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름으로

캠벨이 개발한 캠벨포도

by 나모다



4월 어느 날 포도농원 지나는 길에 신기한 잎을 만났다. 불그스름해서 꽃인 줄 알았는데 한참을 기웃거리며 발길을 떼지 못하는 나를 보고 농장주인이 나와 설명해주셨다. 잎이란다. 잎과 꽃이 동시에 핀다고 한다. 저 녀석이 피면 곧 꽃이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캠벨포도! 익숙하게 먹는 포도열매지만, 어떤 과정을 지나 열매가 되는지는 모르는 채 지내왔는데 열매의 원초를 보는 느낌이라 신기했다. 포도나무의 새잎과 꽃. 4월 말이면 꽃이 한창이라고 한다. 한강 이북에서는 캠벨 종류만 경작이 가능하고 5.6월경에 우리가 즐겨 먹는 포도는 수입종이 대부분이란다. 국산 포도가 나올 때면 수입을 안 하는데 수요공급을 맞추려는 정책 때문이리라.


4월에 만난 캠밸포도나무의 어린 잎


"캠밸 포도알 보이나요? 지난번 지나다 목격한 캠벨 포도나무의 잎들이 제법 커져서 이젠 외관상으로 어엿한 포도나무 같아 보인다. 어릴 때 띄던 붉은빛이 사라지고 푸르르고 넓적한 잎사귀로 나무가 울창해졌다. 근데 자세히 보니 조그만 알들이 보인다. 허걱! 포도열매! 저게 자라서 8월이면 달달하고 검은 포도가 된다니... "


이렇게 이야기하며 사진을 올리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찍어놓은 사진 파일을 찾을 수 없다. 이런 기계적인 부분에 취약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언젠가 찾게 되면 이곳에 업로드할 수 있기를 바라며..


9월쯤엔 녀석의 맛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마음에 꾹 저장해놓고 올해는 직접 와서 포도를 사 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캠벨포도를 잊고 바쁜 시간을 지나다 잠시 한적한 시간에 다시 찾은 포도농원. 7월의 포도농원은 이렇게 변해 있었다.

안을 볼 수 없도록 봉지에 씨워진 캠벨포도 7월의 어느 날.

아뿔싸! 알알이 맺힌 포도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부지런한 농부는 어느새 하나하나 봉지로 포도를 싸 두었다. 완전히 영글어지면 상품이 되어 나갈 모양이다. 티브이나 영상에서 보면 포도를 직접 가위로 잘라 포장을 하는 모양인데, 캠벨포도는 미리 겉포장을 다 해두나 보다. 아마 수확이 임박해졌다는 신호이리라. 약간의 유통 과정을 지나면 식탁에서 포도를 만날 수 있을 것인데, 농장은 직거래밖에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꾹꾹 입력하고 포도가 도착하기를 기다릴 것이다.


아쉬워서 사진을 검색해보았다. 청포도의 모습, 그걸 포장지에 싸두면 저렇게 검보라빛 캠벨포도로 익어가나보다.


캠벨이 개발한 캠벨포도



캠벨포도는 국내에서 생식용으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이며, 전 세계의 다양한 포도 품종 중 당도가 낮은 편에 속하고 당도에 비해 산도가 강하여 한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품종이다. 일부 국내 주류업체에서는 이 캠벨 포도로 와인 양조를 시도하였지만, 낮은 당도와 큰 알갱이는 양조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한다.


무심결에 외국산이니 그냥 무슨 이름인가 보다 했던 캠벨포도의 이름은 미국에서 캠벨(Campbell)이라는 사람에 의해 육종育種 된 품종이어서 그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육종育種은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일로 선발법, 교잡법, 잡종 강세 육종법, 배수성 육조법, 돌연변이법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등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캠벨 씨의 연구 노력 덕택에 캠벨 포도종이 개발되어 식탁에서 새로운 품종을 즐길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캠벨들



캠벨은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스코틀랜드 가문의 성씨로 꽤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에서 캠벨을 확인할 수 있다. 글렌 캠벨 ( 미국의 가수, 배우) , 나오미 캠벨 (영국의 패션모델) , 닐 캠벨 (미국의 생물학자) , 브루스 캠벨 (미국의 배우), 조셉 캠벨 (신화학자)...

아주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미국의 세계적 비교 신화학자 조셉 켐벨(Joseph Campbell)! 각 나라의 신화의 의미, 비교를 다루는 깊이 있는 책들의 저술가로 특히 창작, 예술계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학자이다. 언젠가 그의 학문적 세계를 방문하고 싶어 몇 차례 두꺼운 그의 책을 빌려다가 읽어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여전히 내 게으름 때문인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신화 비교를 통해 그가 계속 주장하는 Follow your bliss (자신의 복을 따르라)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캠벨포도를 보며 캠벨이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속에 숨어있던 조셉 켐벨이 수면 위에 다시 떠올랐다. 미루고 있었던 조셉 캠벨에의 탐방이 멀지 않았을 듯싶다. 아니, 이렇게라도 하여 스스로에게 독려하는 결심인지도 모른다.


출하되어 도착할 포도를 생각하니 입에 시고 단 침이 돈다. 츄릅! 여하튼, 고마운 캠벨!




캠벨포도 좋아하시나요? 곧 식탁에서 만나게 되겠지요?


캠벨포도를 보며, 달고 신 새로운 품종의 포도를 개발한 캠벨 씨를 생각하며, 수많은 이름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캠벨 씨가 개발해서 캠벨 포도가 되었다면 나모다가 개발했다면 나모다 포도가 되었겠지요? 나만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열매 그래서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만의 열매는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당신에게도 당신 자신만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그 무엇!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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