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테 혼나다

극도로 날카로워진 어미새

by 나모다



적의 침입에 노출된 이후의 변화


까마귀의 공격에 노출되었던 어른 새는 단단히 경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며칠 내내 둥지 위에 앉지도 않고 살짝 거리를 두고 주변을 살피는 어미새는 작은 변화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더 이상 새들의 소리는 경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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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 근처를 순찰하듯 방어하는 어미새

방문을 열어 환기도 시켜야 하고, 아기새의 상태도 틈틈이 관찰하였는데, 그만 그게 힘들어졌다. 창문을 열기만 해도 득달같이 어디선가 날아와서 꿰에엑 꿰에엑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날갯짓을 하며 이리저리 저항을 하는 통에 내가 깜짝 놀라 문을 닫아버렸다. 금방이라도 나를 공격할 듯하다. 나로서는 창문을 열 수 없어 답답하고 아기새가 너무 궁금하지만 저리도 처절하게 지키는 엄마새를 보니 내가 다 마음이 놓인다.


검은 새의 침입으로 인한 소동 그 이후로는 별다른 변화는 없다. 단지 어미새에게 단단한 변화가 생겼고, 검은 새가 나타날 때와 같은 특별한 집단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 살벌한 공기를 검은 새도 알아차린 것인지 가까이 다가올 엄두도 내지 않는 듯하다. 행복한 어른들의 소리 대신 삼엄한 경계의 태세이지만, 그래도 아기새를 생각하니 든든한 저 새들의 집단방어가 놀랍기만 하다.


신비한 자연이다. 중학교 2학년 영어교과서에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들의 예가 소개된다. 마까끄 원숭이들은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치실질을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문어는 코코넛 열매를 이용하여 은신처로 삼는다. 까마귀는 돌을 사용하여 병 속에 든 물의 높이를 올려 물 위에 떠있는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듯한 동물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통해 그들에게 생각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의 세계는 놀라운 것이 많다. 돌고래는 냄새를 맡을 수 없으나 초음파로 멀리 있는 물체를 감지하는 놀라운 감각이 있다. 살아가기 위한 본능을 볼 때 생명은 그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번식하고 사회를 이루고 적을 대항하는 고유의 방법이 있는 것 같다.


하물며 인간은 어떠할까? 발달한 문명과 오히려 반대로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법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새의 위대함을 흉내도 내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때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새끼가 무사히 커서, 둥지를 떠날 때까지 어미의 불침번은 계속되리라. 너무 피곤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어련히 알아서 아빠 새와 동료 어른 새들이 어미새의 피곤한 어깨를 쉴 수 있는 방안을 그들 나름대로 마련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거의 확신한다. 어른 새들이 결코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고 혹 어떤 위험이 발생한다면 잽싸게 날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생명이 있는 곳에 위험이 있다


또한 생명이 있는 곳에는 위험이 있다는 것도 생각한다. 위험 앞에 추락하는 자도 있고, 견디는 자도 있고 뚫고 날아오르는 자도 있다. 8개의 알 중에서 7개만 부화했다. 1개는 부화되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다. 알들이 거의 동시에 부화하는 것을 생각할 때 부화된 지 꽤 며칠이 지났으므로 여태 부화되지 않은 하나의 알은 부화에 실패했다. 태어난 7마리 새들도 다 다르다. 유독 강한 녀석이 있는가 하면, 움직임이 강하지 않은 녀석도 있다. 둥지를 떠나 날아다니면서도 그들의 삶은 다를 것이다. 오래오래 살며 새끼를 번식하는 자도 있겠지만, 유독 약하여 오래 버티지 못하는 자도 있을 것이고, 결국 검은 까마귀나 더 큰 독수리한테 잡아먹히는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위험이 분명히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늘도 하늘을 난다. 독수리가 무서워 동굴 속에 숨어 있지 않는다.


우리 역시, 많은 위험에 노출되지만, 그렇다고 꽁꽁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있지 않을 것이다. 깨어지더라도, 쓰러지더라도 우리의 삶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실패와 성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삶을 사는 것이 이 삶을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나는 새와 동거 중이다. 나는 새이다. 새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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