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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Jul 29. 2022

일본에서 지진과 함께 산다.

오늘도 지진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지진.

"또 지진인건가?"


잠이 채 깨기도 전인 오전 6시 36분. 미묘하게 침실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약 3초 정도로 길지는 않았지만 지진이 올때면 들리는 창틀 흔들리는 소리도 들렸다. 눈을 떠 야후 재팬 어플을 보니 지진이 맞았다. 극히 예민한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진도 1이였지만 말이다.


일본에 지진은 얼마나 자주 오나?


지난 2021년 일본 기상청 정보에 따르면 진도 1 이상 지진 발생 회수는 2,406회였다고 한다. 동일본대지진이 있던 2011년에는 10,680회, 구마모토 지진이 있던 2016년 6,587회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2,000회 전후로 지진이 발생한 셈이다.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회수와 진도가 다르지만 단순 계산하면 지진이 매일 일본 어디에선가 5회 이상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니 진도2 이상을 통계기준으로 잡고 있는데 연평균 약 90회 내외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진도 1 (통계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를 제외한 진도 2 이상을 기준으로 보니 약 730회 꼴이었다. 우리나라보다 8배 이상 많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나라 면적, 각 지역이 처한 다양한 지리적 상황으로 절대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내가 지진 전문가도 아니기도 하고)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지진이 많은 것만은 확실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 가정에는 지진을 대비한 방재용품을 구비해 놓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회사에서도 지진 대피에 대비해서 안전모 등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생활용품점에 가도 각종 방재용품이나 지진때 옷장이나 가구 등이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정장치들을 팔고 있다. (이번에 가방 펀딩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멘트를 보니 방재용품 수납용으로 구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진과 함께 산다는 것


일본생활을 시작한 2013년, 천장에 달린 전등이 흔들리는 모습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있으면서 경험해 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지진이 왔을 때의 대처요령 또한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제 지진은 익숙한 일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지진이 와도 보통 진도1에서 2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깐 흔들리다가 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TV로 보던 것처럼 찬장에 있는 그릇들이 떨어져 깨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지진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핸드폰에서 울리는 지진 경보음이다. "지신데스~지신데스(지진입니다)"라고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긴박한 목소리의 음성이 나온다. 이 소리 때문에 지진을 인지한 적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새는 이게 울리지 않는다. 왜지?)


그럼에도 이따금씩 오는 진도 3이상의 지진은 여전히 무섭다. 얼마 흔들리지 않다가 금새 잠잠해지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체감상 약 2분 가까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작년말즘이었던 것 같은데 처음으로 집안에 있는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3층짜리 맨션의 3층. 다행이 집 바로 앞에 재해 대피소로 지정된 초등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지진으로 집이 흔들리고 있는 동안 집 밖으로 신속히 나가는게 좋을지 아니면 집 안에서 쓰러질 만한 가구가 없는 자리에서 지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게 좋을지 (지금도) 판단이 잘 안선다. 


주로 금새 끝나는 지진이 대다수였기에 "흔들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이번에는 조금 길게 흔들리네?", 그리고 "집 밖으로 지금이라도 뛰쳐 나가야 하나"라는 식으로 사고의 흐름이 바뀐다. 아무리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불안한건 어쩔 수 없다. 


나와 같은 외국인은 물론 많은 일본인들에게도 지진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 일 것이다. 이길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항하느니 현명하게 자연재해 위기를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있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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