬 방법이 떠오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9월 15일
회사에서의 하루하루가 되게 피곤하다. 이번주는 저번주의 절반정도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싶다. 현장인부 중 코로나환자가 나왔다고 해서 확진자와 마주친 사람들은 다들 역학조사상에 자가격리대상이 되었고 우리 사무실도 C소장님이 불안한 상태라 이게 지속되면 나도 위험하다. 진짜 골치 아픈 일이다. 아무튼 이번주에 정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마냥 좋은지 모르겠다. 요즘은 아침 일찍 일어날 궁리 자체가 어렵고 하루하루 건축사시험연기에 기대를 하는 데 생각대로 되어주질 않는다.

저번주의 절반정도의 힘으로

이번주는 저번주의 절반정도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이번주의 무게가 저번주보다 가볍기 때문일까요? 지난주의 피로가 해소되지 않음에 지난주만큼의 체력이 되지 못한다는 걸까요? 4년 뒤인 저의 오늘의 하루의 힘은 어느 정도였을지 괜스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시험의 연기를 기다리고 몸도 게을러진 듯한 이날의 하루는 저 스스로에게도 마음에 안 들지만 여기저기에 핑계를 대고 있는 듯싶습니다.

2020년 9월 16일
하는 일이 이제 다시 어느 정도 흐름에 올라온듯싶다. 일에 대한 집중도가 어느 정도 높아진 것이 엑셀로 만든 업무일지에서 제시하는 일들이 다 정리해 가면서 오는 쾌감도 있지만 그런 것들 보다도 우선 제일 나은 것이 일에 대해 집중도 잇게 해 나갈 수 있다는 것 아무튼 머릿속에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업무환경에 대한 니즈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머릿속이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 차서 정리가 되지 않았고 이런저런 것들을 사고하면서 생각들을 낭비해 제대로 자지 못했다.

업무일지를 채우는 삶

출근 후 처음 하는 일이 업무일지에 해야 할 일을 적어내고, 그 일을 끝마치고 할 일들이 지워진 업무일지들을 바라보면 하루의 일과가 가득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 저의 머릿속엔 새로운 업무세팅에 대한 기쁨으로 그것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세팅이 또 나에게 도움이 될지 기대하면서 생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험의 압박감을 피해나갈 도피처였던 것 같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공부는 좀 미뤄도 된다는 생각,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내가 못나 보이지 않게 일을 열심히 하려는 마음. 지금생각해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2020년 9월 19일
학원강의가 이제 다 끝났다. 시험공부는 오답노트를 만든답시고 A3용지에 풀칠하는 걸 했는데 해놓은걸 한번 쭉 보고 있자니 뭔가 뿌듯한 게 있긴 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래도 내가 조금씩 하긴 했구나 싶은 마음이 있었고 뭔가 다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다 채우면 뭔가 아무튼 든든할듯싶었다. 이제 진짜 준비할만할 것도 없을 정도다 싶을 정도가 되니 학원시험날이 되었고 이번주가지 나면 이제 진짜 물러설 데도 없다.

오답노트

학생 때부터 오답노트를 잘 활용했었던 이유는 이것들을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함이었고 실제로도 내가 맞았던 것들은 오히려 틀리는 경우가 있는데 오답노트로 되짚은 것들은 다시 틀리는 경우가 적었다. 사람마다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들더라도 오답노트를 만들었었고, 건축사시험의 첫 시험을 준비할 때도 마지막에 정리를 했었다. 공부량이 많지 않아서 오답노트의 양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의 나름의 뿌듯함의 향이 오늘의 나에게도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이전의 일기를 읽다 보면 그 흐릿한 향들을 하나둘 떠올리게 될 때 그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잊고 있던 기억들


가을은 핑계가 많은 계절

짜라투스트라는 안녕하시려나

오늘의 힘은 몇 퍼센트일까나

업무일지를 쓰는 이유는 나의 오늘의 값어치를 증명하기 위함.

오답노트의 뿌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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