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일
2017년은 16년만큼이나 나에게 많은 것들을 남긴 한 해였다. 그랬기에 다가오는 18년도 기대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독서토론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에 대해 안정성도 띠고 책을 읽는 습관을 완성시켰으며 나오시마여행을 혼자 갔다 오면서 많은 감동을 느끼고 오기도 했다. 아직도 뉴욕을 갔을 때처럼 두근거림이 한창이다.
난 독감에 걸려 4일 동안 골골댔고 새해 첫 출근을 못했다. 내일은 컨디션이 나아져서 출근을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 그동안 읽지 못한 책도 마저 읽어서 드디어 붓다순례를 다 봤고 검은 꽃과 군주론책을 마저 읽어봐야겠다. 숙제처럼 쌓여있는 책 이긴 하지만 최대한 빨리 읽어야 한다. 이번에 배운 느낌이 책을 지지부진 읽다 보면 숙제가 된다는 게 확실하게 다가왔다.
6년 전 새해맞이
새해 첫날부터 독감에 걸렸던 것은 저의 지독했던 아홉수의 복선이었나 봅니다. 17년에 나오시마도 다녀오고 독서토론을 시작했던 좋은 시간들을 이어갈 다짐을 하면서 보냈고, 이때는 토론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싶다는 관심종자기질이 상당히 강했을 때여서 책을 상당히 많이 봤습니다. 어쩌면 그 관종기질이 또 저의 오늘을 만들어준 기틀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주마다 있는 토론에 매번 책을 다 읽고 참석했었으니까요. 요즘의 저는 2주에 한 권의 책도 빠듯한데 말이죠. 이맘때가 제가 연 100권을 읽어보겠다고 깝죽대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책은 제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접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울 수 있었던 해였습니다.
2018년 3월 29일
가슴속에서 멀어지지 않는 무거운 추를 이곳에 담아본다 아름다운 언어로 장식한 내 글도 언제나처럼 진심을 담은 텍스트에 비했을 때 마냥 행복한 추억은 아니겠지, 밝은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글에 내 일부분을 묻힐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진심으로 내 모든 것을 이안에 담아두고 닫으려 한다. 훗날에 내가 봤을 때도 소름 돋을 진짜 내 속마음을 이곳에 묻혀둔다. 이글엔 명백하게 나의 오늘이 묻어있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심장이 저릿하던 마음을 조금 더 더듬어봐야겠다.
힘들었던 나의 시간
내 생을 통틀어 이때만큼의 힘든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이날의 일기와 잇고 있는 오늘의 나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이 시간들이 기억난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당시 신경정신과에서 업무에 의한 우울증 진단을 받아 휴식이 필요했던 때이다. 당시에 감정들은 기억은 나지만 이런 글을 적었던 것은 기억에 없었다. 밝은 글이 좋은 글은 아니다. 글에 내 일부분을 묻혀야 한다. 당시의 나에겐 미안하지만 좋은 문구를 다시 발견한 느낌이 든다. 힘든 시간이 남겨둔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아있다. 남겨진 흉터를 바라볼 때마다 힘들어지는 것보단 위로를 받고 있다. 이 상처도 버텨냈는데 뭘 못하겠어
2018년 9월 20일
몇 달만의 일기인 것 같다. 우울증을 앓게 된 후 삶이 급속도로 건조해졌다.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나도 컸고 해야 할 일이 어디부터 어디 까진 인지에 대해 감이 안 잡혀 있었기에 모든 대부분의 상황들이 두렵기만 하다.
기록의 공백 뒤의 이야기
6년 전의 일기는 9월에 끝이 난다. 기록의 공백 속의 나날들을 되짚어보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누적으로 맞이했던 나의 우울증은 일과 마주하며 사그라들었다. 사무실에선 나를 배려해 줘서 백지휴가증을 줬고 쉴 만큼 쉬라셔서 나는 2주간 작년 가을 하늘이 높았던 시골로 내려갔고 아버지가 동행해 주셨다. 아버지는 당시에 내가 뜬금없이 시골에 가겠다는 얘기에 안 좋은 선택을 할까 봐 함께 가신 거라고 했다. 주변의 친구들도 자주 연락이 왔었는데 나 자신에만 신경 쓰느라 주변인들이 걱정해 주는 것은 몰랐었다. 스스로가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만들어낸 외로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시의 나의 얼굴을 바라볼 수는 없지만 짤막한 글 속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나의 삶의 행복을 위해 앞으로의 나날들을 위해 나의 오늘의 선택은 확실히 용기 있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이다. 운동을 하는 것도 가볍다. 점심을 먹는데 메뉴가 늦게 나오고 저녁의 샌드위치를 다 흘리고 시킨 메뉴가 덜 오고, 겁나 늦게 오고 모든 것이 나의 이 결단을 위한 것일까.
앞서 일기에는 진실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래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차피 거짓말을 써봐짜 이 글을 읽는 나는 다 알고 있다. 애써 밝은 척하려 노력하는 나 자신이 살기 위해 저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참 버티려고 노력 많이 했다.
잊고 있던 기억들
그 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의 아홉수는 이름값 제대로 했었다.
외로움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기록의 뒤편에서 나를 도와준 이들이 너무 많다.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