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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Sep 28. 2024

03_5년 전 나를 만나다

새로운 일기, 회복하는 일상

다시 꺼낸 일기장


지난해의 기록은 많이 비어있다. 당시의 기록들이 많았다면 좋았을지, 고통스러웠을지 실은 지금의 나로서는 확언하기 힘들지만, 모쪼록 당시의 나는 잘 버텨냈고 지금 자리에 앉아 일기장을 뒤적인다.  18년 12월부터 이어진 나의 반려자와의 관계는 19년까지 이어지며 연애를 시작했고 18년의 너덜 해진 나의 정서를 보듬어줬던 좋은 시간들이었다고 생각된다. 일기를 쓰기 시작하기로 하고 바로 시작하진 못했지만 점진적으로 나아지려고 애썼다.


2019년 1월 8일
닫혀있던 일기장을 다시 꺼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 자신이 싫어졌던 순간도 있었고 새로운 무언가를 보면서 설렘을 가졌던 시간도 있었다. 다시 독서토론에 임했고 다시금 생활의 패턴이 달라지곤 했다 드라마에 빠지기도 했고 마음속에 새로운 목표들을 채우기도 했고 작년에 있던 목표를 쿨하게 내려놓기도 했다. 중요한 건 다시 설레는 만남을 시작했던 것 작년이 아홉수였다고 생각할 만큼 새해엔 모든 것이 행복하게 시작하고 있다. 하루하루 좋은 일 만 있을 때 일기 쓰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일기를 쓰고 싶고 편지를 써나가고 싶다.


나에게 쓰는 편지


고비를 넘기고 나서 나와의 대화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짙은 구멍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경계하는 습관이 필요했고, 그중의 하나로 일기 쓰기를 선택했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결국 나에게 있다. 자책하려는 뜻이 아니라, 타인에서부터 문제의 원인을 찾으면 100가지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저 그를 더 미워하기만 하고, 나의 피로는 고통이 되고 삶은 지옥이 된다. 적정하게 도망 다니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니 보통은 신경 쓰지 않는 게 가장 답이다. 어떤 문제든 내 삶을 있어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나 스스로가 일부러 신경 쓰지 않더라도 자연히 무던해지기 위한 시간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이 생각들이 아직까진 나를 지켜주는 문장이다. 삶은 워낙 다양하기에 모두의 경우에 대입할 수는 없을 것이 곡 나도 언제까지나 이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겠지만, 일단 살아지니 살아간다.


2018년 4월 9일
ㅇㅇㅇ이 추천한 aaa를 들어왔다.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가볍게 바라봐야 할 것 같단 느낌이다.


어릴 때 하는 뜨거운 투자


일기는 바로 매일의 일기에 닿지 않는 건지 또 저장을 해놓고 어딘가에 잘못 두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19년까지는 기록의 공백이 있다. ㅇㅇㅇ이 추천한 aaa는 친구가 추천한 가상화폐종목이다. 당시의 코인열풍에 절대 안 한다. 했던 나의 벽에도 친구가 추천한 종목은 꽤나 허들을 낮춰줬었다. 그래도 작은 돈으로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려 한다. 어릴 때 작은 돈으로 여러 투자를 경험하면서 실패하다 보니 지금은 투자에 마음이 휩쓸리지도 않고, 차갑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다지 뼈아프지도 원망을 하지도 않는다. 다 나의 선택이고 배운 게 더 많다.


2018년 6월 18일
아보카도와의 만남은 설렘이 가득하다. 좋은 관계로 진전되어 가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아보카도가 걱정하는 것처럼 갑자기 불붙은 마음이 식을까 걱정되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간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상대를 불안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절대 상대에게 기대면 안 된다는 것.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모든 행복을 위해 나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 그걸 나의 행복으로 삼아 살아가자 그게 나에게도 확연한 행복일 테니.


아보카도와의 만남


아보카도는 17년 일기 때 언급했던, 당시의 신선한 인상을 받은 유지혜작가의 조용한 흥분을 빌려줬던 구애인 현 반려자이다. 독서토론 때 만났고 다른이랑 연애를 하는 듯했었기에 거리를 뒀지만 당시에 이 책을 빌려줬던 건 참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하다. 어쨌든 그 인연의 꼬리표 덕에 18년 12월에 우연한 계기로 같이 저녁을 먹었고, 19년 1월 연애를 하여 22년 겨울 결혼을 했다. 18년 이후 우리의 겨울은 다정하기도 투닥대기도 했지만 항상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일기에 남아있는 그간의 경험이 알려줬다는 좋은 연애의 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절반의 틀린 이야기


 절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이제 아보카도와의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점점 연애의 시간보다 결혼의 시간이 더 많아진다. 언젠가는 혼자 살아온 생보다 같이 보낸 생이 더 길어질 날이 올 것이고, 그때는 또 어떤 생각일지 모르지만 요즘의 나의 생각은 다르다. 상대를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고 모든 짐을 짊어지면 결국 그 끝이 좋지 않았다. 절대 상대에게 기대면 안 된다는 것 또한 가끔은 아보카도를 믿고 나의 속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야 했다. 다행히 아보카도는 보통 때는 연약한 듯 보이지만 내가 지쳐서 흔들릴 때, 나의 가빠지는 호흡에 리듬을 잡아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이다.   


절반의 맞는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상대의 모든 행복을 위해 나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 그걸 나의 행복으로 삼으면, 그것 자체가 확연한 행복이 된다는 것. 누구나 그렇듯 가끔 위태로워지는 우리의 관계에서 내가 먼저 손을 내밀거나 삐져나가 있는 입을 집어넣을 수 있는 원동력은 여기서부터 나타난다. 30년간 다른 조각으로 살아온 둘이 딱 맞게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나와 상대의 다른 부분을 채우면서 알맞은 조각이 되는 것은 쉽지 않고, 그런 경험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다른 것들을 마주하며 비비고 서로의 날카로움을 깎아나가면서 점점 더 가까워지고 닮아간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원래 이래!'라는 지독한 고집은 악취를 내고 결국 주변에는 파리만 꼬일 것이다. 서로를 깎아나가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도움이 된다. 이 시간들을 지내다 보니 어느 날 식당에서 결제할 때 나란히 서있는 우리 둘을 보고 '부부가 닮은 것 같아요' 하는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날이 오게 되었다.


잊고 있던 기억들


가상화폐의 쓰린 교훈

롤러코스터 타듯 급변했던 나의 18~19년

아보카도와의 낯섦을 맞춰가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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