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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08. 2022

도쿄와 서울이 비슷하다고?

같지만 다른 두 나라 수도의 모습

지옥철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다.


아침 7시만 지나도 초록색 띠를 두른, JR야마노테선(山手線) 전철은 점점 붐비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8시를 넘어서면 차내에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퇴근길도 마찬가지다. 꾸깆꾸깆해진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 집에 빨리 가고 싶은지 더이상 공간이 없어 보이는 열차 안으로 비집고 들어간다. 길에서 바라보는 전철 속 풍경은 마치 콩나물시루 같다. (일본어로 비슷한 표현에는 스시즈메(すし詰め)가 있다.)


도쿄와 서울이 비슷한 것


먼저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행정구역상으로 도쿄는 서울시(市)와는 달리 도쿄도(都)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쿄는 그 중 23구(区)에 해당하며 여기에는 신주쿠구, 시부야구, 시나가와구 등이 포함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도쿄도에 있는 니시도쿄시(西東京市)이고 베드타운 같은 곳이다. 


도쿄도의 전체 면적은 2,194 km²로 그 중 23구는 627.6 km²로 29%를 차지한다. 서울시 면적은 605.2 km²이기 때문에 23구의 면적과 거의 비슷하다. 인구수도 올해 초 통계에 의하면 각각 약 971만, 950만이기 때문에 얼추 비슷하다. 비슷한 얼굴의 사람들이 비슷한 면적의 땅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두 도시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일까? (심지어 모국어의 어순도 비슷하고 말이지.)


그 외에는 또 무엇이 비슷할까? 아마 사람 사는 모습일 것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많은 회사들이 도쿄 23구에 밀집해 있다. 당연히 길거리에서 정장차림의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새내기들부터 은퇴 후 고문역으로 일하고 있는 6~7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한대 뒤섞여 있다. 점심시간에는 식당이 발디딜틈 없이 꽉 차 있다. (그래서 일부러 점심시간을 오전 11시 30분이나 오후 12시 30분 이후로 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리고 늦은 오후 시간부터는 퇴근길에 술 한잔 걸쳤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쿄와 서울이 다른 것


그러나 도쿄와 서울이 유독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소음(騒音)의 차이다. (이걸 소음이라고 표현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길가나 대중교통, 식당 등 어느 곳에서나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 특히 도쿄에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인들은 '주변에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周りに迷惑かけないように)'고 교육 받고 자라온다. 외부 공간에서 전화통화를 한다는 것은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피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누군가 대중교통으로 이동 중에 통화를 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눈치를 줄 것이다. 식당에서는 나가서 통화하라고 제재를 받는다. 


일전에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온 한국 거래처분이 전철 안에서 큰소리로 통화를 시작하였고 흠칫 놀라 주변을 보니 다들 이상한 눈초리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그에게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 했고 이후로 도쿄에 오는 사람들에게는 사전에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려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도심이지만 높은 건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얼마전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강남 등 중심지에는 높게 뻗은 빌딩 뿐만 아니라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있었다. 도로에는 차들이 뒤죽박죽 엉켜있고 여기저기 크락션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반면 도쿄에는 300m이상의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2021년 현재 가장 높은 상업용 빌딩은 토라노몬힐즈 (虎ノ門ヒルズ)로 그 높이는 256 m이다. 이러한 빌딩들은 미나토구, 신주쿠구, 시부야구, 시나가와구 등 일부 지역에 있고 일반적으로 5~10층 사이가 많다.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무래도 지진 등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건축물 높이 제한이 우리나라보다는 엄격하게 적용 된 탓일 수도 있다. 고개를 높이 들어올려서 봐야 하는 건물이 그리 많지 않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네모 반듯하게 솟아 있고 길거리의 사람들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도로 위 차들 또한 앞차가 빨리 가든 늦게 가든 크락션을 울리지 않는다. 오로지 엔진소리와 길가 옆으로 지나가는 전철 소리만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울 뿐이다.


이것이 내가 보고 느낀 지난 10년간의 일본, 도쿄의 모습이다. 


※도쿄 23구 인구수 출처 (도쿄도 통계자료) https://www.toukei.metro.tokyo.lg.jp/jsuikei/2022/js226f0100.pdf

※서울 인구수 출처 (통계청 통계자료)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B040A3&checkFlag=N

※빌딩 높이 출처 https://thetowerinfo.com/ja/tall-buildings-tokyo/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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