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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Oct 29. 2022

버리기 vs 아끼기

버리면 얻는 것 

     

얼마 전부터 계속 버리기를 하고 있다. 좀 아깝다 싶은 생각이 드는 물건이 있지만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즉, 지금 내게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버린다. 혹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사용하기를 바라는 물건은 중고시장에 무료로 내놓으면 된다. 좀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버릴 게 없어”  

    

친구와 대화 중에 친구의 하는 말이다. 아주 오래 전의 옷인데 거의 입고 있지 않고 있던 것을 꺼내 입고 나와서 하는 말이다. “오래 전의 옷은 아무래도 좀 스타일이 요즘과 맞지 않아 입기가 곤란하던데....”라고 나는 응대했다. “ 방법이 있어. 새로 산 머플러 같은 것으로 가리면 감쪽같아”    

 

알뜰살림 예찬자인 친구는 알뜰하게 사는 다른 친구의 예를 들며 본받을게 많다고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 어디가 가장 싼 곳인지 알아본 후 가장 싼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어. 걔한테 물어보면 싸게 사는 방법을 알 수 있어. 얼마나 부지런한지 몰라. 멀어도 꼭 싸게 파는 곳에 가서 구입하거든. 그 친구는 돈을 절대 허투루 쓰지 않아. 그래서 부자로 사나 봐.  ”     


버리는 게 맞는 것일까? 아끼는 게 맞는 것일까? 잠시 헷갈렸다. 내가 버리는 건 사치인가? 하는 자문을 해보았다.  

    

물론 정답은 없다. 나도 한 때 알뜰을 주장하며 어떻게 하면 싸게 살까 하는 고민을 하며 아껴보려고도 했고 (뭐 나라는 사람은 알뜰과는 좀 거리가 멀다) 아이들이 입지 않는 옷을 내가 대신 입으며 나는 어떤 옷이든 소화하는, 검약하는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 잠옷은 따로 없으며 늘어진 티셔츠와 낡은 바지를 입기도 했다. 집에서는 거의 집안일을 하기에 늘 후줄근한 차림이었다.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며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경험상 몇 년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다시 쓰는 건 쉽지 않았고 그렇지 않아도 좁은 공간을 더 자리만 차지하는 꼴이 되었다. 그러다 삶이라는 건 언제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고 중요한 건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나는 버리는 쪽에 손을 들기 시작했다.  

    

버리면 얻는 것   

   

1. 공간      


아파트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가뜩이나 좁은 공간인데 살수록 왜 그리 짐은 늘어나는 걸까? 언젠가 사용하겠지 하며 버리지 못하고 쟁여두었던 미련 둥이들을 다 버렸다. ‘주인님! 몇 년 뒤에 제가 필요할 때는 어쩌시려고요? “ ”만약 네가 필요하다면 그때는 돈을 지불하고 사서 사용할게. 미안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가렴. “ 공간에 숨 쉴 틈을 주는 쪽을 택했다. 베란다가 시원해졌고 방과 거실 부엌 모두 산뜻해졌다. 아니, 집이 넓어졌다.      


2. 쾌적함      


불필요한 물건들로 가려져 있던 공간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간이 살아났다. 조금 아끼려고 지금의 집에 맞지 않게 간신히 기능만 하던 소품들도 이 참에 다른 것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교체를 했다. 커튼봉도 새것으로 교체하고 커튼도 밝은 톤으로 바꾸었다. 돈을 사용하는 건 낭비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돈이 들지 않는 경우라면 (각자의 가용범위 내의 경우라면) 약간의 돈을 들여 더 많은 이점을 창출할 수 있다면 길게 봤을 때 여러 가지 면에서 이익이라는 판단이 든다. 쾌적한 공간에서 사는 기쁨은 다른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다.     

 

3. 효율      


언젠가 입어야지 하며 빼곡히 옷장을 채우던 옷들을 다 들어냈다. 옷장에 공간이 생겼다. 한눈에 어떤 옷이 걸려있는지 보인다. 뭘 입을까 이것저것 뒤적이며 고민해도 마땅히 입을 옷이 없을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입을 수 있는 옷들만 있으니 고민할 시간도 줄어든다. 옷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면 된다. 외출할 때 훨씬 편하다. 그리고 맘에 드는 옷만 입고 다니니 밖에 나가서도 다른 일이 더 잘 된다. 효율성의 극대화를 누리는 셈이다.


 4. 회복력

   

물건이 제자리를 잡으니 어질러져도 바로바로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가 어렵지 않다. 한 번 정리를 해놓으니 오히려 정리정돈에 신경을 쓰고 부지런해진다. 그렇다고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언제든 손님이 와도 당황스럽지 않을 정도로 집이 정돈이 되어 있다.      


5. 자존감     


버리는 것과 자존감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쾌적하게 하니 같은 공간인데 이 공간의 가치가 상승한다. 가치가 상승된 곳에 있는 나는 좀 더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괜히 기분이 좋다. 그냥 차 한잔 해도 예쁜 잔에 깨끗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니 왕실의 왕이 부럽지 않다.      


6. 현재를 누리는 삶 

     

정리정돈을 한 것은 내가 많이 아프면서 죽음이 멀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퇴원하고 서랍 정리를 한 그 마음이다. 버리고 정리정돈을 하며 나는 훨씬 더 지금 이 자리 지금 이 순간을 향유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버리면 얻게 되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끼는 것과 버리는 것 어느 쪽이 좋은지 정답은 없다. 아끼든 버리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스스로에게 자명할 것 같다.  

     

휴일이다. 날씨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 지금 벗겨진 페인트를 제거하고 보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래 낡은 블라인드를 교체한다. 욕실의 낡아 녹슨 부속품을 교체한다. 오래 세입자 생활을 하면서 내 집이 아니니 대충 살았다. 이제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세입자이지만 이곳이 바로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 집을 대접해주기로 했다. 나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집에 꽤 돈이 드는 선택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 선택이 내게 줄 더 큰 혜택을 알고 있기에.     


거금을 들여 낡은 블라인드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잘했다!! 

 



아끼기 vs 버리기? 이 질문 앞에 당신의 선택은 어떤 쪽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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