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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25. 2022

일본에 오래 살면 일본어 원어민 수준이 될까?

일본어는 배우기 쉽다(?) 시작하기 쉽다(!)

"형민이 이제 일본어 네이티브급이겠네!"


일본에 산지도 어느덧 10년정도 되었고 일본어에 대한 부담도 그다지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일본 뉴스를 보며 출근 준비를 하고 점심시간 식당에서 일본어로 주문하고, 퇴근길에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여기저기서 일본어가 들려온다. 24시간 365일 사방이 온통 일본어 천지.


그럼에도 내가 과연 일본어 원어민 (네이티브)수준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일본어는 배우기 쉬운 언어다?


일본어를 배우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처럼 영어가 싫어서, 그나마 배우기 쉽다고 알려진 일본어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일본어를 배우고 난 이후 J-POP, J-DRAMA에 한때 열광했었다.)


일본어가 배우기 쉽다고 여겨지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어순이 같다는 점이다. 문장구조가 주어, 목적어, 동사 순으로 되어 있어서 문장을 받아들이는데 영어보다 거부감이 덜 할 것이다. 그래서 외국어임에도 금새 머릿속에서 뜻이 이해가 되는 아주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언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로는 일본어와 한국어 발음에 비슷한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문은 신붕(しんぶん), 가방은 카방(かばん), 연필은 엔피츠(えんぴつ)와 같은 식이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도 했고 일부 과거 일제 잔재로 인해 일본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는 것도 이유 일 것이다. 가끔 일본어 표현이 잘 생각 안나는 것을 일본어 스럽게 발음하면 얼추 맞는 것들도 있다. (이 방법을 지금도 종종 쓴다.)


그런데 일본어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점이 있다. 우선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한자가 큰 복병이다. 한자 표기가 거의 사라진 우리말과는 달리 일본어는 한자 의존도가 상당히 강한 언어이다. 일본 사회생활에 필요한 한자를 가르켜 상용한자(常用漢字)라고 하는데 2010년 11월 30일 기준, 2136자가 지정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정규교육과정을 받아오면서 이 상용한자에 준하는 한자를 습득하게 되는데 그렇지 못한 나와 같은 외국인은 부단히 암기하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초등학교 6년동안 배우는 한자인 교육한자(教育漢字)는 이보다 적은 1,026자이다. 상용한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범위인데 이 교육한자만 알아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자 학습이 어려운 이유 중 또 하나로는 한자 하나에도 다양한 발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로 음(音. 음독)만을 활용하는 우리말과는 달리 일본어는 뜻(訓. 훈독)도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날 생(生)의 경우 음으로는 세이(せい), 쇼우(しょう), 뜻으로는 나마(なま), 우무(うむ), 이키루(いきる), 이카스(いかす)로 읽히는 식이다.


일본어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는 간혹 어순(실은 표현순서)이 다른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왔다 갔다'라고 하는데 일본어로는 갔다 왔다 (行ったり来たり)라고 하거나 이것 저것을 저것 이것(あれこれ)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발음상에 장음이 존재하고 (선생님에 해당하는 센세이도 발음은 센세에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음의 높낮이가 있는 것도 복병이라면 복병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영어를 공부할껄 하고 여러번 후회 했다. 시간 대비 효율은 왠지 영어가 좋을 것 같다.)


일본에 오래사는 것과 일본어 실력의 관계


국내에서만 외국어를 학습하는 것보다 해당 언어권 국가에 가서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 분명 습득면에서 좋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늘상 일본어에 노출 되어 있으니 억지로라도 공부를 더 하는 셈이다.


사실 대학시절까지만해도 일본에만 가면 당연히 일본어를 잘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교환학생을 다녀 온 선배나 후배가 생각보다 일본어를 못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공부는 제대로 안하고 놀다 온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일본에 와서 보니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들과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더라도 꾸준히 학습해야 하고 학습한 단어가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나오게끔 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가 쓰일 수 있는 장면을 내 머릿속에 각인시키거나 그 상황에 지속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영어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런데 24시간 365일 일본어로 대화 할 수 있는 상대는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일상 생활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한정 일본어를 학습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일본에 수십년 살았지만 일본어로 말 한마디로 제대로 못하는 사람, 일본인과 결혼 했어도 여전히 한국식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나 또한 익숙해진 단어와 표현들로 대다수의 대화를 이어간다. 아직도 일본어로 된 책이나 문장, 또는 방송을 봐도 모르는 단어가 이따금 튀어나오고 금새 사전을 찾아보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내가 습득한 일본어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캐치했다가 금새 테스트 해 볼 수 있으니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쉽사리 이동 시킬 수 있다. (아마 이것이 현지에 사는 가장 큰 이점일 것이다.)


그러니까 일본에 오래 살았다고 '일본어 네이티브급' 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국내 학습자에 비해 그렇게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  것이다. 나도 아직 감히 네이티브급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 아직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고 외국인이라서 커뮤니케이션 안된다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의 일본어를 구사하고 싶을 뿐이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있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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