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축제 압사사건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긴급사고로 현재 교통통제 중입니다. 인명사고가 우려되니, 시민들께서는 해당 지역 접근 자제 부탁드립니다.”
토요일 자정을 넘어 안전 안내 문자가 뜬다. 코로나로 인해 안전 문자는 매일 울리기 때문에 자칫 무심코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태풍, 지진 안내도 아니고 긴급사고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이태원 소식 들었어?" "왜?" "사람이 많이 죽었대.... "
화창한 날씨의 좋은 계절의 휴일 아침 모닝커피를 즐기려는 데 왠 날벼락같은 소식인가! 밤사이에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다. 아이의 전화를 받고 대략 뉴스를 검색해보고 가슴이 철렁한다. 자세한 영상보도 및 사건 보도를 접하기가 겁이 난다. 볼 자신이 없다. 이게 무슨 일이람....
아차!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주로 20대와 10대. 아이들은 안전한가? 바로 반 아이들 단톡에 사건에 대해 알리고 휴일 마지막 날인 오늘 들뜨지 말기를 부탁했다. 이어 학년부장 선생님으로부터도 피해조사 문자가 급하게 뜬다. 다행히 아이들은 안전한 것 같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핼러윈 축제 자체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서구 전통에 따른 서양사람들의 축제를 왜 한국사람이 따라 하느냐, 상술이 아니냐 등등의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이 서양축제가 언젠가부터 우리 아이들 젊은이들의 축제로 스며들었다. 어쩌다 이 축제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스스로 귀신같은 기괴한 분장을 하며 평소에 하지 못한 행동을 일삼는 이 축제가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트렌드가 되었고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마치 크리스마스 축제를 보내는 것처럼 보편화되었고 얼마 전부터는 내가 일하고 있는 중학교에서도 아이들의 교실에 핼러윈을 상징하는 장식, 소품들이 심심찮게 교실을 장식하고 핼러윈 노래들을 친구끼리 부르는 장면들도 포착되었다. 핼러윈을 그냥 넘어가면 서운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시대의 변화를 느끼는 지점이었다.
기괴한 풍습을 즐기는 그 마음의 저변에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상황 윤리라는 말이 있다. 목욕탕에서는 벌거벗어도 부끄럽지 않지만 일상장소에서는 벌거벗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된다. 축제기간에 축제 현장에서는 평소에 하지 못하던 무서운 복장, 가면, 분장을 해도 서로가 그것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즐기는 반면 그 현장을 벗어난 곳에서는 당장 이상한 사람이 된다. 스스로 그 현장과 기간을 정해 귀신같은 도깨비 같은 분장을 하고, 피와 같은 붉은 색칠을 하고 싶은 그 마음은 분명 금지하는 무엇을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기괴한 풍습이라 타 지역의 것이라도 좋아 보여 우리 축제로 우리 문화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젊은이들의 풍습이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나 크리스마스가 세계의 축제가 된 것처럼 핼러윈도 해마다 반복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념이 된다면 그 또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해서 핼러윈 축제를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단 상술에 의해 무분별하게 이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시대의 안전 불감증이다. 세상은 저절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처리하고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처를 하며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며 만들어가는 곳이다. 그래서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 그것을 어기면 다수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불조심해야 하고 물 조심해야 하고 차조심해야 하는 것이 그것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순간의 실수로 다수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안전에 주의를 해야 한다. 이번 이태원 사고의 사건 정황은 앞으로 전문가들의 조사와 발표가 있을 것이지만 120여 명의 사망자와 추가 사상자가 발생한 압사사건은 분명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이다. 이태원은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많은 인원이 동시에 이동하는 게 문제가 있는 구조인데, 특정지역에 많은 인파가 몰렸기에 빠져나가지 못한 채로 뒤에서 밀려오는 인파에 그대로 압사당하게 된 것 같다. 몇 년 코로나로 뜸한 행사가 재개되면서 억눌려 있던 욕구들이 분출되었고 어느 때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나 보다. 당국에서 예상하지 못하고 미리 대처를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태원 같은 구조에서 행사가 벌어진다고 하면 안전을 위한 조치를 미리 꼼꼼하게 마련하여 인파가 한꺼번에 많이 몰리는 것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이다. 영화관, 공연장이나 지하의 집합 장소 등도 이런 사고에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그래서 행사 당국의 안전 조치와 함께 참여자 스스로 위험요소가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과 미리 대피 동선을 파악하는 등의 인식 등이 요구된다.
축제가 재개되며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 그것이 밀폐된 공간이거나 대피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좁은 곳일수록 안전을 위한 대비와 인식이 요청되는 것 같다. 이태원 참사 사건은 또 다양한 모습으로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안전불감증을 앓는 지금 시대에 이 사건은 우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아직도 뉴스를 접하기가 두렵다.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안전한가?
피해자와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신속히 복구되고 이와 같은 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