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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서 처음 얼마간은 일본 스타일로 밥을 먹기 위해 애썼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듯, 김치 없는 밥상에 도전해 봤다.
가벼운 한 끼 식사로 덮밥 만한 게 없다. 조금 여유가 있을 때면 미소시루(된장국)과 맥주 한잔을 추가한다. 이렇게 먹는 한 끼는 꽤 든든하면서 로컬 한 기분이 든다.
아직 혼자서 요리할 엄두가 안 나던 때 저녁은 덮밥체인 스키야(すき家)에서 이런 식으로 먹었다.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이주일이 지났다.
아, 안 되겠다…!
역시 한국 사람은 김치가 필요해. 스키야를 나와 그 길로 근처 대형슈퍼로 향했다. 아직 한국산 김치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아쉬운 대로 중국산 김치를 하나 사 왔다. 며칠 동안 숙성시킨 뒤, 김치볶음밥을 해 먹었다.
그제야 진짜 밥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퍽살로 목이 멜 때 짜릿한 탄산 가득한 사이다를 마셔 속이 풀리던 것처럼. 그래, 이거지. 이거야.
그렇게 이주만에 김치 단절 선언은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