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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14. 2022

열정페이가 싫어서 창업했는데

자본주의 세계 속 최악의 경제적 선택

"아이~형민씨가 우리 회사 직원인 것 처럼 움직여주면 되잖아요. 명함도 파드릴께-!"


안녕하세요. 글쓰는 창업가 김형민입니다! 사회생활 초년생때 '야근'은 나의 열정을 보여주는 가장 쉬우면서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밤, 주말 가리지 않고 기꺼이 일에 제 시간을 투자했었죠. 물론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성공(...?)인데 그대신 잃은 것들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시력저하, 허리통증, 소흘해진 (그럴 수 밖에 없는) 자기계발 투자 등등...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그만큼의 대가(Return)가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살아도 부자가 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바로 이놈의 '열정페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 명제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모든 것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우리는 회사에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능력(스킬)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침9시 출근-오후 6시 퇴근 (8시간 근무)는 절대적으로 보장 받아야 합니다. 추가 근무를 원할 경우 그에 합당한 보상을 당연히 받아야만 합니다. 


"우리 회사는 서비스 잔업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그만 두었던 회사 사장님이 했던 말입니다. 서비스 잔업...?! 무슨 말인가요 그게. 직원들 복지는 늘리지 않으면서 회사를 위한 복지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꼴입니다. 말로는 회사 매출이 성장하면 상여에 이를 녹여준다고는 하지만 계약 되지 않는 구두상의 말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습니다.


즉, 8시간 이상을 일하는데 추가적인 임금(잔업 수당)을 받지 못할 뿐더러 문서화 되지 않은 약속만 믿고 일 한다는 것은 시간당 나의 임금의 가치를 깍아 내리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그 일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만족한다면 별개입니다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 되고 있고 어제까지 천원 주고 샀던 것을 이제는 1,200원 주고 사야하고 금리도 빅스텝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내 급여는 늘기는 커녕 제자리인데다 서비스 잔업까지 하면서 열정페이를 스스로 지불하면서 시간당 급여가치를 깍고 있다면 모두가 그토록 꿈꾸는 경제적 자유는 점점 멀어져만 갈겁니다. 


거래처도 열정페이를 요구하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저에게 일거리를 주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위에서는 서비스 잔업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막상 사업을 하게 되니 어떻게든 성과 잘 만들어서 다음 안건도 따내고 싶은 마음에 일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제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거래처에서 저에게 의뢰 한 일 이상 벗어나는 일 들을 요구해 오는 사례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디자인 작업만 하기로 상호 협의하고 그 한도내의 비용을 청구하기로 이야기를 끝마쳤는데, 사무처리, 시장조사, 영업...까지 점점 요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추가 의뢰에 대해서 일절 '돈' 얘기는 없습니다. 


"우리는 한배를 탔잖아. 형민씨도 우리 식구야"


죄송하지만 저는 식구 되고 싶다고 한 적 없습니다. 서비스를 요청하시려면 비용을 지불하셔야죠! 마치 회사에서 서비스 잔업을 요청하던 것 처럼 거래처에서도 서비스 +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1도 아니고. 나원참.


사실 저도 상대가 이런 말만 꺼내지 않았다면 알아서 도와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한번 호의를 베풀기 시작하면 그게 당연한 권리로 착각하는 경우를 많이 접했던 지라, 그 이후 이쪽 거래처 대표님에게 저의 역할 범위에 대해서 명확하게 전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속으로는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욕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직원도 아니고 이젠 직접 수익을 만들어서 생활비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정페이를 함부로 지불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말은 한 쪽에게 좋을지는 몰라도 다른 한쪽에게는 분명 무언가 마이너스가 날 것입니다. 자산을 늘려가도 부족할 시간에 열정페이라는 보장 없는 투자는 신속히 손절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코인투자가 더 안전합니다.)


열정페이. 요구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맙시다!


사진출처 :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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