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의 힘

by 나모다


올해도 변함없이 자두를 주문했다. 지인이 10여 년 아시는 분 농사지은 자두라 농약사용 않고 맛이 달아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만 배송하는 상품이라는 고급 정보를 얻어 황송하게 1년에 한 번 귀하고 맛난 자두를 넉넉하게 경험했다.


올해는 좀 늦게 연락이 와서 우리 가족 것과 선물용으로 몇 박스 주문을 했다. 물건이 모자라면 배송이 안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상업용이 아니라서.

무사히 도착한 자두. 그런데 열어보니 꼭지 상태가 좋지 않고 전체적으로 물기가 없어 보인다. 싱싱해 보이지 않다. 이게 무슨 일이람...


대구 영천지역에 태풍이 닥쳤다. 힌남노. 서울 경기지역은 용케 비켜갔지만 남쪽 지역은 피해를 당했다. 자두나무는 태풍에도 살아남았다. 농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살아남은 나무와 자두를 기뻐했다. 그래도 이걸 상품으로 팔 수 있을까 하고 지인에게 샘플로 한 박스를 보내고 주문을 하겠느냐는 확인을 했고 괜찮다는 사인을 받고 주문을 받았다. 그 연결망에 다행히 내가 속하였다. 그런데 아뿔싸! 하루 사이에 괜찮던 자두가 말라가기 시작했다. 단 하루 사이의 변화에 농부는 당황했으나 일단 받아 놓은 주문이라 배송을 하고 물건을 받은 후 연락을 하라고 했다. 가격은 자유란다. 알아서 내키는 대로 내세요.


나무는 태풍에 큰 타격을 입었고 겉으로는 나무가 멀쩡해 보이고 자두가 달려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어떤 이유로 나무는 뿌리로부터의 물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의 생존을 위해 자기 몸의 일부인 열매의 수분까지 다 끌어당긴 것이다. 대략 설명하자면 그렇다. 급작스런 나무의 수분 증발은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된다. 열매를 포기하고 나무의 뿌리를 살리는 극약처방이라...

설명을 듣고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생명의 힘! 위대한 자두나무의 결단! 무생물처럼 움직임 없이 그냥 서있는 듯한 나무이지만 처절한 생명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래서 하루 만에 수분을 뺏긴 자두. 이전처럼 탱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당도는 꽤 유지하고 있다. 처음의 실망감과 투덜거림은 온데 간데 없이 그저 마음은 고개를 숙이고 숙연해졌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쪼그라든 그 꼭지 부분이 오히려 근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뿌리를 살려 겨울을 이겨내고 내년에도 열매를 맺는 나무를 기원하며 말라버린 자두를 먹는 마음이 비장해진다.


주문만 하면 돈만 내면 자동적으로 공급되어 먹는 줄 착각하고 살았던 안이함을 반성합니다. 농산물 이게 생명들이라 농부는 생명과 함께 웃고 우는 분임을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말라버린 자두 앞에 쓰라렸을 그 마음을 생각하니 아픕니다. 자두를 보며 생명을 생각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창고에 넣어둔 물건의 먼지를 털어내고 꺼내듯 서랍 속의 글을 꺼내봅니다. 말라버린 자두를 찍은 사진을 볼 때면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자두나무의 위대함을 다시 생각하며, 오늘도 자연에서 배우며 몇 달 전의 글을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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