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새 무사하다 오버

고맙다 아기새야! 고마워요 어미새!

by 나모다


새둥지를 발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정리해보면 거의 8일 동안 산란을 했고, 이후 2-3주 정도의 부화시기를 지나 최초 알을 발견한 지 3주 만에 새끼가 태어났다. 처음에 다섯 마리, 그리고 이어 며칠 지나 두 마리가 태어났다 (적어도 내가 확인한 바로는). 새끼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 거의 10여 일이 지났다.


오늘은 6월의 첫째 날이고, 선거일 이어서 모처럼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며칠 전 한바탕 소동(포식자의 침입)을 겪고 나서 험악해진 공기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너무 좋다. 늘 보통처럼 똑같은 날일 수 있지만, 내가 볼 때는 그렇지 않다. 평화로워 보이는 공기를 뚫고 날카로운 새들의 소리를 놓칠 수 없다. 포식자의 침입이 있은지 사흘이 지난 지금 여전히 새들의 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지배한다. 어미새는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는 며칠 아기새를 확인할 수 없어 마음이 답답하다. 아쉬운 대로 거실에서 방충망 사이 흐릿한 그림으로 살펴보니 오물조물 아기새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행이다. 잘 자라고 있나 보다.



거실에서 바라본 아기 새둥지. 머리 부분이 살짝 보인다.


창문을 열어 녀석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적어도 내 시야에는 어미새가 보이지 않는다. 용기를 내어 방문을 열어보기로 한다. 까치발을 하고, 문 여는 소리 나지 않게 살짜꿍 열어 조금 멀리서 보니, 아 그사이에 색깔이 달라진 게 감지된다. 살아있고, 자라고 있다. 붉은빛에서 검은빛으로 변했다가 지금은 살짝 회갈색 빛이 돈다. 더 자세히 보고 싶은데... 결국 원래 내가 관찰하던 위치의 문을 살짝 열어본다. 운이 좋다. 아직은 괜찮다. 사진과 동영상도 건져본다. 새들은 깃털 부분이 선명해지고 제법 아기새다운 모습을 띤다.


멀리서 보다 좀 더 가까운 위치에서 무사히 자라고 있는 아기새들 포착. 그사이 색깔이 달라졌다.



아주 찰나의 내 움직임은 여기까지. 그러면 그렇지 어미새가 딴청을 부리지 않는다. 갑자기 파다닥하는 날갯짓소리와 함께 어미새가 접근하며 날 다그친다.


저리 비켜요
아기새한테 가까이 가지 말아요



에구머니나! 얼른 창문을 닫았다. 휴...

“내가 너무 궁금해서 보고 싶었어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아기새는 오늘도 무사하다.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다시 보며 무사한 아기들을 확인한다. 햇살과 바람과 어미새의 보호 속에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아기새의 성장으로 미루어 둥지에 머무를 시간은 길지 않을 것 같다. 빨리 자라 둥지를 떠나거라 하는 마음과 함께 그들을 떠나보내기 싫은 허전한 마음이 교차한다. 붙들고 싶은 내 욕심이다. 자녀들이 둥지를 떠날 때의 부모 마음 같은 것이리라. 나무들은 이 모든 이야기를 보고 있다. 오늘따라 더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인다. 저들의 일은 저들이 알아서 한다. 나는 저들에 대한 걱정을 끊고 내 일에 집중하리라. 오후에 투표장에 가야겠다.



6월 1일 (새둥지 발견 32일째) 현재 아기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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