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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y 07. 2022

그리그의 재해석

카티나 부니아티쉬빌리의 매력 속으로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1868년 그리그가 스물다섯 살 때 작곡한 곡으로 많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명곡이다. 북유럽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이 곡을 리스트가 접하고 “이것이야말로 스칸디나비아의 혼이다”라고 격찬한 바 있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쇼팽,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세계 5대 피아노 협주곡 중의 하나이다.  특히 1악장의 도입부는 매우 유명해서 CF의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였다.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음악도 연주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 전통적으로 루빈스타인, 예브게니키신,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연주도 좋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연주자 카티나 부니아티쉬빌리(Katina Buniatishivili)의 새로운 해석으로 그리그를 감상해보고자 한다.

   

이름이 꽤 어려워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 이름 카티나 부니아티쉬빌리는 1987년 조지아 출생으로 세 살 때 어머니 밑에서 피아노 공부를 시작하며 천부적인 두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그녀의 화려하고 과감한 연주 의상과 연주 태도 등이 익히 회자되어 유명세를 띠고 있고 언니 Gvantsa Buniatishivili 와의 듀오 연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 한국에도 방문하여 연주를 했다.

    

재즈바에서나 어울릴법한 반짝이는 빨간, 가슴이 살짝 드러나는 과감한 의상.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 클래식계에서는 논란이 많으나, 개인적으로 그리그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옷과 피부톤, 그리고 눈빛, 몸짓 모두 음과 함께 표현되어 광활한 북유럽의 해안으로 데려다준다. 연주를 즐기며, 지휘자와 다른 연주자와의 교감을 하는 모습을 연주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 아니고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쉽지 않은 음악의 세계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나 확연하게 느끼는 바 중의 하나는 음반으로 들을 때와 실제 현장에서 들을 때의 차이점이다. 음반은 모든 소음이 제거되고 오로지 음의 극도의 정갈하고 미세함을 전달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공연이 되는 현장의 공기, 무대 환경, 관객 역시 중요한 음악의 한 구성요소가 되는 것 같다. 해서 실제 연주를 선호하게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인해 무대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 음악가들도 기지개를 켜고 활발한 연주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음의 향연을 자주 즐겨보고 싶다.     


Greig, Piano Concerto in a minor Op.16. Khatia Buniatishvili (카티나 부니아티쉬빌리)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1악장 Allegro molto moderato. a단조

팀파니의 연타와 더불어 시작하는 1악장의 첫인상은 Am 하행 화음의 강렬함이다. 이 부분은 워낙 유명해서 일반인도 다 들으면 익숙한 부분이다. 관악이 이끄는 1 주제에 이어 첼로의 2 주제가 몹시 아름답고 평온하다. 강렬함에 이은 부드러움의 대비는 예술작품에서 많이 시도하는 표현방식이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주고받는 주제곡 및 피아노의 카덴자에 이어 다시 처음의 하행 화음으로 1악장이 끝난다.

카덴자(cadenza)는 곡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으로 협주곡의 1악장, 최종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가끔 삽입한다. 연주자의 기교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2악장 Adagio. D flat 장조 / 13분 14초부터

바이올린의 감미로운 선율로 시작해 피아노의 청아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선율이 이어진다. 옥구슬 굴러간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음의 영롱함을 즐길 수 있다. 사랑스럽고 예쁜 부분이 많다. 정말 작곡가들은 천재가 아닌가 싶다.     


3악장 Allegro moderato marcato. a단조 / 19분 27초부터

목관악기의 도입과 독주 피아노의 화려한 아르페지오로 곡이 시작한다. 중심이 되는 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론도 형식을 따른다. 무곡 풍의 빠르고 정열적인 제1주제가 제시되고 플롯이 2 주제를 연주한다.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는 화려한 전개에서는 피요르드 해안의 환상적인 자연풍경, 고난을 극복한 승리 등을 느낄 수 있다.     

아르페지오는 화음을 이루는  음들을 한꺼번에 소리 내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또는 오르내리는 꼴로 내는 것이다.



노르웨이 Fjord 피요르.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길고 좁은 만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피오르 지형으로 인한 거대하고 웅장한 절벽과 협곡에 대한 이해는 그리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노르웨이는 지형상 협만을 끼고 촌락과 도시를 형성했다. 또 협만을 끼고 형성된 평지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적의 침략을 방어하기 좋았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 유럽의 가장 북쪽 북극과 가까이한 추운 지역이고 서쪽으로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국토의 나머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북쪽의 찬 바람을 막아주고 서쪽의 따뜻한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위도에 비해 기후가 온난하여 사람들이 거주하기 적당하다. 바다가 잘 얼지 않고 호수처럼 잔잔하여 항구들이 잘 발달한 탓에 바다로 진출하여 교역과 원정을 하는 바이킹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나무위키참고)  

   

춥고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협곡과 거기에 생기는 만이라는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외부의 침략이나 자연조건을 견디고 스스로의 방어벽을 칠 수 있었고 오히려 바다로 눈을 돌려 자국의 힘을 키워나간 배경 등이 이해가 된다. 북유럽의 정서를 지형을 비롯한 자연환경과 음악을 통해 맛볼 수 있다.      






같은 곡의 다른 연주자의 해석도 감상하면 좋겠다. 80여 년 동안(1887-1982) 피아노계의 태양으로 군림한 명불허전 노장 Artur Rubinstein (루빈스타인) 절제된 감정의 연주도 감상해보면 좋겠다. 힘차면서도 서정적인 톤으로 작품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음악적 테크닉과 작품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연주자로 기억된다.

     

Greig, Piano Concerto in a minor Op.16. Artur Rubinstein (루빈스타인)


그리고 이 사람  julia fisher (율리아 피셔). 독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미국의 힐러리 한과 더불어, 정경화-안네 소피 무터로 이어지는 바이올린 여제(女帝) 계보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명 연주자. 그런 그가 2008년에 피아니스트로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함으로써 피아니스트로 공식 데뷔했다. 음악인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음악계의 천재. 피아노를 바이올린처럼 연주한다는 극찬을 받은 인물. 넘사벽 다른 세계의 사람. 한번 감상해볼까요?      


Greig, Piano Concerto in a minor Op.16. Julia Fisher (율리아 피셔)






지난 글에 이어 두 번째로 그리그의 음악으로 북유럽의 정서를 감상해보았습니다. 오늘의 주 연주자, 온몸으로 취한 듯 연주하는 카티나의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전통 클래식과는 또 다른 느낌을 원하신다면 언니와 함께 연주하는 리베르 탱고 곡도 감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피어내는 카티나 표 꽃들입니다. 피아노로 탱고 맛을 내다니!! 바로 여기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요? 동시대에 이런 연주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 듯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연주활동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됩니다. 당신의 감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살아낸 당신! 음악이 주는 쉼을 누릴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Khatia und Gvantsa Buniaishvili: Astor Piazzolla, Liberta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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