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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un 22. 2022

산에서 피아노와 살고 싶은 청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1위 임윤찬


괴물 같은 신예 등장      


K파워는 특히 문화, 예술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또 하나의 인물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인 올해 18세 임윤찬. 요 며칠 뉴스를 장식하고 있어 들여다보고 가히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순수 국내파로 아파트 상가 피아노 학원에서 7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평범함을 갖추었지만, 계속 그의 천재성과 노력은 성장 발전하며 올해 세계적 콩쿠르인 반 클라이번의 1위 메달을 거머쥐었다. 1958년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1962년부터 4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이 대회는 세계적인 음악 콩쿠르인 쇼팽, 퀸 엘리자베스,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동급의 권위를 자랑한다.  2017년 지난 대회의 선우예권에 이은 연속 1위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올해 5월 29일에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씨가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한 낭보를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기쁨은 더욱 크다.      



이 사람이 부러운 이유      


18세밖에 되지 않은 젊은 사람에게 급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의 인터뷰 대목이다.  시상식 후에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콩쿠르에 나온 이유는 단지 제가 내년에 성인이 되기 전에 제 음악이 얼마나 성숙해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라고 말하며 “돈을 벌거나 커리어의 도약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콩쿠르의 등수에 상관없이 앞으로 더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향후 피아니스트로서의 야망에 대한 질문에도 “사실 제 꿈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 그냥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사는 것인데, 그러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로 임윤찬은 금메달과 더불어 2개 부문 특별상도 수상했다. 이에 따라 우승 상금 10만 달러(약 1억 2800만원)와 특별상(청중상, 신작 최고연주상) 상금 7500달러(약 920만원) 도합 1억3700만원과 3년간 연주 기회, 예술적 멘토링, 홍보 지원, 음원 출시 등 종합적인 매니지먼트 지원을 받게 됐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열정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의 연주 모습을 보면, 그의 몰입도를 알 수 있다. 내가 제일 존경해마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몰입도이다.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세계를 만났다는 것에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해 지역 예선과 세 차례의 본선, 1차(30명), 준준결선(18명), 준결선(12명) 경연을 통해 6명이 결선에 올랐다. 임윤찬은 두 번의 협주곡을 연주해야 하는 결선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C단조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를 연주해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특히  준결선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 전곡을 65분 동안 연주한 무대는 큰 화제를 모았고 콩쿠르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올해 콩쿠르 영상 가운데 최고 조회수(19일 기준 9만5000회)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결선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준결선곡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외신 영국 그라모폰은 “그의 지적인 기교와 리스트 양식에 대한 완전한 몰입은 진정 초월적이다 라고 했고, 댈러스 모닝뉴스에서는 “경이적인 기교에 더해 음악적 구조와 형태, 질감과 색감에 대한 정교한 감각까지 갖췄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본능과 절제의 균형      


임윤찬씨가 사사하는 손민수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윤찬이는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면서도 절제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갖췄고, 매일 새 곡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라고 평가한다.  

    

지휘자가 마지막 장면에 우는 모습이 포착되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례적이기 때문인데 얼마나 임윤찬의 라흐마니호프 피아노 협주곡에 감동을 받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임윤찬 씨는 연주 중 몸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다고 한다.  연주자마다 이건 개인의 취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온몸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연주자가 있는가 하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극도로  움직임을 절제하는가운데 내면의 본능과 즉흥성을 드러내는 균형감각을 장착했다.  결승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연주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흘러가듯 연주하다 마지막 악장의 끝부분에서는 거의 폭발적으로 격정을 쏟아낸다. 절제 속에 피어난 격정이라 그 효과가 더 강력해 보였다.



연습 그리고 연습      


콩쿠르 직전까지도 하루에 12시간씩 연습하고, 평소에도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피아노를 친다'라고 한다. 타고난 체력이 좋고, 스스로 완벽을 추구하는 연습벌레이다. 무뚝뚝하고 리액션이 적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의 연주가 기다려진다. 8월 10일 소속사인 MOC프로덕션 창립 15주년 기념음악회 '바흐 플러스'(롯데 콘서트홀), 8월 20일 KBS 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롯데 콘서트홀) 연주가 계획되어있다.  그의 연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전석 매진이라고 한다. 빈 좌석이 나올지 기웃거려 봐야겠다.






천재성과 노력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임윤찬씨는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일찍 만났다는 사실이다. 다른 것에는 관심이 거의 없고 오직 산속에서 피아노하고만 살고 싶다는 말은, 그가 얼마나 피아노와 하나가 되어 있는가를 말해준다. 이런 청년을 동시대에 만날 수 있음이 행운이다. 그의 연주 장면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수상으로 그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었으니, 앞으로 더 큰 무대와 다양한 무대가 그를 기다릴 것이다. 그의 성장, 그리고 앞으로 음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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