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비치는 인간의 본성
신을 믿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이야기를 믿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서 자녀대행 AI로봇 데이빗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을 대체하는 대행 로봇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되어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에서 피노키오 이야기를 꺼내 보인다. 사람이 되고 싶은 인형 피노키오가 푸른 요정을 찾아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
데이빗은 그 이야기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자신을 그 모험에 던진다. 근데 이야기를 믿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데이빗을 만든 하비 박사는 AI의 발전이 이야기를 믿고 모험을 하는데 까지 도달했다며 감탄한다. 그것이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성경이 그렇다. 성경은 누군가에게는 재밌는 이야기이거나 신화일 뿐이다. 하지만 데이빗에게 피노키오 이야기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이에게는 삶을 던지는 믿음의 대상이 된다.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난 데이빗의 모험은 피노키오 이야기를 믿으면서 시작되었다. 생존과 안위를 위해 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던져 모험을 떠나는 무모함. 그리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신비로운 감각. 이야기를 믿는 것이, 신을 믿는 것이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본성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