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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프로듀서 250(이오공) -[뽕] 리뷰

뽕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하고 세련된 대답.

250(이오공) [뽕] 리뷰
- 뽕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하고 세련된 대답.

뽕이란 무엇인가. 흔히 노래에 ‘뽕끼’가 있다는 말은 촌스럽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뽕 발라드, 뽕짝 등 본토의 세련된 느낌을 내지 못한 음악에 대한 비하적인 표현으로 쓰인다.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음악은 한국 본토의 것이 아닌 서양에서 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 음악에 담겨있는 뽕끼란 숙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뽕이 신파적인 노래의 구성이나 민요적인 창법, 혹자는 그것이 언어에서 주는 고유의 느낌에 있다고 말한다. 트로트에서부터 K-pop에까지 방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뽕의 기운을 간단히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귀로 들으면 즉각 그 뽕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아, 이건 뽕이야.   


뽕이란 무엇인가. 그 정확한 답은 명확한 문장보다 좋은 음악이 될지도 모른다. 250의 [뽕]은 뽕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음악으로서의 대답이다. 그런데 뉴진스, ITZY, NCT127 등 누구보다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온 250에게 뽕은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댄스음악과 뽕이 엄연히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사실 90년대 말 코요테 음악을 들었을 때, 춤을 추면서 슬픈 노래를 하는 것이 이상했어요. 당시 음악계에서는 뽕짝에 대해 부정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픈 노래에 춤을 췄죠. '한국인 정서로는 기쁨만으로 춤을 추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 예전에 우리 장례식장에서는 더 크게 떠들고 그랬었잖아요. '슬플 때는 춤을 춰서 날려버리자'라는 정서죠.”


신나는 리듬에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 그것은 좋은 댄스음악이면서 뽕의 정서이기도 하다. 이것이 250의 음악과 뽕이 만나는 접점이다.   

뽕이 담긴 음악은 다양하지만 이 앨범은 확실히 신바람 이박사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이 앨범을 만들면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의 오프닝은 항상 이박사의 멘트로 시작된다. 수록곡 곳곳에도 이박사의 흔적이 서려있다. 그렇다면 이박사의 뽕짝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그것은 관광버스에서 어머님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 일명 관광버스 음악이다.    


관광버스 음악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구석이 있다. 160bpm이라는 무지막지한 템포에 정신 사나운 신다사이저 사운드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경박하거나 시끄러운 소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정도는 되어야 한 많은 우리 어머님들을 위로할 수 있다. 관광 온 어머님들의 팁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이박사의 음악은 80, 90년대 어머니들의 한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2번째 트랙 ‘뱅버스’는 그것을 전면적으로 담아냈다. 160bpm의 빠른 템포는 사람을 정신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이박사식 뽕의 매력이다. 얼핏 들으면 무당이 작두를 타고 펼치는 굿 같기도 하다. 정신없는 꽹과리 소리는 자극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대체된다. 강렬하고 쉬지 않은 고음역대의 자극이 굿처럼 우리들의 한을 풀어주고 있다.

   
                  https://youtu.be/aunbwaZ7Q1o

이박사의 음악 이외에 다른 모양의 뽕도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첫 번째 트랙 ‘모든 것이 꿈이었네’는 이박사 음악 작곡자인 김수일 선생이 직접 불렀다. 노인의 구슬픈 음성으로 모든 것이 꿈이었다며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다. 1980년대 사용한 어설픈 관악기 신다사이저 사운드를 복각해 사용했다. 마지막 트랙 ‘휘날레’는 아기공룡 둘리 오프닝 송을 부른 오승원 씨가 참여했다. 깊은 잔향과 오승원 씨의 앙칼진 목소리가 어린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https://youtu.be/xICSRpVzATI     


             https://youtu.be/dAV5u-GOHJ4

이 두 트랙은 시간을 넘나 든다.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간접 경험하고 하교 후에 가방을 내던지고 봤던 만화영화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두 가수의 목소리와 복각된 사운드 때문이다. 김수일 선생의 노래에는 민요적 창법이 오승원 씨의 노래에는 아직 북한에 남아있는 이른바 신파창법이 담겨있다. 예전 신디사이저로 어설프게 따라 했던 악기 사운드들은 이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사운드로 덫입혀진다. 이러한 사운드와 보컬을 250은 촌스럽지 않은 따뜻한 질감으로 만들어 냈다.   


이처럼 250은 [뽕]의 시작과 마지막을 노스탤지어에 기대고 있다. 이런 음악을 우리는 레트로 음악이라 부르던가. 하지만 이 음악을 단순히 레트로 음악이라 규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뽕]이 만들어낸 레트로 그 이상의 것. 뽕의 미학을 다각적으로 담아내고 그것을 과거에 두지 않고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창조해낸 [뽕]의 미학적 성취 때문이다.    


그래서 250의 [뽕]은 그가 오랫동안 찾아다녔던 질문, 뽕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하고 세련된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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