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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13. 2022

일본은 살기 좋은가요?

일본생활의 장점과 단점 

"형민님. 일본생활 어때요? 살기 좋은가요?  아- 나도 일본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종종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답답한 대한민국에서의 삶을 벗어나서 이국(異国)에서 살아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이미 각종 매체에서도 다루어 진 적이 있다. 여러나라 중 그나마 한국과 가깝고 언어도 비교적 배우기 쉽다고 알려진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살기 좋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에 따라 일본은 살기 좋을 수도 아니면 차라리 대한민국이 나을수도 있으니까.


일본이 살기 좋다고 느끼는 순간


그냥 순전히 내 기준에서 일본이 살기 좋다고 느끼는 순간은 '자유(自由. Freedom)'를 만끽할 때 이다. 한국에 있었으면 당장 가족에서부터 친인척, 친구, 회사동료, 또 그의 가족 등등까지 다양한 인연의 실타래들이 얽히고 설켜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있으면 (어느정도) 이로부터 해방 된다.


더욱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만큼 옆사람 일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 이 때문에 조금 고독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익숙해지는 순간 마음이 편하다. 일본사회에 뿌리 밖힌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지인 또는 직장 동료들이랑 식사를 하러 갔다고 치자. 요즘은 덜하다고는 해도 주로 특정 한사람이 돈을 내는 경우가 많다. 1차는 네가 내고 2차는 내가 내고.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처럼 한 턱 내는 (おごる:오고루) 경우는 많이 없다. 총 금액을 인원수만큼 나누어서 낸다. 즉, 더치페이가 일반적이다. 


얻어 먹게 되면 상대방에게 빚을 지었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결국 나도 그에게 갚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꼭 음식에만 해당하는 경우는 아니고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기브엔테이크에 대한 사고방식이다.


더욱이 일본은 안과 밖 (内와 外)에 대한 구분이 있다. 가정에서의 나, 회사에서의 나, 동호회에서의 나. 각각 영역 안에서는 그 속 안에서의 나로 살아가지만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전혀 다른 내가 되고 다른 누구도 영역 밖의 나의 구역에 침투해서는 안된다. 


그런면에서 개인 카톡으로 업무를 주고 받고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을 것이다. 개인 카톡(일본의 경우 라인)은 프라이버시 영역이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과 공유 할 필요도 없으며 서로 아이디를 알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별도로 회사 업무용 어카운트를 개설하거나 카톡 외의 커뮤니케이션툴을 활용하고 그 안에서만 소통한다. 


한국에서의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느꼈다면 일본(사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나라이다.


일본이 살기 나쁘다고 느끼는 순간


반면 일본이 살기 나쁘다고 느끼는 순간은 단연 '음식'때문이다. 일본음식이 맛 없는 것도 그렇다고 한국음식을 안파는 것도 아니다. 한류열풍 이후로 다양한 한식당들이 많이 생겨났고 도심지에서는 쉽게 한국식자재를 구할 수 있다. 도쿄의 경우 한인타운인 신오쿠보나 또는 일반 마트에서도 신라면, 한국산 김치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CJ bibigo브랜드 상품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할까. 역시 본 고장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원재료도 대게 일본 또는 중국산 재료이고 어느정도 현지 로컬화 되어 있다보니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어딘가 모르게 사뭇 다르다. 한국식당이 있다고는 해도 메뉴들이 한정되어 있으니... 예를 들어 다음날 해장을 위해 순대국을 먹고 싶다고 해도 일부러 한인타운까지 나가야 하고 한그릇에 1,000엔 이상이나 하니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였을까.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하루에 한끼 순대국을 먹었다. 일주일 이상이나.) 


그리고 반찬. 일반적인 일본 식당을 가면 주문한 메뉴 외에 추가로 나오는 것은 거의 없다. 물 한잔과 채소 초절임(스즈케:酢漬け)정도가 전부다. 기무치(한국식 김치가 아닌)도 종지그릇 하나에 담아 나오는게 1~200엔은 하니 밑반찬은 사실상 포기를 한다. 마트에 가도 당연히 일본식 반찬들 밖에 없으니 집에서도 거의 단품(単品)으로 먹거나 인터넷에서 주문한 한국산 김치정도 올려 놓고 밥을 먹고 있다. 


가끔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볼 때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다. 너무 먹고 싶은데 우버이츠(일본에서 배달앱은 우버이츠가 대세다)를 찾아봐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는 한국 음식을 배달 시킬 수 있는 곳이 없다. 


나는 적어도 음식 때문에 향수병은 안걸릴 줄 알았다. 일본 돈코츠라멘이나 초밥(寿司)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럭저럭 견뎌 왔으니까. 그런데 일본생활 10년만에 지독한 한국음식 향수병에 걸려버렸다.


(그러고보니 지진에 대한 공포가 조금 있기는 한데,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다고 믿고 살 수 밖에 없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어디든 살기 좋은 곳이다.


일본생활을 해오면서 단 한번도 이 선택에 후회해 본 적은 없다. 생활이 만족스럽기도 했고 이국적이었던 풍경이 지금은 일상이기 때문에 특별히 좋다, 나쁘다라는 구분도 의미가 없어졌다. 


'돈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일본생활에 대해서 이 이상의 평가를 하는 건 아마 어려울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일본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주변 신경쓸 것도 없고 비싸든 싸든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월세나 차량 유지비 걱정 없으니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치안도 대체로 안전하니 안심하고 생활 할 수 있고. (일본은 보통 주차장도 별도로 월세 계약을 해야한다. 또한 고속도로 통행료도 비싸다. 서울-양양 고속도로비용이 6,000원대라면 일본내 비슷한 거리까지 대략 5배 이상한다.) 


그런데 이렇게 적다보니 꼭 일본이 아니어도 어느 곳이든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고. 월급으로 한달 한달 살아가는 우리네 소신민들의 삶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주제로 2021년 9월에 등록한 포스팅입니다.)

https://hmstory.net/1434/japanlife-merit-demerit/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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