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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Oct 12. 2024

05_9월 한 토막(2020)

핑계 많은 9월

2020년 9월 1일
이제 진짜 건축사시험도 한 달 안쪽으로 들어왔다. 코로나 시국에 들어와서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건축사시험이 연기가 되질 않는다. 진짜 그냥 한 달 두 달 정도만 미뤄주지 치사하게 군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또 일을 던져버리듯 해나가는 상사들의 태도에 너무 불편하다. 이렇게 계속 일을 하는 게 맞나 싶다. 내가 생각하는 일의 방향이 점점 사무실의 환경과 대조되어 가고 있다. 빨리 건축사를 따서 연봉을 높여야 하는데... 장학재단 학자금대출을 다 갚았다. 예금담보 대출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했다. 아무튼 학자금대출을 다 털었다 기분이 뭔가 묘하다.


학자금 대출을 갚다.


20년은 코로나 시국이었기에, 여러 시험들이 미뤄지던 때라 건축사시험도 미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뭐... 자신이 없었던 반증이었겠죠. 그래도 시험을 붙으면 어떻게든 달라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던 때, 그리고 절박하기보단 느슨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여느 사회초년생들의 첫 번째 관문이었던 학자금대출의 완납을 처리한 달이었나 봅니다. 16년도부터 일을 시작했으나 워낙 박봉이었던 직장 탓에(핑계 많은 9월이었는데 4년 뒤에도 핑계를 대는 듯..) 학자금 대출을 4년 만에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들이 많이 담겨 있을 겁니다. 학자금 대출 갚느라 4년 동안 모은 돈은 0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당장에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이후에는 돈을 잘 모으면서 아보카도랑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2020년 9월 4일
날씨가 상당히 좋다. 태풍이 지나가서인지 오고 있는 중이어서인지 등이 뜨끈할 정도로 해가 뜨겁다. 오랜만에 우산을 양산역할로 쓰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일까, 점심은 냉메밀을 먹었다. 이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게 벌써 일 년가량 시간이 지났다. 정말 작년에 유럽을 갔다 온 게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요즘 또 이것저것 보느라 공부를 안 하게 되었는데 또 습관화가 되어버린 듯싶다. 주말엔 학원도 안 가는데 밀도 있게 공부를 할 수 있으려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닌 지 이틀째이다. 발목에 물집이 잡혔다. 이번엔 오후에 잠시 내려놓기도 하고 현장에 다녀올 때도 모래주머니를 빼고 다녀왔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기초대사량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양산과 우산의 경계


8~9월은 지금도 그렇지만 우산이 양산이 되기도 하는 때입니다. 비가 오는 날과 날이 쨍해지는 날이 번갈아 오는 달이기에 우산이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도, 해가 쨍한 날에도 우산은 도움이 되기에 가방에 항상 우산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다양한 물건이 가득한 저의 가방 속 짐은 보부상처럼 한가득입니다.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 출근을 했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아마 오래 안 했나 봅니다. 기억에 전혀 없습니다...

2020년 9월 5일
요즘은 이런 날의 연속인듯싶다. 한없이 게을렀다. 하루종일 유튜브만 보다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낮잠시간이나 농땡이 시간이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또 있다고 생각한다.  피부과의 사마귀 치료는 마귀를 잡는 마냥 내 발을 괴롭히고 있다. 오른발 쪽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하고 있어서 좀 씁쓸하지만 옆쪽이라도 나아지면 점차 괜찮아질 텐데 아직까진 영 불편하다. 오늘은 진짜 2주 만에 간 날이라 그런지 발가락이 정말 아팠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한다 싶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제 풀기는 1도 안 했다. 민망할 정도로 게으르다.


자신도 알고 있는 게으름


일기를 쓰다 보면 이런 게 좋습니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봅니다. 저 스스로에 대해 어쩔 수 없이 평가를 하게 되고, 뿌듯한 날과 한심한 날이 갈립니다. 저는 대부분 한심하게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원동력 삼아 다음날을 좀 더 힘을 싣곤 합니다. 어제의 나나 오늘의 나나 크게 차이가 없거든요. 그래도 어제의 나의 일기를 떠올리면 오늘 한걸음이라도 더 걷게 되는 게 있기에 일기는 계속 쓰게 됩니다. 나 자신도 알고 있는 게으름은 중요합니다. 나 자신을 속이는 핑계 가득한 게으름은 도움이 안 됩니다. 이날의 일기는 반은 인정했고, 반은 핑계를 대는 걸 보니 성공한듯합니다. 시작이 반이고 나머지 반을 했으니... 이때의 사마귀는 잊고 있던 기억인데 떠올랐습니다. 이 사마귀가 한동안 괴롭혔어서 피부과에 돈 좀 쓰다가 아보카도가 사 온 약 덕분에 나아졌던 기억입니다.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때였나 봅니다. 오히려 이때보다 나이 든 지금이 더 건강한 듯도 싶습니다.

  

잊고 있던 기억들


핑계는 언제쯤 멈추게 될까

지금도 무거운 가방의 무게는 우산의 편의성이 한몫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다니 참 신기한 나의 행동.

잊고 있던 사마귀는 그 흔적조차 사라져 있음.

지금도 틀어져있는 유튜브는 4년 전에도 나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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