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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A Sep 20. 2024

00 프롤로그_ 나와 마주하는 시간

10년의 습관, 4년의 기록

일기를 쓴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던, 저의 일기 쓰기는 하나의 루틴처럼 저의 일상을 측량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일기를 쓰지 못하는 나날들은 해시태그를 걸어 매일의 주요 사건들을 적어두고 시간여유가 있을 때 일기를 몰아 쓰더라도 어떻게든 글을 써 내려갔고, 하루에 일부, 나의 시간들을 기록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조차 없는 삶의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기에 집착했던 저의 시간들은 그 축적된 깊이가 10년이 넘었습니다. 다만, 기록해 오던 일기장의 분실과 이를 보완해 기록하던 노트어플의 오류로 그 기록 중 남아있는 기록은 7년 전부터 시작되며, 그중 매일매일의 시간이 담겨있는 기록은 4년 전부터 남아있습니다. 잃어버린 기록들에 아쉬움은 있지만 그만큼의 인생이 내 안에 스며있다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지워냈다는 긍정적 생각도 듭니다.

 

일기를 쓰는 일은 특별한 듯 흔한 습관입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그만큼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가벼운 습관입니다. 그렇기에, 그 시간의 깊이가 깊을수록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그 허들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집착을 하게 되는 단계에 닿게 되기도 하죠.

 

나와 만나는 시간


저의 일기의 목적은 "어바웃 타임"입니다.

어바웃 타임 속 주인공은 자신의 시간을 2배로 살아갑니다. 첫 번째 시간은 정신없이 살아가다가, 똑같은 하루를 두 번째로 보내게 되었을 땐 오늘 하루를 예상할 수 있기에 커피를 시키고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보고 인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갑작스러운 문제에도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나의 오늘을 알고 있으면 가능한 어바웃타임의 초능력을 제가 가질 수는 없지만 따라 해볼 수는 있습니다.


이따금 저는 작년 이 시간으로 시간여행을 갑니다.

같은 온도, 같은 시간 속에 연도 속 숫자만 다른 지금 저의 그날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좀 더 어립니다. 당시의 나에겐 그날의 일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고, 왜 이렇게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나 원망도 가득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제가 바라보면 참 어리구나 싶은 게 그것보다 더 큰일들을 많이 이겨내고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엄청 대단한 것들을 해내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짧은 식견 속에 어떤 문제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물론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많았지만 대개는 심각한 단계까지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그 덕에 저는 오늘의 무거운 문제도 미래의 나에겐 한없이 가벼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그래 내일의 내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마음을 갖고 시간을 보냅니다.


Leap Year : 일기 잇기


4년 전과 오늘의 일기

저의 어바웃타임을 연재해보려 합니다. 말 그대로 일기이기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겠지만 분명 그 안에서는 오늘의 내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것입니다. 보통의 경우 오늘의 내가 상당히 위기에 처해있을 때 그 힘이 강해지지만 일단 있는 그대로의 나날들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대로 매일마다의 기록이 남아있는 시간은 4년 전입니다. 숫자는 불길하지만 맘에 듭니다. 4년마다 월드컵이 있고, 올림픽이 있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4년 뭐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2월 29일이 끼어있는 윤년의 주기도 4년입니다.


어긋남을 맞춰주는 시간

윤년은 양력의 오차를 줄여주는 4년마다 돌아오는 366일입니다. 윤년으로 생겨난 하루의 시간들이 우리의 달력과 계절을 일치시켜 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순서를 유지시켜 줍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하루는 그렇게 사소한 듯 중요하게 작동되어 우리의 시간을 바르게 세워줍니다. 어쩌면, 제게 사소한 하루하루의 일기의 가치와도 닿는 듯하고, 저의 어긋남을 맞춰주는 하루라는 느낌도 좋기에 흐뭇하게 실실 대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왜 인지 윤년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제목으로 쓰기에 사뭇 망설여지기에 이 좋은 뜻을 못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제게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윤년을 영어사전검색을 했고 Leap Year라는 어감 좋은 영어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뛰다, 도약하다. 의 뜻을 가지고 있는 Leap에 Year가 붙은 것인데, 시간의 도약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개인의 도약과 발전에도 그 뜻을 담을 수 있기에 안 그래도 기분 좋은 뜻에 좋은 느낌이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Leap Year라는 제목에 한글 부제 '일기 잇기'를 붙였습니다. 부제도 실은 수많은 부제들 중 '일기 읽기'를 떠올리고 적어나가다가 발음이 어려워 그냥 발음이 되는대로 '일기 잇기'라고 부르니 4년 전 나의 일기와 오늘의 일기를 잇는다는 의미가 돼서 오히려 좋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일기에는 저의 새로운 도약의 첫걸음으로 이 글이 기록될 것이고 훗날 미래의 제게 일기 속 오늘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될지 더 기대가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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