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어 : 기계
저는 30대에 혈액암을 진단 받은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회복 중인 작가 장봄날입니다.
앞으로 100일간 '씀' 어플에서 주어지는 제시어로 암에 걸리기 전의 생각과 암에 걸린 후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DAY 1. 제시어 : 기계
[암 이전]
나는 나를 기계처럼 다루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계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빠른 은퇴를 위해서 말이다. 이 직장에서 앞으로 30년간 더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투자에 눈을 돌렸다. 잠을 쪼개어 부동산 투자 공부를 하고 직접 임장을 다녔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이 아니었다. 젊으니까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나는 늘 나에게 채찍질을 해댔고 그 결과 암이 찾아왔다.
[암 이후]
'띠 띠 띠 띠 ...' 항암제가 달려 있는 기계에서 하루종일 같은 소리가 나고 있다. 병실은 적막했고, 가끔가다 항암제가 막힐 때 울리는 경고음만이 내 잠을 깨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오셔서 혈압을 재고 체온을 잰다.
항암 이후 나는 매일 12시간마다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했다. (그 외에도 하루 10알이 넘는 약을 먹고 있다.) 12시간마다 건전지를 갈아끼우듯 내 몸은 약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기계가 되었다. 어딜 가더라도 면역억제제를 놓고 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서 이 면역억제제를 끊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