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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16. 2022

일본취업은 한국보다 쉬울까?

일본은 구인난이다. 나는 구직난이다.

'일본은 구인난이라 취업이 한국보다 수월하다.'


이 말은 내가 일본에 오기전, 그러니까 2013년도에도 자주 들었던 이야기이다. 당시도 우리나라는 취업전쟁이었고 토익 8~900은 스펙의 기본이 아닌 기초였고 못해도 자격증 3~4개 정도는 더 있어야 그나마 서류광탈 방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구직난인 한국에서 눈을 돌려 해외로 나아가 보라는 듯 정부에서 나서서 다양한 해외취업 알선 프로그램들을 선보였고 그 중 일본도 있었다.


2022년 일본 취업시장 상황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하는 통계 자료 중 '유효구인배율(有効求人倍率と)'이라는 것이 있다. 구직자 1명당 몇건의 구인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비율이 1 이상일수록 취업이 쉬운 상태를 이야기 한다. 2022년 5월 현재 1.24배로 일 할 의사만 있다면 취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 이 통계는 일본의 공공취업알선소인 하로워크에 등록된 구직자, 구인건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일본 전체를 대변하기는 힘들다.) 


실제로도 거리를 지나다녀도 여기저기 구인광고를 내건 매장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고 TV CF나 지하철에도 취업 포털 광고가 끊임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재직했던 회사에서도 대체인력을 찾기 위해 구인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대형 구인 사이트에 계속 공고를 올리고 있었지만 결국 사람을 뽑지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 되었던 소비도 다시 되살아 나고 있는 분위기다. 야간영업을 9시까지하던 제한도 사실상 없어졌으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실외 마스크 착용도 자율로 바뀌면서 외부 활동이 늘어나고 지역 상권이나 내수경제에도 활력이 다시 생겨나고 있는 분위기이다. 


엔화 약세로 자동차・부품 등 제조산업 수출이 탄력을 받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 입국도 제한적으로나마 재개를 시작하면서 여행, 호텔, 소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구인을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인에게 열린 취업시장인가?


나는 대학에서 일본학(日本学)를 전공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일본어 N1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고 일본어만 잘하면 일본에 취업 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 와보니 알겠다. 일본어는 어디까지나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을.


일본어만 잘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 일본 사람들이 기본으로 하는 일본어를 잘한다고해서 (아무리 구인난이라고는 해도) 일본회사들이 두손두발 벌려 환영할 일은 없다. 나도 이래저래 여러 이력서들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데 거기에는 대체로 '일본어 실력 네이티브급'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본에서 초중고, 대학교육까지 다 받은 사람 아니고서는 일본어를 네이티브만큼 (단어의 2차, 3차 의미까지 정확히 살려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인 일본어가 아닌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이 플러스 알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바로 IT이다. 지인이나 대학 선후배들 중 IT자격을 가지고 일본으로 취업한 케이스들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컴퓨터를 대부분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특히 일본의 10~20대들은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부터 시작한 세대들이다보니 컴퓨터(엑셀 포함) 조작이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다. 컴퓨터에 프린터 드라이버 하나 설치하는 것도 서비스센터에 연락해서 기사를 호출하는 식이다. (실제로 그렇다.)


IT 등 특정 직군에 특화해서 준비한다면 한국 이상으로 열린 취업시장이 되겠지만 만일 (보통 또는 그 이하 실력의) 일본어 외에 특별난 것이 없다면 한국보다 더 혹독한 취업시장이 일본이다. 내가 일본에서 서류를 광탈 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때문일 수도 있다. 


'죄송하지만 우리 회사는 일상적으로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소통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들었던 서류 탈락 이유이다. 그나마 나는 이커머스(EC) 분야 일본 자격증 취득을 하고 경험도 쌓았고 코로나 이후 수요가 높아지는 직군이 되면서 이직을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IT (프로그래밍 등)에 비해 배우면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분야이다보니 경쟁률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고 당연히 일본인들에게 밀리기 쉬어지고 있다. 


그러니까 일본은 취업하기 쉬운(구인난) 것은 맞지만 한국사람에게는 한정적으로만 열려 있는 곳이다. 따라서 양질의 일자리는 일본사람에게 우선이다. 일본 취업을 위해서는 한국 취업 이상으로 피나는 노력과 또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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