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lenge for New!
우리 모두 자폐를 앓고 있는지도 몰라 / 십대에게 보내는 편지 8
자폐스펙트럼증후군
얼마 전에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증후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자폐증을 앓는 사람을 가까이 보지는 못하더라도 매체를 통하거나 멀리서 자주 보아왔지만 깊이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외되어 사회의 음지에서 조용히 지내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며 드라마나 영화라는 도구의 위력을 실감했다. 여하튼, 주연배우 때문에라도 드라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어 없는 시간 쪼개어 드라마 본방 사수하려 애썼던 기억이 있다.
자폐증(autism) - 사회 기술, 언어, 의사소통 발달 등에 있어서 지연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기능을 보이는 발달 장애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발달에 장애를 보이는 자폐증의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주로 3세 이전부터 언어 표현이나 이해의 부족, 어머니와의 애착 행동, 사람들과의 놀이에 대한 관심 저조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3세 이후에는 또래에 대한 관심의 현저한 부족, 반복행동, 놀이행동의 심한 위축, 인지 발달의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는 뇌와 관련한 신경해부학적 원인과 신경전달물질과 연관된 생화학적 원인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정상적 발달 장애이다.
문 앞에서의 공포
드라마의 장면 중에 주인공인 우영우 씨가 변호사로 출근하기 위해 건물 입구를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회전문을 들어가지 못해 몇 번이나 시도하다 실패하자 이를 지켜보던 같은 회사의 직원이 왈츠를 추듯 박자에 맞춰 들어가는 것을 돕는다.
또한 사무실에서도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예컨대 다른 장소로 들어갈 때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을 헤아리며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된다. 잠깐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자폐라는 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새로운 영역에 들어갈 때의 공포가 보통사람보다 크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세상에 갇혀 있고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영우 씨는 그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훈련을 하는 셈이다. 회전문 통과가 힘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우영우 씨 같이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사람에게 있는 새로운 세상 진입에의 공포는 정도가 심해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갖는 확실한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라고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상의 문은 통과하는지 모르지만 익숙하지 않은 다른 세계로 들어갈 때 우리 역시 공포를 만난다. 솔직히 말하면 익숙하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고 공포를 피하기 위해 익숙한 세계에 머물려는 성향이 짙다.
우리도 자폐인지 몰라요
어느 날 수업시간에 “우리도 어쩌면 모두 자폐이지 몰라요”라는 말을 했다. “예? ” 아이들은 이구동성 똥그래진 눈으로 강한 반문을 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발표하기를 꺼려한다. 요즘 아이들이 발표를 잘 안 한다고요? 못 믿겠지만 그렇다. 물론 이전 세대의 아이들에 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 된 건 맞지만 나도 내 눈을 의심했다. 개인차는 있으나 의외로 발표를 꺼리고 말을 하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많다. 게다 교실 앞으로 나와서 하는 발표는 더더욱 꺼린다. 그래서 나는 그런 면에서 아이들을 많이 괴롭힌다. "나와서 발표해보세요. 일어나서 이야기해보세요. 누구 발표해볼 사람 없나요?" 수업태도가 좋은 사람에게 부여하는 하트를 여러 개 날리면서 소위 말하는 당근정책을 이용하면서까지 독려한다. 그런데도 좀처럼 앉은자리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많다.
수업 내용을 랩 가사로 바꾸어 팀별 프로젝트를 해보았다. "모둠끼리 나와 각 모둠이 만든 영어 랩을 같이 불러 보아요." "샘! 꼭 노래해야 해요? 비트가 구려요... "별 구실을 다 대며 무대 앞에 나오려 하지 않았다. 속으로 좀 고민을 했다. 내가 아이들의 주소를 잘 못 짚었나? 그래도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진행해 보았다. 그 진행을 위해 나는 우영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영우와 같은 자폐를 앓는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폐성향이 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대 앞으로 나오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별게 아니다. 내 앞에 있는 보이지 않은 벽을 한 번 깨보렴. 자 어서!
쭈뼛쭈뼛 억지로 나오는 아이들도 있고 금세 용기를 내서 나오는 아이도 있고 다양했지만 난 아이들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랩 가사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의 창의성 그리고 끝까지 팀원들과 함께 씩씩하게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는 용기까지... 어쩌면 스스로도 그 벽을 깨고 나온 자신이 자랑스러운 아이들도 있었으리라.
Challenge for New! 아이들아! 눈앞의 벽을 깨고 한 걸음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보자. 사실은 너희보다 한참 많이 살아온 나도 날마다 두려움 앞에 선다. 날마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두렵지만 심호흡하고 한걸음 내디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