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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Feb 14. 2023

일본에서 찾은 나만의 힐링 여행지

Ep19. 살아남으려면 힐링해야 한다.

'이렇게 살다가는 몸도 정신도 금방 망가지고 말겠어....'


전직 후 불과 3개월도 되지 않았을때부터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회사 입사전 72kg였던 몸무게는 단숨에 64kg정도까지 급격하게 내려갔다. 새로운 업무를 익혀야한다는 부담감과 연이어 터지는 크고 작은 실수들, 그리고 일본어까지...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점점 식욕이 없어졌고 일이 정시에 끝나질 않아 매일 같이 밤 늦은시간까지 야근이 이어졌다. 단숨에 이 회사의 임원급까지 올라가겠다던 입사 당시의 포부는, 어느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사람은 힐링이 필요하다.


나의 이런 이상 상태를 눈치 챈 것은 당연히 옆에서 늘 함께 해주는 여자친구였다. 나만큼이나 일로 스트레스 받고 있었을텐데 고맙게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오빠. 우리 이번 주말에 바다가 보이는 (인피니티) 풀에 가자"


간혹 유튜브나 미디어를 통해서 고급 휴양지에서 인피니티 풀을 즐기는 영상들을 봤었다. '돈 많이 벌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나와는 당장에 연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비싸지 않을까...?"

"걱정마. 이미 다 예약도 해놨어!"


이미 예약까지 마쳐둔 그녀. 도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카나가와현 오이소(神奈川県大磯)에 있는 오이소 프린스호텔(大磯プリンスホテル)이었다. 나를 위해 힐링여행일 생각하던 중 때마침 특가 정보를 발견하였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고맙다.)


금요일도 밤늦게까지 업무가 이어졌지만 내일이면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던 것 같다.


'그래. 가서 피로도 풀고 기분전환도 하고 오자! 재충전이 필요해.'



바다와 풀(Pool), 그리고 힐링.


당시에는 운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차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대략 2시간 30분정도가 소요되었지만 출근길 기차와 여행길 기차는 분명 그 느낌부터가 달랐다.


기차안에는 창밖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일본 기차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풍경들 사이로 전직 이후의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이윽고 오이소역에 도착하였고 호텔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작고 아담한 시골마을 같은 풍경이 펼쳐졌고 얼마지나지 않아 호텔 근방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다시 도보로 5분 정도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앞쪽으로는 큰 수영장과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미 내 몸에서 힐링 반응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오이소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해수욕장이 생긴 곳이라고 한다.)


호텔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야외 풀장과 그 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신속히 호텔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고대하던 인피니티풀장에 들어섰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풀장 끝선으로 펼쳐진 드넓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려서부터 속초에서 자라와서 그런지 이상하게 바다만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바다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풀장은 파도가 치지 않기 때문에 물 속에서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더욱이 온천풀이기에 물도 따뜻했고.


학수고대하던 오이소 인피니티 풀장. 바다가 보여서 매력있다.


바다와 풀, 그리고 온천까지 즐기며 지난 피로와 스트레스들을 잠시나마 잊어 낼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올 월요일 따위 생각할 틈이 남아 있지 않았을 정도니까 제대로 힐링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날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로도 지인들, 가족들과도 함께 방문했다. 그때마다 너무나 좋았지만 이때만큼의 감정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전직 이후 찾아왔던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와 스트레스에 무너져 가고 있던 나를 잠시나마 해방시켜 주었던 그 시간. 그 풍경, 그 느낌.


이 힐링여행이 있었기에 거기서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현 시점과는 다른 것들이 있을 수 있으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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