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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11. 2022

일본은 느리다. 무엇이?

일본에는 빨리 빨리 DNA가 없다!

"팩스로 발주서 보냈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과거 대표적인 정보통신수단이었던 팩스.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보급화되고 이메일 사용이 일상화 되면서 일반 가정은 물론 회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나 또한 나름 팩스와 인연이 깊은데 어릴적 집에 팩스기가 있기도 했고 군대에서는 무려 팩스전송병이었다. 어쨌거나 그 이후로 팩스를 접한 기억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직도 팩스가 주류(主流)인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명함에 팩스번호가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 물론 과거보다 이메일을 통한 정보통신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팩스가 없으면 불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카탈로그 잡지에는 여전히 팩스주문서가 들어가 있고, 정보를 이메일이 아닌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내가 경험한 일본의 느림


일본은 사회 전반적으로 한번 익숙해진 것을 바꾸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행정처리가 그러하다. 아직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익숙한 듯 하다. 이번 코로나19 긴급지원금 신청때도 사실상 우편으로 신청했어야 했다. 지역 시청에서 보내온 신청서에 이름 쓰고 인감도장 찍고 일본의 주민등록증격인 마이넘버카드와 은행카드를 복사하여 붙여 넣었다. 그리고 다시 우체통으로. (상세내용은 하기 URL참조해주세요.)


https://hmstory.net/318/jp-supports-fundig-mail/

그나마 이 경우는 일방적으로 보내기만 하면 되는데 결과를 통보 받기 위해서는 편지봉투 안에 반송용 봉투(우표 붙인 것)를 동봉해야 한다. 이번에 한국에 잠시 출국하기 전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를 받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청 홈페이지에서 양식을 다운로드 받은 후 내용을 기입하고 접종내역과 신분증 복사하여 동봉. 그리고 반송용 봉투에 접종증명서가 회신되어 오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등본에 해당하는 주민표 같은 경우도 마이넘버카드의 등장(2016년)으로 편의점에 있는 프린터기로 발급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민원24 같은 온라인 서비스는 아직 꿈의 이야기이다.


또 하나 느린 것이 금융. 일단 우리가 흔히 쓰는 체크카드는 내가 일본에 처음 간 2013년도만해도 드물었다. 일본 대표 은행 중 하나인 미츠비시UFJ은행에서 VISA 체크카드(debit card)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2013년 11월 20일이다. 그마저도 연회비 1,050엔! 최근에는 체크카드와 현금카드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도 많이 등장했지만 아직도 (나를 포함)이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은행송금도 실시간이 아니다. 동일 은행이면 그나마 빨리 들어가는데 타행 이체일 경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수십분정도...?) 그리고 은행 영업시간(보통9:00~15:00) 이전이나 이후 송금이나 이체분에 대해서는 영업개시 전까지는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미리 계획을 세워놓고 움직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 관광 주의사항 중 항상 등장하는 것이 '카드결제가 안되는 곳이 많다.'는 것. 이 말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지난 2018년 하반기에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에서 PayPay(페이페이) 라는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캐쉬레스도 일본내에서 본격적으로 대중화 되기 시작했지만 카드결제 NG, PayPay OK인 경우 또는 양쪽 다 안되는 경우(즉, Only Cash)인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하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일본에 관광 왔거나 또는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 입에서는 '답답하다'는 말이 연신 새어 나온다. 


그런데 일본이 정말 느린걸까? 


일본은 행정이나 공공인프라 서비스들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린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메뉴얼(절차)을 중시하는 국가 답게 행정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일 하나 처리되는데 수개월은 기본으로 걸린다. (그래서 한국 업체들에게는 일본과 거래할 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관계를 유지하라는 어드바이스를 하고는 했다.)


그런데 일본에 10년정도 살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일본이 정말 느린걸까? 라고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빨리 빨리'라는 것이 몸에 익숙해서인지 지금의 서비스도 느리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의 속도감에 익숙해 있다. 나 또한 처음에 느리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그다지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지고 있다. 


간혹 일본 외 다른 국가에서 유사 서비스 체험담을 올린 글들을 보아도 일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런걸 보면 한국이 유독 빠른 것이 아닌가 싶다. 이따금 한국에 들어갈때면 놀라고는 한다. 매년 외형적으로 달라지고 있으니까. 오히려 나의 모국임에도 외국에 온 기분이 들 정도! (내 머릿속 한국의 이미지는 일본에 오기 전, 그러니까 2013년도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면에서 한국은 정말 스펙터클 변화무쌍한 나라이다. 반면 일본은 조용히 밑을 다지며 나아가는 나라이다. 이는 서로간의 성격 차이인 것이지 장점 또는 단점이라고 말하기에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일본이 느린게 아니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정말 빠른 것이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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