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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Oct 05. 2024

04_4년 전 오늘까지

회복된 기록들, 회복된 기억들

2020년 01월 01일
아보카도와의 만남을 제외하면 2019의 앙꼬는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던 유럽여행을 다녀왔고, 숱한 이별의 징후에도 오롯이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극복해 나감에 기쁨을 마지않았다. 오늘의 나는 여느 2019의 나와는 다르다. 일단 책을 다시 제대로 보게됐고, 창고처럼 두었던 공부방의 추위를 핑계 삼았던 것에서 벗어나 일기도 쓰고 있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갈지는 나조차 가늠이 안 가지만 그래도 언제나 시작이 반이었고 나아갈 것이다. 오늘도 먹었던 딸기라떼가 맛있었고,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영화 속에선 색다른 감흥을 느끼게 되었다.


회복된 기록들


새해를 맞으며 새롭게 매일마다의 일기를 회복했던 것 같다.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아보카도와의 시간들이 기록되지 않았던 것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기록이 있기에 좋은 것은, 오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를 다시 봤다. 실은 4년 전에 색다른 감흥을 느꼈다 하는 저 영화를 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아보카도에게 "우리 저 영화 봤었지?"라고 묻자 아보카도는 "응, 나랑 같이 봤었지"라고 하는데 서로 이상하게 내용이 기억 안 난다 해서 다시 봤고, 칠월과 안생의 엄청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보면서 조금씩 기억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잊고 있던 기억이 살아났기에 흔히 '안 본 눈 삽니다. 안 본 뇌 삽니다'를 체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기록이 있었기에 좋은 감정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02월 16일
주말이 꽤 길게 지나갔다. 아침부터 아보카도와 정독회 시간을 가져서 읽고 있던 종이달은 다 읽을 수 있었고 날이 추워 눈이 많이 내린 탓에 000 버스를 탔는데 이게 00 도서관방향으로 가서 반납까지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오전에 좀 늦게 일어나고 아침부터 밥을 먹은 탓에 하루종일 몸이 무겁긴 하지만 오늘 하루는 확실히 헤비칼로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듯싶다. 9시 정각에 나오지 않아 아보카도가 서운해했지만 캐러멜 마키아토로 기분을 풀어줘서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읽자


이때는 독서토론을 하고 있는 때이지만 5월 즈음 모임을 나오게 된다. 언젠가 자세히 이야기하는 날이 있겠지만 내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으로 모임관계자들과 멀어졌고 쫓겨나버렸다. 지금은 그 모임이 분해되었고 그들 중 마음이 맞는 이들과 다시 모임을 하고 있지만, 이때는 아보카도와의 만남도 있고 코로나 기간이기에 우리끼리라도 책을 읽어나가려고 정독회날을 만들어서 데이트로 삼았던 것 같다. 참... 4년 전이지만 잊힌 기억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아침부터 밥을 먹는 게 하루가 무겁다니.. 요즘은 아침식사를 안 하면 점심이 되기 전에 허기가 지는데, 이때는 아직 규칙적 인식사를 하던 때가 아니었던 것 같다. 많은 것들이 달라진 지금이지만, 상냥한 아보카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기도...


2020년 6월 12일
이제 회사에서 일한 경력들도 어느 정도 실무수련완료를 받을 수 있게끔 진행되었다. 나의 월급이나 할 수 있는 능력들도 상당히 늘어났고 이제 약간의 실무적 감각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 더 가꾸어 가게 되면서, 나도 어른의 세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 같다. 뭔가 이제 진흙탕에 발이 담겨있다.


진흙탕 속 발자국


건축 설계를 하는 이들은 실무경력기간 3년을 거치면 건축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여느 전문직도 그렇긴 하지만 건축사는 5년의 건축설계 대학교(혹은 3년의 전문대)를 거쳐 3년의 실무경험이 있어야 시험자격을 갖추기에 8년이란 시간의 허들이 있는 자격이다. 그리고 난이도도 있기에 아직도 십 년 이상 장수중이신 수험생 선배님분들도 많은 영역이다. 당시에 자격을 가지게 된 나는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이때로부터 2년 뒤에 건축사자격증을 획득하게 된다. 앞으로 몇 번 언급될 나의 시간들에 담겨 있을 주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진흙탕에 발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뭔가 오늘의 나를 때린다. 당시의 저런 감정을 가졌던 이유는 아마 나 자신도 몰랐던 것 같다. 지금 이때를 돌이켜도 뭔가 모를 느낌을 표현하는데 저런 문구를 적게 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저 문구를 생각해 보면 발을 빼기에도 발을 담고 있기에도 고민이 되는 그 막연함에 드는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잘해왔다.


잊고있던 기억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아보카도와의 정독회 데이트

아쉬웠던 첫 독서토론모임의 마무리

나의 직업에 대한 미묘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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