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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Nov 26. 2022

중년 여성, 축구에 빠지다

난 축구를 좋아해 

   

축구에 문외한인 여자인 내가 축구에 빠졌다. 며칠 전에 쑥스럽게 고백을 했다.      


‘난 축구가 좋아!’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 중의 하나인 축구이지만 정작 정확한 룰도 제대로 모르고 여자인 내가 실제 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왜 남자들만 축구를 하고 있을까? 여전히 학교에는 축구대회가 있지만 남학생들의 전유물이고 여학생들은 대신 피구나 다른 종목으로 대회를 한다. 물론 국가대표 여자축구팀이 있고 드물게 여성 축구인들이 있긴 하지만 큰 흐름은 여전히 남성들의 스포츠인 셈이다. 골이 들어가면 득점이 되는 정도만 알았고 국가대표가 나서는 큰 행사 때나 내가 속한 국가나 지역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보는 정도였으니 축구하고 난 인연이 영 없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축구에 빠져 마니아가 된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려서부터 운동장이나 공터가 있으면 남자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공을 굴리며 축구경기를 했고, 학교에서는 운동장에서, 직장인들은 축구동아리의 형태로, 전문 축구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헤아일 수 없는 축구의 장들이 있다. 직접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응원으로 관람객으로 좋아하는 축구팀을 따라 원정 관람조차 마다하지 않는다.    

  

꽤 일찍 출근하는 나는 다른 아이들의 등교시간보다 1시간이나 먼저 운동장에 모여 축구하는 일단의 무리들을 매일 목격한다. 수업시간에는 딴짓하기로 유명한 아이들도 보인다. 아침에 등교시간 맞추기도 빠듯할 텐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학교 운동장에 모여 팀을 나누어 경기하고 땀을 뚝뚝 흘리며 조회시간에 들어오기도 한다.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일까? 축구란 무엇일까?      


오프사이드 반칙      


골대에 골이 들어가면 득점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필 심판이 휘슬을 불며 격자무늬의 깃발을 들어 올리며 오프사이드가 선고될 때가 있다. 설명인즉슨 수비수가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들어간 볼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서는 나는 그 규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열심히 뛰어가 수비수 상관없이 골키퍼의 손만 피해 골대에 골을 넣으면 될 것이지 다른 수비수의 존재가 왜 중요한가?      


오프사이드(offside)의 자세한 규정은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대략 정리해보면 구기종목에서 공간을 반으로 나누어 공이 있는 구역을 온사이드(onside)라고 할 때 그 반대 개념에 해당하는 오프사이드(offside)에는 공이 없는 공간을 의미한다.      


공을 받을 우리 팀 선수가 상대 진영에 있으며 공보다 앞서 있는 공격자에게 패스를 하는 순간 공을 받을 선수 앞에 골키퍼를 포함한 상대 선수가 2명 미만으로 있고 그 후 공을 받게 된다면 오프사이드가 선언된다.                                                                                        - 나무 위키 -      


오프사이드 규정이 없을 경우 축구 경기가 재미가 없어지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오프사이드의 역사를 보면 골문 근처에만 선수들이 롱패스를 기다리기 위해 그야말로 격투가 벌어지는 일이 많아 이를 봉쇄하기 위해 생겨난 룰이라고 한다. 수비수가 공격수 앞에 바로 있어야 하므로 상대 수비수를 드리블로 뚫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다양한 볼거리가 양산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규정도 변화를 겪고 있다. 득점이 많이 되지 않는 축구경기인지라 판정이 까다로운 오프사이드 반칙에 따르는 판정시비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다행히 최근 경기들에서는 VAR이 투입되면서 오심이 격감하고 있다고 한다.    

       

축구 자체의 규정도 규정이지만 인생살이로 연결시켜보니 과연 오프사이드 규정의 필요성을 알게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상당히 신사적인 것 같다. 철저하게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팀이 함께 하는 것이어서 서로의 협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정한 경쟁!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페어플레이를 한다면 결과를 승복하고 함께 즐기게 되는 운동이다. 공격수와 수비수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미드필더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공격에 집중할 때는 수비수도 함께 자리를 공격의 위치 쪽으로 옮기게 되는데 공격이 불발할 때 상대의 역습이 시작된다. 이때 수비수 자리에 한 명도 없는 텅 빈 상태가 될 때가 있는데 이때의 득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당당히 수비수와의 대결을 뚫고 들어가는 골만 득점으로 인정하는 규정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신사의 모습이 보인다. 전쟁을 할 때도 선포하고 하듯, 공격을 할 때도 선포하고 대비할 최소한의 시간을 준다는 의미다.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 


살다 보면 허를 찔릴 때가 있다. 무방비로 있다 전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큰코다칠 때가 있다. 어쩌면 아주 만연해있는지도 모른다. 무한 경쟁시대에 1등만 기억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점점 상대를 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자주 상대를 방심하게 하는 전술을 세우고 무력하거나 비어있을 때 한방을 날릴 때가 있다. 축구의 규칙에 따르면 오프사이드이다. 정당하게 경쟁하고 거기서 이긴 사람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질서가 우리 삶에도 회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디 오프사이드뿐이겠는가? 축구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 같기도 하고, 하나의 예술 작품인 것 같다. 어떤 경기는 형편없는 졸작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기는 무한한 감동을 안겨다 주는 수작이기도 하다. 단순히 승패의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축구 경기를 보며 나는 무한한 상상 속에 빠지는 나 자신을 보았다. 축구가 내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 같다. 축구에 빠지기 시작했다.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여전히 남자들의 전유물인(물론 여성 축구인도 소수 있지만 아직은 극히 소수이다) 축구! 그런데 그 축구가 좋다는 고백을 최근에 하고 있는 나는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 관람이 즐겁다. 우리나라의 경기가 아니어도 충분히 관람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거실 소파를 독차지하고 맥주 한잔 하면서 축구를 관람하는 중년 여인. 이게 무슨 그림이지? 뭔가 생경한 풍경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게다 내가 축구에 대해 글을 쓰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드문드문 여성들의 축구동아리가 생겨나고 있다. 우리 동네에도 여성전용 축구장을 지나가면서 본 적이 있다. 축구를 하는 여성들이 있구나! 어떤 사람들이 축구를 할까? 지나치다 조심스레 사무실을 기웃거려보기도 했다. 동아리가 있고 일정 시간 모여 운동을 한단다. 하고 싶다. 그러나.... 체력소모가 심한 운동에다 부상의 위험도 커 여성들 중에서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남다른 사람들에게 적당한 종목이 아닐까 싶다. 저질체력인 나로서는 언감생심. 몇십 년 더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좀 더 체력적으로 가능하다면 꼭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축구가 좋다고 고백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보는 축구>에 머물고 만다. <하는 축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겠지만 대리만족에 머물 참이다. 누군가 <하는 축구>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해보고 싶다. 


여성들이여! 축구를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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