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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Oct 15. 2022

일본에서 첫 집 구하기

Ep08. 일본에 편의점만큼이나 많은 이것!

"외국인은 어렵겠는데요."


이제 비자도 받았겠다, 일 끝나고 와서 주변사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반년동안 거주했던 쉐어하우스를 떠나 혼자 자취할 수 있는 공간을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이 사는 곳 근처에 부동산 점포가 있어서 주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일본스러운 직사각형 구조의 사무실 안에 길게 늘어선 책상 사이로 직원과 고객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나도 이윽고 자리에 앉아 상담을 시작했고 몇몇 물건들에 대해서 소개를 받았다. 그러던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어 견학(시타미下見)를 하러 가기 전에 집주인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글쎄 외국인은 사절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아무 연락 없이 자국으로 귀국한 외국인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방의 물건들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당연히 방세 또한 내지 않았던 터라 뒤처리를 하는데 많은 일본 건물주들이 고생을 했었다고 한다. 그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일본에서도 부동산은 결국 발품이다.

우리나라에 있을 때 대학교때 자취방을 구한 것 말고는 특별히 집을 구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나마도 학교 근처 건물들에 붙여진 벽보를 보고 구했었기 때문에 부동산에 갈 일은 없었다. 현재 살고 있던 쉐어하우스도 마찬가지였지만 혼자 살 원룸 이상의 보통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가야만 했다.


다행이 호무즈(ホームズ) 같은 부동산 검색 서비스들이 있었고 이곳에서 예산과 지역들을 설정해 몇몇 집들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전세 개념이 없다. 기본은 월세다. 거기에 첫 계약시 보증금 같은 개념인 시키킹(敷金)과 사례금인 레이킹(礼金), 중계수수료 등이 추가 된다. 보통 각 항목마다 집세의 0개월치가 들어간다. 시키킹은 집 퇴거시 집 수리비 같은 것을 제외하고 돌려 받을 수 있지만 레이킹은 돌려 받지 못한다. (2년마다 갱신이 돌아오는데 보통 1개월치 집세로 갱신비를 내야한다.)


나의 경우는 그다지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키킹 1개월치 (또는 퇴거시 지불)에 레이킹 0인 물건을 중심으로 찾았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에 문의를 남기니 담당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거의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는 집들을 둘러보러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부동산을 가도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했던 물건은 일종의 홍보용이었고 지역네 동일한 물건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부동산 업체들이 보는 공인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심지 주변에는 편의점만큼이나 부동산 체인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 같은 공인중개사 사무소 같은 느낌도 있지만 아파만숏뿌(アパマンショップ)같은 체인이 더 많다.


그러니 본인의 접근성을 고려해서 부동산 방문 일정을 잡으면 된다. 물론 각 체인들마다 특징이나 이벤트들도 조금씩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어느정도 조사해보고 가면 도움이 된다. 간혹 해당 부동산에서만 취급하는 특가물건들이 나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러나 저러나 발품이 최고였던 것이다.


#드디어 일본에 첫 집이 생기다.

대략 한달동안 3~4곳의 부동산을 방문했던 것 같다. 조금 마음에 들려고 치면 외국인이라고 입주를 거절하는 주인이 있기도 했고 또는 시키킹, 레이킹이 2개월치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역세권이라서 접근성이 좋기는 했지만 집도 너무 낡았고 왠지 불량배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방문한 한 물건이 마음에 들었다. 역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이기는 하지만 걸어서 3분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 되었기에 오히려 좋은 선택지였다. 그리고 주택가 안쪽에 있는 2층 건물의 작은 방이었고 지은지 10년도 되지 않은 깔끔한 건물이었다.


처음 구했던 집의 구조도 (마도리間取り)

하나 신경쓰이는 것이 있다면 방의 메인 벽면이 샤시문이었는데 건물 통로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었다. 커튼을 치더라도 왠지 집안이 보일 것 같아 걱정되었는데 셔터문이 달려 있었다. 더욱이 이 방은 시키킹 후불에 레이킹 0, 중계수수료 할인하는 이벤트 물건이었다! 그래서 이날 냉큼 계약하겠다고 하고 계약일정을 잡고 쉐어하우스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보름 뒤 계약과 비용지불을 완료한 뒤 부동산에서 키를 무사히 전달 받았다. 그리고 쉐어하우스에도 퇴거 신청을 하고 버스로 2~3차례 이동해서 이사를 끝을 냈다.


사회생활 시작하고 서울에 있는 작은 고시방에서 시작해 일본 쉐어하우스를 거쳐 이제야 온전한 방(원룸)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장 벅차고 행복했던, 또한 희망으로 넘쳐 났던 시기였던것 같다.


(한가지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집을 낮에 봤어야 했다. 밤이기도 했고 집에 전등이 달려 있지 않아서 부동산 직원이 가져온 후레쉬를 키고 방을 살펴봤다. 이 집은 낮에도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서 기온이 조금만 습해져도 집안에 습기가 너무 잘찼다. 그래서 사는 내내 곰팡이와의 사투를 벌였어야만 했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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