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형민 Sep 02. 2022

일본에 산지 10년. 나에게 남은 것은?

설레임. 일상. 그리고

2013년 하반기에 일본에 왔고 2022년 하반기인 지금 이곳에 거주한지 만 9년, 횟수로 10년에 들어섰다.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어느덧 3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다.


설레임에서 일상이 된 곳


중・고등학교 일본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사범대  성적이 되어 교직이수 가능한 인근 대학으로 진학했지만 국립대 통폐합으로 인해 선발 T.O 줄어들면서 턱걸이 탈락. 높아지는 취업 문턱에서 일본어 관련 전공 메리트가 줄어 들  같아 부랴부랴 복수전공을 선택하고 포기한 일본 교환학생. 어렵게 일본 해외영업직으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정작 일본 바이어 앞에서 얼어 붙어버린 . (그리고 가혹 했던 사수)


청소년기와 20 초중반까지 '일본'이라는 키워드는 늘상 나와 함께 했다. 특별히 일본(문화) 좋아 했다기 보다는 처음으로 몰입할  있을 정도로 흥미를 느낀 대상이 일본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면서 일본에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는데  회사 퇴사와 함께  기회를 간신히 잡을  있게 되었다.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일본 도쿄에 도착했고 주말에는 아침 6시부터 일어나 도쿄 근교 사방팔방을 막차 시간 전까지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고 개인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정리해서 올리느라 시간 가는  몰랐다. 그러는 사이 인턴으로 있던 회사에서 정사원으로 취업이 되었고 얼마 후에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었다.


그리 풍족한 생활은 아니었지만 가슴 한켠에 가지고 있던 '' 실현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겨   있는 에너지가 되었고 너무 행복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거주한지 3, 5  이상이 될수록 점점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할  없는 일상 루틴과 매일 타는 만원 전철. 점점 물려가는 일본 음식.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함이 없는 환경. 세상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던 일본인들로 부터 받았던 일종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


설레임이 점점 일상이 되니 결국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똑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한민국에서도 외국인 취급을 받아야 하나


일본에서 사는 동안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1년에 2~3차례는 왔다 갔다 했다. 일본에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것이 변해가고 있었다. 갑자기 여기저기 늘어서는 대형 신축 아파트, K-POP으로 빌보드를 석권하고 대한민국의 삼성이 전세계의 삼성이   변화의 속도가 빨라 한국에 가면 오히려 여기가 외국 같다는 생각이  정도였다.


그런데 일본에 있다 보니 (이건 해외생활 하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들이 상당히 많았다. 한국사람이기에 한국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할 일들이 있고 그럴려면 회원가입을 해야 했는데 거기에는 필수적으로 '휴대폰 인증' 필요했다. 온라인뱅킹 하나를 이용하려고 해도 액티브X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 설치가 필수였는데 일본어 OS 환경에서는 글자가 깨지기도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지금은 이러한 부분이 많이 해소되기는 했다.)


그리고 뒤늦게 나마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시야에 두고 있는데 일본에 있는 기간 동안 나는 한국에서 무직자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20대때와는 다르게 30, 그리고 40대를 향해 가는 지금은 신용(대출) 대한 부분도 신경쓰지 않을  없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것을 알아보았는데 소득이 국내에서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국내에서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한 조건을 요구하는건 당연히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엔화 환율까지 나빠져 이곳에서 저축한 돈을 한국에 보내면 보낼수록 손해가 생기는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외국인인데 한국에서 조차 외국인과 같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살아 볼 만 한 곳


비록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일본에서 살았던 지난 10년간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단 1도 후회는 없다. 만약 2013 당시 일본행을 택하지 않았었다면 아마 가슴 한켠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만 있었으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본 생활의 이모저모를 피부로 체험했으니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자산이   같다. 취업비자를 서류부터 준비해서 발급 받아보고,  계약 하러 부동산 체인을 돌아다녀보고, 라멘 맛집 탐방도 하고, 일본인들만 있는 곳에서 회사생활도 해보고,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자동차로 운전도 해보고 캠핑도 하고... 수를 헤아릴  없을 정도의 경험이 남아 있다.


출근 길에 스카이트리가 꼭대기까지 보이면 그날은 대체로 맑았고 회사 옥상에 올라가면  멀리 후지산이 보였다. 퇴근후에는 강이 흐르는 공원을 달리며 야간 조명이 켜진 스카이트리를 보며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었다.


만약 일본에서 살아도 괜찮을지 고민 하는 후배가 있다면 최소 1 이상은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에 일본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1월의 하츠모우데(初詣) 시작으로 4월에 하나미(花見), 5월에 골든위크(ゴールデンウィーク), 8월에 오봉(お盆), 12월의 연말연시(年末年始)까지. 여기에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우리나라와 애증의 관계라고는 하지만 삶의 터전으로만 본다면 일본은 그래도 살아볼 만 한 곳이다. 이것이 일본에서 10년간 있으면서 느낀 솔직한 감정이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 에티켓. 전화는 밖에서 그리고 조용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