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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지만 영어공부 합니다.

Ep20. 맥도날드를 마쿠도나루도라고 말하지만 영어는 일본에서도 중요하다

by 형민

"제가 일본어 가르쳐 드릴게요. 영어 알려주세요!"


당시 전직한 회사에는 해외영업부서가 있었다. 미국이나 홍콩 등 국가에서 유통되는 브랜드의 일본판권 협상과 이후의 거래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일본어 보다는 영어가 더욱 중요했다.


이곳에 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들어온 팀장님이 계셨다. 그는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었지만 일본어는 이제 막 입을 튼 정도였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그런 팀장님을 위해 개인 일본어 교사도 붙여 주었다. (이직 조건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런 그의 능력이 부러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일본어만 잘하는 한국인


일본에 살아가야하니 당연히 일본어는 중요하다. 일본어를 못해도 물론 살아갈 수 있다. 다만 그만큼 활동 반경이 좁아진다. (어느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일본어 통역을 옆에 두기도 하지만 일반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니 논외로 치자.)


나도 어느정도 일본어가 입에 붙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TV에서 나오는 일본 예능이나 드라마, 뉴스를 불편함 없이 볼 수 있게 되었고 일본인들과 농담도 주고 받고 업무미팅도 하고 말이다.


기왕이면 원어민스럽게 구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일본어 원서 소설을 달달 외우기 까지도 해봤다. 음성을 들으면서는 그들 특유의 억양도 따라해 보았다.


'일본인인 줄 알았어요!'

이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를 희열을 느꼈다. 아마 일본생활 초반에 일본어 어눌한 외국인이라고 일종의 차별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평생을 일본어 화자로 살아온 이들만큼 일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미처 학습하지 못한 장면(상황)에서는 그에 알맞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고 억양도 무너져 내렸다.


그렇다고 이 갭을 메우고자 그 수많은 장면을 새로 학습한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일본어를 원어민 스럽게 사용하는 것은 정말 나에게 중요한 걸까?



일본어는 부족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위에 예로 들은 팀장님 외에도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지인들이 몇 있었다. 그들의 일본어는 사실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부족하다고 생각들 정도로 (강하게 말해서)형편 없었다. 다만 그들이 장착한 영어라는 '무기'는 막강했다.


일단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일본인은 체감상 우리나라 사람보다 그 수가 적었다. 예전에 면접을 봤던 한 일본 중소기업 임원은 심지어 '토익'이 뭔지도 몰랐을 정도다.


하지만 사내 공용어로 영어를 채택하거나 토익 800점대 이상이 지원자격인 기업들도 있고 영어 능력을 발휘해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하여 몸값을 높였다는 스토리가 일본 매스컴에서도 조명 되면서 젊은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반응이 이전과는 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본어는 부족해도 영어를 잘하는 외국인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다. 특히 한국사람들에게 일본어는 배우기 쉬운 언어이다. 그래서 그정도 디메리트는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내 지인들도 처음에는 20점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었는데 어느사이엔가 60점 이상으로 성장해 있었다. 여전히 80점대에 머물러 있는 나의 일본어보다는 부족하지만 그 갭 이상을 영어로 단번에 메꾸어 버렸다.



일본에서 영어공부하기


온라인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보니 일본의 많은 시스템들이 미국으로부터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대표적 쇼핑몰인 아마존재팬과 포털사이트 야후재팬(검색엔진은 구글 시스템을 사용한다.)만 하더라도 미국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조금더 발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하려면 영어는 필수인 것이다. 더욱이 일본 외 국가를 갔다 와보니 역시 영어는 필수로 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나에게 영어란...


평생 필요 없을 줄 알았다가 취준생일때 취업하고 싶은 회사가 토익 800점 이상이 응시조건이어서 부랴부랴 반년간 독학으로 공부했던 것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


다시 시작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 할지 몰랐다. 그동안 일본의 영어회화 어플을 구독해보기도 하고 서점에서 단어장이나 원서를 사서 한단어, 한문장 달달 외워보기도 했다. (일본어 교재로 공부하면 일본어와 영어 양쪽다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착오였다. 양쪽다 공부하는 사이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 요즘은 영화 대본 쉐도잉 방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때마침 구독중인 클래스 101에 영화 'HER'과 관련된 강의컨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공부했으면 놓쳤을 것들을 선생님이 있으니 포인트를 잡으며 해나 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제는 하루 중 일본어보다 영어를 입으로 내뱉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간단한 말 몇마디만 적거나 말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부디 일본어만큼이나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일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입니다. 현 시점과는 다른 것들이 있을 수 있으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했으나 일부 편협하거나 주관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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