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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28. 2022

일본 식탁 위에는 두루마리 휴지가 없다.

내가 쓴 건 두루마리 휴지. 네가 쓴 건 토일렛 페이퍼

"두루마리 휴지가 왜이렇게 없지?"


일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기억이다.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근처 마트로 갔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고 마지막으로 휴지를 구매하려고 위생품 코너로 갔다. 그런데 두루마리 휴지가 흰색 무지의 일반 화장지로 단면 또는 두겹(더블)로 된 것 이외에는 그다지 찾아 볼 수 없었다. 엠보싱 화장지...는 아마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대신 다양한 패키지의 갑 티슈가 가득했다.


일본에서도 두루마리 휴지는 토일렛 페이퍼


갑 티슈보다는 두루마리 휴지 사용이 익숙했기 때문에 이후로도 줄 곧 두루마리 휴지를 사용했다. 그러다가 일본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고 식당에서도 두루마리 휴지가 없는 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일본에서는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써. 이름도 토이렛 페이퍼잖아."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두루마리 휴지의 마땅한 표현을 몰라 티슈라고 했었는데, 일본어로는 영어식 표현 그대로 써서 '토이렛또 페파(トイレットペーパー)'라고 부르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화장실을 주로 토이레(トイレ)라고 표현하는데 두루마리 휴지는 이름 그대로 화장실에서 쓰는 화장지의 종류로 인지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 관광 왔을 때 가정이나 식당 테이블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쓰는 것을 보고 컬쳐쇼크를 받았다는 외국인들의 이야기가 나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화장실 외의 공간에서는 대체로 갑 티슈를 쓴다. 그러다보니 시중에도 갑 티슈가 두루마리 휴지보다 종류가 많았던 것이었다. 우리집에도 거실과 방에 각각 커버를 씌운 갑 티슈가 있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자연스럽게 나도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에서만 사용하게 되었다.


두루마리 휴지는 토일렛 페이퍼가 아니다.


일본의 쇼핑몰에는 디자인이나 실용성이 가미 된 갑 티슈 케이스나 보관함은 많은데 두루마리 휴지 관련 아이템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에 비한다면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두루마리 휴지 아이템이 존재한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도 '두루마리'가 아닌 '토일렛'이라는 단어가 붙었었다면 주로 사용하는 장면이 달라졌을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이나 타 국가에서처럼 화장실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드는게 아니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용하기 편하도록 다양한 가공(엠보싱 등)을 한 휴지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굳이 외래어로 표현하자면 롤티슈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20년초 코로나 기승으로 일본 전국 각지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었었고 그 흔하던 토일렛 페이퍼 조차도 구하기 힘든 지경에 놓였었다. 지금은 8롤에 대략 250엔대 하는 것이 펄프 대란도 겹치면서 1롤에 100엔 이상은 거뜬히 넘는 일도 벌어졌었다. 그 당시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롤티슈를 일반 티슈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니 문화(환경)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두루마리 휴지를 식탁에서 사용 하지 않는 일본에 놀랬던 나와 반대로 일상생활 어디서나 이를 사용하는 우리에 놀랬던 일본(외국)인들. 그런데 어느순간 서로가 놀랬던 그 반대의 입장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있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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