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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Oct 19. 2024

06_9월 두 토막(2020)

생각을 하게 된다.

반복되는 말투


일기를 보다 보면 내가 자주 하는 단어들을 발견하는데 그중 하나가 "~~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다. 나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갖지 않는 성격이라 생각하지만 일기장에조차 마치 발을 빼는듯한 글습관이 있는 것 보면 나의 맘속에는 나의 말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때였나 보다, 어제 쓴 일기를 보면 사라진 습관인듯한데, 이게 자연스럽게 어떻게 변화될지 앞으로 눈여겨볼까 싶다.

2020년 9월 6일
어제 보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비롯한 각종 유튜브들을 보다 보니까 아보카도와 점심즈음 만날 때까지 뒹굴뒹굴만 했다. 아보카도는 오래간만에 기분이 들떠 보였고 김밥, 토스트, 닭꼬치까지 다 먹겠다고 하는 추진력을 보였지만 닭꼬치 주인은 아직 문을 안 열어 다행이었다. 아보카도와 김밥과 토스트를 나눠먹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면서 뭔가 입이 터진 것처럼 단 게 많이 당겼다. 요즘 포도당 섭취를 늘려서 그런가 싶어 당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닭꼬치 먹은 지 얼마나 됐더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4년 전이구나, 가끔 다시 보기 도하는 드라마인데 당시에 아보카도랑 즐겨보면서, 미스터선샤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해 우리는 등등 아보카도랑 함께한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같이 공유하게 된 드라마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다. 닭꼬치 집은 지금은 안보이던데 일기장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니 새삼 생각보다 잊히는 것은 쉽구나 생각이 든다. 당시에 공부를 하며 포도당캔디를 엄청 먹었는데 그래서 당시에 아마 나의 건강상태는 영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도 가끔 달달한 것들을 때려 넣는데, 뭔가 조심해야 하나 싶은 경계심이 든다.

2020년 9월 7일
야근을 한날, 예정에 없던 야근에 짜증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짬바로 일을 정리하고 퇴근을 할 수 있었고, 야근수당으로 태극당 빵을 사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태극당빵은 꽤나 맛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왔고 소장님들이 업무와 관련된 외부 미팅들을 잘 해결하고 오셔서, 내가 작업만 하면 된다 이제. 미팅 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것들도 꽤 있었지만 뭐 쉽게 쉽게 해결되는듯한 상황이 만족스럽다. 건축사시험 문제풀이를 몇 년 만에 한 건지 모르겠다. 집중도 있게 자리에 앉아있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짐을 짊어지려 노력하던 때


짬바로 일을 정리했다니... 대단하네... 멋지네... 일기를 보다 보면 참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게 된다. 이번주 내내 건축사시험공부를 했네 안 했네 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참... 당시에는 나름에 합리화를 한 거긴 하지만 찔렸었나 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에 내가 했던 일들이 마냥 나의 연차때 하기에 부담이 되는 일들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거고 아보카도와 놀고 싶은 마음 가득한 때에 그래도 나의 밸류업을 하겠다고 꾸준히 숙제를 짊어지려 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당시의 우쭐함을 토닥여본다.

2020년 9월 8일
데일리 리포트를 만들고 대강 적어보니 하루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좀 더 집중도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오늘저녁은 일찍 자려한다. 아보카도와 저녁식사는 하지 못하고 산책을 할 때 밖에서 만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얘기들을 했다. 태풍이 지나간 티를 내듯 오늘의 저녁공기는 서늘했다. 쌀쌀한 듯싶은 걸 보니 가을이 되어가는 듯싶다. 오늘은 또 건축사시험공부를 실패했다. 오늘은 다 풀려고 다짐했는데 벌레를 방석으로 죽이고 나서 뒤늦게 찝찝해진 방석에 별로 공부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또 공부는 못했고 하루는 그렇게 정리됐다.

데일리 리포트를 쓰면서 나의 생상성을 높여나가자라는 것에 집중했던 때였나 보다. 돌이키면 참 다양한 것 많이 했다. 아보카도랑 가까이 살기에 퇴근해서도 식사를 하거나 산책을 많이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밤산책을 좋아하기에 가끔 산책하러 나가자 제안할 때, 아보카도가 걸음을 아끼는 모습들을 보다 보면 당시에 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소소한 행복의 종류 중 하나의 책갈피였구나 생각하며, 서로에게 많이 친절했구나를 새삼 느낀다.

2020년 9월 9일
정말 밀도 있는 하루였다. 그동안 밀려있던 업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일일업무일지를 삘받은것처럼 해결해 나갔고 건축사 공부 유튜브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운동이라도 하면서 시작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업무일지 엑셀을 정리하고 어제 업무책상의 레이아웃을 바꿔가면서 한 새로운 세팅의 업무환경이 상당히 맘에 든다. 이제는 실무공부노트를 만들어서 작업능률향상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스스로의 역량이 연봉이고 경쟁력이다. 나는 오늘도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생각한다.
2020년 9월 10일
스스로에게 하루의 밀도에서 합격점을 준말이다. 회사업무에 업무일지를 써가면서 일한 것도 3일 차에 접어들었고 업무 정리 및 파악에 도움이 되어 만족도가 높으며 최대한의 능력을 펼칠 수 있다. 데일리 리포트를 적어가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하루하루를 낭비하면 선서 지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나를 아침 일찍 기상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아침에 운동은 못했지만 건축사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다. 어제의 위로가 오늘의 이른 기상을 이끌어냈고 아침기상의 감동도 바른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해 주는 것에 많은 기여를 하게 했다. 내가 부족한 면모를 개선해나가고 있다. 오늘부터 그리고 내일은 조금 더 산뜻하게 살 수 있길 바란다. 오늘하루는 멈춰있거나 하지 않은 하루였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


일기 속 에피소드들은 다소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업무일지를 활용한 작업능률 향상은 지금도 이어오고 있다. 물론 이때처럼 엄청 복합적으로 사용하려 애쓰진 않지만 수정하고 보완해 가면서 가볍게 하루의 일들을 계획해 나간다. 아침에 할 일들을 정해놓고 소거해 나가면서 일을 하면 금방 일을 처리하고, 일이 늘어지거나 하는 일이 드물다. 나 자신이 업무 하는 방식을 알아차리면서 좀 더 높은 업무수행능력을 가진 것은 이때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 월급이 부족하다고 징징대기보단 내가 뭘 더해서 나의 가치를 높일지 고민했던 게 참... 지금보다 네 살이 어린 나 자신이지만 배울 점이 있다.

2020년 9월 11일
 전날 저녁부터 피곤했기에 어쩔 수 없던 것일까 요즘의 나는 나는 방법을 잊었다. 새가 바람을 타는 법을 배우고 다시 날아오르는 기분이랄까. 요즘 하는 일이 많아 징징대고 있는 나날이지만 핑계대기보단 일 들을 수 용하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내가 더나은사람이 되어가는 것에 일환이라고 생각하며 지금 하는 일들에 대한 적응을 동기화해나가려 한다. 오늘부터 엑셀을 통한 또 다른 방법들을 연구해 나가고 업무에 적응시켜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연마해나가려 한다. 일단 이런 것보다 빨리 건축사부터 따야 한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체력을 기르자 지치지 말자.

피곤했기에 어쩔 수 없던 것일까 나는 법을 잊었다는 건 뭔가 제정신 같지 않은 글이다. 새가 바람을 타는 법을 배우고 다시 날아오르는 기분이랄까라고 하지만 뭔 소린지 모르겠다. 하는 일들이 늘어났음에도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해 가면서 흡수하려 노력하다 보니 제정신은 아닌 듯싶은데 모쪼록 잘해나갔다. 이때 더 높은 연봉을 받겠다는 당돌한 목표가 실제로 매년 앞자리가 바뀌는 연봉인상을 연속해 나갔으니... 다 네 덕이다.

2020년 9월 12일
짜라투스트라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아침을 운동으로 시작했고 오랜만에 폼롤러로 몸을 지져댔다. 하루가 되게 길다. 공부를 하는데 쌓여가는 인터넷 강의들과 밀려있던 시험지택배를 정리했고 아마도 공부만 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점점 세팅에 뭔가 바라는 게 많아진다. 그래도 하루하루 도태되지 않고 계속 배워나가고 깨달아나가자 이게 내가 책을 보는 이유이고 살아가는 삶의 기계에 두르는 기름칠이다.


뭐든, 어떻게든, 언제든


한 주간 생산성을 높이려 노력했고 주말의 첫날 아침운동을 성공했다. 참 이게 신기한 게 지난주 나도 오래간만에 아침운동을 했는데, 이 계절의 나는 뭔가 특이점이 오는가 보다. 이때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났는데 이 부분의 일기를 보니 기억이 난다. 건축사 공부를 처음 할 때 혼자서 해보겠다고 까불던 때여서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공부는 앉아서 작도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시험이기에 당시의 나의 접근에선 당연한 결과였다. 이때는 그나마 오프라인 학원을 다닌 뒤이기에 억지로 자리에 앉아서 문제 푸는 시간을 갖기 시작하는 때였었는데 이때는 열심히 했었다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여러 가지 세팅을 하며 나 자신을 굴리기 위해 노력했던 때이고, 살아가는 삶의 기름칠을 위해 책을 본다는 나름의 멋도 가지고 있던 때이다. 드물지만 참 배울 점이 있는 4년 전의 나. 이 글을 쓰고 난 지금 뭔가 내일 나는 뭘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에세이를 시작한 지 여섯 번째인데 시작한 보람이 있다.


잊고 있던 기억들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던 아보카도와 나

어느새 탕후루집들이 사라지듯, 사라진 닭꼬치집

데일리 리포트를 쓰던 짬바 있던 나

연봉인상을 위해 다분히 노력하던 나의 모습

벌레죽인 것 때문에 공부 안 하는 참 재밌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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