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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y 31. 2021

Shall we dance?

벼룩의 춤


      뛰어야 벼룩?      



벼룩이 뛸 수 있는 높이는 어느 정도일까? 나는 벼룩이 아니지만 사는 게 벼룩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소리 지르고 힘껏 뛰어보지만 어휴~ 뛰어야 벼룩이다.  엄마 휴업하고 싶다 외치지만, 부엌 졸업하고 싶다고 외치지만 현실은? 나는 오늘 다시 부엌에 들어간다. 뛰어야 벼룩인가?      


       Shall we dance?   

 

일요일 오후는 대청소 시간이다. 아이들이 성인 나이가 되었고 밖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 함께 모이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일요일 점심은 같이 먹자고 했다. 모처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 청소를 한다. 각자의 역할에 따라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걸레질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내 담당은 역시 부엌이다. 일주일치의 반찬을 간단하게 만들고 싱크대 냉장고 등의 청소를 한다. 평일에 부엌을 탈출하기 위한 부엌일이다. 사 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야말로 배달음식의 쓰레기도 감당이 안되고 환경, 건강, 재정을 생각하니 집 반찬을 거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이 없을 정도의 반찬을 만든다. 가능하면 냉장고를 턴다는 생각으로 있는 재료를 활용한다.           


일주일 먹을 반찬들 


함께 집안일을 하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창을 열고 음악을 틀고 함께 집안 청소를 하는 것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나 혼자 할 때의 힘든 그 일이 함께 하니 즐거울 수 있었다. 내 몸에 들어갈 음식을 만드는 일, 내가 사용할 화장실을 빛나게 하는 일, 내가 쉬는 거실을 단정하게 하는 일. 그것은 일이라기보다 그냥 삶의 한 부분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추는 춤이었다. 음악에 맞춰 마음과 몸이 춤을 춘다. 칼도 도마도 그릇도 물방울도 공기도 같이 춤을 춘다.      



     이젠 스탠바이 그런 거 안 해요!      


누군가의 밥을 준비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 대단한 일을 대부분의 주부들은 평생을 한다. 그래서 주부들의 시간은 식사시간으로 쪼개어져 있다. 밖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누구 한 사람 식사를 놓치지 않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는데 연락 없이 오지 않거나 들어오면서 “나 안 먹어요 밖에서 먹었어요” 할 때의 그 맥 빠짐의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토록 화가 났을까? 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린 내 황금 같은 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까? 나도 그 시간에 하고 싶은 일 많았는데 준비를 위해 내 계획을 포기했는데 이거 뭐지?



그래서 이제는 그런 거 안 하기로 했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이제는 챙겨 먹을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만들고 챙겨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일요일엔 어느 정도 필요한 반찬을 만들어 둔다. 식사시간에 함께 못 먹게 되면 각자 있는 것을 챙겨 먹거나 스스로 만들어 먹는다. 따로 시간을 보내고 따로 먹는 경우가 많지만 사정이 되어 같이 먹게 되면 또 즐겁고 좋다. 처해진 사정 안에서 각자를 존중하는 것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 존중의 대상에 엄마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도 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스탠바이 그런 거 안 하기로 했다.      



탈출하니 (엄밀히 말하면 탈출의 과정이다) 일요일의 부엌일이 한결 즐거워졌다. 일요일의 오후는 벼룩의 춤추는 시간이다. 자, 벼룩들! 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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