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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un 04. 2022

바이올린 연주 화려함의 극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64


          

오늘은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음률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멘델스존은 안 가진 것이 없는 금수저의 아이콘답게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여러 작품에서 표현한다. 유럽 여행 중 들른 스코틀랜드 헤브라이즈 군도의 장면에서 인상을 받고 작곡한 핑갈의 동굴 서곡 (Die Hebriden Op.26),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위한 부수음악 한여름밤의 꿈 (Ein Sommernachtstraum Op. 61) 외에도 이탈리아 여행의 느낌을 그린 교향곡 4번 A장조 이탈리안 (Italian Op. 90)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야말로 멘델스존의 음악은 초기 낭만파 음악답게 고전파 음악을 지나 자유로운 표현에 주력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 E장조이다. 곡의 여러 형태 중에 협주곡協奏曲( Concerto)은 독주가 가능한 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Concerto의 어원은 이탈리어와 라틴어의 concertare로 ‘협력하다, 조화를 이루다’‘서로 겨루다’의 뜻이다. 독주 악기의 기교 및 연주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을 꾀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 악곡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3악장 형식이며,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2악장은 3부 형식(세 도막 형식)이나 변주곡, 3악장은 소나타나 론도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독주 악기로 가장 많이 쓰이며 비올라, 클라리넷, 오보에, 플루트, 바순, 호른, 트럼펫, 트롬본 등의 악기를 사용한 협주곡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드물지만 두 개 혹은 여러 대의 악기로 이루어진 합주 협주곡도 있다.     


1악장 서두만 들어도 귀에 익숙한 멜로디의 이 곡은 가히 바이올린 연주의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밝고 아름다운 음악을 많이 작곡한 멘델스존의 영혼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곡은 바이올린의 섬세하고 화려한 테크닉, 특히 하이 포지션의 매력이 돋보인다.

     

독일의 작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이며 초기 낭만파 시대의 음악인인 멘델스존은  천재적인 음악성, 유복한 환경, 우아한 용모와 사교성까지 갖춘 음악계의 금수저 출신이다. 당대 최고의 문호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어린 멘델스존의 천재성을 보고 칭찬했을 정도로 그의 타고난 천재성은 돋보였다.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소위 말하는 사기 캐릭터이다.    

   

타고만 복만큼 그가 당대 끼친 영향력은 커서 잊혀 있던 바흐의 악보를 거액으로 수집해 마태수난곡을 복원하여 바흐의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슈만과 함께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음악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했다. 명성만큼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늘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지 누나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비탄에 빠지게 되는데 그로부터  6개월이 채 안된  38세에 요절하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1844년에 완성된 곡으로 지금까지도 공연장에서 단골 레퍼토리로 연주된다. 아름답고 화려하고 정열적인 감성이 곡 전체에 흐른다.

      

1악장: Allegro molto appassionato (빠르고 매우 열정 있게), E단조

2악장: Andante (느리게), C장조

3악장: Allegretto non troppo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만 조금 빠르게) – Allegro molto vivace (빠르고 매우 생기 있게), E단조  


연주 정경화

 

정경화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같은 한국인이어서인지 곡의 해석이 마음에 든다. 혼을 실어 연주하는 듯한 정경화 씨의 연주 녹화는 오래 전의 것이라 음질이 최근의 것에 비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영혼 깊이 파고드는 힘이 있다. 지금도 멋지지만 보고 있으면 젊은 시절의 정경화 씨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연주 율리아 피셔 Julia Fisher


Julia Fischer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지난번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연주자로 소개한 율리아 피셔 역시 멘델스존만큼 사기 캐릭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둘 다 세계적 수준으로 연주하는 음악 천재. 겁날게 없이 거침없이 독일의 여전사 같은 자신감으로 위풍당당하게, 자유자재로, 절제된 가운데 감정을 표현한다. 무표정의 정명훈 씨의 지휘도 압권이다. 지휘자의 얼굴을 비추는 카메라의 앵글이 꽂히는 뒤쪽 교회당의 스테인글라스가 음악의 멋을 돋보이게 한다.   

   

연주 아이작 펄만 


Itzhak Perlman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현존하는 바이올린 최고의 대가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아이작 펄만. 이스라엘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이작이 늘 앉아서 연주를 하는 이유는 4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기 때문이다. 유난히 손이 크기 때문에 포지션 이동을 적게 하고도 하이 포지션 음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멘델스존 협주곡이 더 안정감 있게 들린다.      





다 가진 캐릭터의 영혼은 어떤 것일까 많이 궁금합니다. 물론 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로 인한 충격으로 다 가진 멘델스존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죽음은 너무 일찍 그를 덮치긴 했습니다. 고통을 안고 오래 살았더라면 그의 음악도 좀 더 다른 색채와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젊고 가장 유복한 시절에 주로 남긴 작품들이라 멘델스존 음악의 대부분은 경쾌하고 밝고 화려합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 힘이 나지 않을 때 이런 음악이 오히려 마음을 몸을 삶을 일으켜주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슴없이 달려가는 힘찬 질주를 멘델스존의 음악에서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6월입니다. 더워오는 날씨가 살짝 두렵기도 합니다. 너무 좋았던 봄을 보내고, 더위를 맞이하는 요즘입니다. 연초의, 학기초의 다짐이 사그라들 수도 있는 요즘, 다시 몸과 마음과 삶을 추슬러 일으켜 보는 건 어떨지요? 일주일 동안 수고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행복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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