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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un 10. 2022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세계

프로코피에프와 본 윌리엄스

  

세종문화회관에는 대극장 외에도 다양한 크기의 극장이 있다. 그중에 체임버홀은 실내악 공연을 하기에 적당한 규모의 작은 극장이다. 연주자를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고, 호흡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서울 시향의 실내악 시리즈 네 번째 공연으로 오중주 공연이 있었는데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20세기 현대 작곡가들의 곡을 선보였는데 6월 5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진행된 < 2022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V 오중주의 재발견>에서 오케스트라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숨기던 단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세곡 중 특히, 두 번째 프로코피에프의 격정과 본 윌리엄스의 역동성이 인상적이었다.      


2022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V 오중주의 재발견


1. 파울 힌데미트 / 다섯 개의 악기를 위한 세 개의 소품     

Scherzando

Langsame Achtel

Lebhafte halbe     

클라리넷, 트럼펫, 바이올린, 더블베이스, 피아노     

2.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 오중주 G단조, Op. 39     

Tema con variazioni

Andante energico

Allegro sostenuto, ma con brio

Allegro precipatato, ma non troppo presto

Andantino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더블베이스     

3. 랠프 본 윌리엄스 / 피아노 오중주 C단조     

Allegro con fuoco

Andante

Fantasia (quasi variazioni), Moderato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피아노     



본 윌리엄스 피아노 오중주 C 단조     


본 윌리엄스 피아노 5중주


본 윌리엄스는 이 곡을 작곡하던 1903년 영국의 국민주의 음악을 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중, 지방을 다니며 시골 노인들이 부르는 진짜 영국 민요를 수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민요를 부르는 시골사람들을 만나면서 음악의 본질에 대한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민요를 노래하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밖의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위해서 작곡하고 연주하게 될 때 우리 속에 잠재하고 있던 음악이 살아 나오게 될 것이다"라는 본 윌리암스의 정신은 이 곡에서 오롯이 나타난다.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음악을 위한 작곡과 연주. 그것은 생명력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오중주 G단조, Op. 39  

   

세르게이 세르게예비치 프로코피예프(1891~1953)는 러시아(구소련)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쇼스타코비치와 더불어 소련 시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21세기 현재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현대 작곡가 중 한 명으로 대중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현재에도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다.

  

프로코피에프의 오중주 곡은 불협화음과 불규칙한 리듬으로 가득하다. 악기 편성도 특이하게 오보에,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더블베이스로 구성되었는데 이것은  한 순회공연단에서 연주 가능한 5대의 악기를 위한 작품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주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맡은 최해성씨의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곡의 성격상 거칠게 연주를 하는 부분이 많아서였는지 중간중간 활털이 끝어지는 모습이 연출될정도로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세르게이 포르코피에프 오중주 G단조, Op. 39

 

프로코피에프는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이후 찾아온 새로운 시대상을 음악으로 표현했는데, 음악이 시대를 반영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작곡가의 삶을 음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프로코피예프는 자신의 음악 성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5가지 단어로 정리를 했다.

고전적(Classical) - 조성과 3화음 체제의 유지, 고전적인 형식(소나타/론도/변주곡 등)의 응용

현대적(Modern) - 반음계, 불협화음, 급격한 전조나 도약

토카타적(Toccata) - 강렬하고 역동적인 리듬, 타악기적인 피아노 음향

서정적(Lyrical) - 선율, 조용하고 명상적인 분위기

기괴함(Grotesque) - 유머와 해학, 풍자, 기묘한 리듬과 음색     


프로코피예프가 스스로 밝힌 이와 같은 음악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작품군이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이다.  고전주의 스타일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성 속에 현대음악의 각종 기법들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있으며 좀 더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곳곳에 위트와 풍자, 패러디가 등장한다. 손열음 씨의 연주로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No.2  감상해 보자.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손열음


이 곡은 가장 절친한 친구 슈미트 호프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1917년 러시아 혁명 당시 협주곡의 초고가 소실되어 1923년 다시 재구성하여 새로운 곡으로 탄생되었다. 친구의 죽음이 그에게 미친 정신적 영향, 우울함, 분노, 절망감이 잘 나타나 있다. 악보를 보면 얼마나 고난도 일지 짐작이 가는 그의 곡은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고 기괴함을 갖고 있어, 처음 들었을 때는 다가가기 쉽지 않지프로코피에프적 매력에 빠지게 된다.


I. Andantino-Allegretto

II. Scherzo: Vivace

III. Allegro Moderato: Intermezzo.

IV. Allegro tempestoso     



         




현대음악은 혁신성과 난이성 때문에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아직 낯선 부분이 많습니다. 고전, 낭만파 음악과 구별되는 특이점 때문에 익숙한 곡을 듣고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주 선택되지 않습니다. 제가 속한 오케스트라단의 지휘자가 프로코피에프 곡을 선정했다가 낯선 멜로디를 꺼려하는 단원들의 의견때문에 결국 채택되지 못한 경우를 보면, 현대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전문인들은 계속해서 현대음악의 연주를 실험하고 시도합니다. 낯섦도 이런 실험의 과정에서 익숙함이 될 법합니다. 대중성과 혁신성을 다 가지고 있어 그나마 연주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음악들이 있다면, 마음을 좀 더 열어 현대 작곡가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음악이 이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 배경 이야기를 좀 더 알고 듣는다면 낯섦의 이유를 안다면 그 음악이 이야기하는 바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 않을까요?


오늘 선정한 곡들은 편하게 낭만적으로 듣게 되는 음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졸다가 정신이 번쩍 들게도 하는 이 소리들의 합창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새로운 것을 만나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소개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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