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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Nov 09. 2022

너무나 행복했던 일본에서의 출근길

Ep10. 출근하는게 행복했던 기억이 또 있을까?

'빨리 월요일이 됐으면 좋겠다...'


미치지 않고서야 직장인이 월요일이 기다려진다는게 말이 될까? 그런데 나는 그랬다. 꿈에도 그리던 일본생활을 시작했고 더욱이 정사원으로 전환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너무나 좋은 상사들까지!



출/퇴근길마저 즐거웠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도쿄도 고토구 스미요시(東京都江東区住吉)에서부터 회사가 있는 오다이바(お台場)까지는 버스로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였다. 직행버스가 없어 중간에 몬젠나카쵸(門前仲町)에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오다이바는 매립으로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일본 도쿄 관광코스로 항상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쇼핑시설이 많고 후지텔레비 사옥과 대기업 오피스들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대신 평일에는 유동인구가 적어 상점가도 일찍 닫고 버스 막차시간도 빨랐다.


그럼에도 그런것들이 하나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9시가 업무시작 시간이었는데 나는 그보다 30분 이상은 일찍 도착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타임카드를 찍고 주변 청소를 간단히 한 후 자리에 앉아서 메일함을 체크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사무실에 대화소리가 오가기 시작하고 중간 중간 팀 미팅을 하다보면 금새 점심시간. 점심을 먹고 오다이바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그리고 다시 오후 업무를 하고 날이 어두워진 오후 7시경 퇴근 준비를 했다. 


오다이바 점심 산책길 풍경 (1)
오다이바 점심 산책길 풍경 (2)


그러고보니 근무시간이 오전 9시~오후7시였던 것 같다. 토요일 격주 출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근무조건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이런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일본에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으니까.


집에 돌아갈 즈음에는 같은 방향에 퇴근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물론 조용히) 간혹 중간 경유지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술을 한잔 마시거나 집이 근처인 장 과장님 집에 가서 함께 고기도 구워먹기도 했다.


그러니까 하루, 하루가 나에게는 마치 신나는 놀이와도 같았다.



늘 오늘만 같아라


업무도 한국 중소기업들의 일본 진출을 서포트 하는 일이 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나의 목표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더욱이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과도 호흡이 잘 맞으니 재미가 없는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마음속으로 '늘 오늘만 같아라'를 수도 없이 외쳤다.


어렵게 취업했던 첫 직장에서 인격모독적 언행도 서슴치 않았던 사수 밑에서 견딜 수 없어 3개월만에 박차고 나왔던 터였다. 자신감이라고는 온데간데 없었고 사회생활은 나와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에 가득 차있던 찰나에 오게 되었던 일본이었다.


퇴근 후에 먹는 돈코츠 라멘과 시원한 생맥주. 일본 여행때나 잠깐 잠깐 느끼던 것들을 매일 같이 누릴 수 있고 나를 괴롭히는 상사도 없으니 여기야말로 지상낙원이었다.


하루, 이틀, 한달, 그리고 1년.


중간 중간 힘든 일들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잘 견디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늘 오늘만 같기를 바랬던 것은 큰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우리팀이 오다이바와 본사 근무팀으로 나누어지게 되었어..."


팀을 이끌어 왔던 부장님이 그날처럼 힘 없어 보인적도 없었다. 신주쿠 본사 간부회의가 끝난 후 긴급하게 소집된 미팅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동안 최상의 호흡을 맞추어 왔던 팀이 두 동강 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부장님을 포함한 두 분의 과장님과 인턴은 오다이바에, 차장님, 나 그리고 일본인 스텝은 본사 근무 지시가 떨어졌다.


계속 이어질 줄 알았던(사실 바랬던) 행복한 출퇴근 시간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 다가왔던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도 빨리.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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