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보는 여자의 내 맘대로 해설

월드컵 대한민국 vs 가나전을 보고

by 나모다


인생의 축소판이자 한 편의 예술인 축구경기를 보고 감동을 느낀다. 짜릿한 승리 아니어도 좋다. 그저 90분 그 이상을 치열하게 목표를 향해 달리는 양 팀의 질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흐름이 우리에게 올 때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를 믿어야 합니다. 뒤집을 수 있다고 서로를 신뢰해야 합니다.

거침없이 나갈 때 공격적인 골이 나옵니다.

파이널에서는 과감해야 슈팅을 해야 합니다.

고립되고 있네요.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우리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전반전은 그렇게 해설자의 주문이 이어졌다. 초반부의 우세한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연이어 허용한 두 골로 뒤집힌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기에 힘들어 보이는 안타까운 전반전이었다.

내가 축구를 볼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승패보다는 축구를 하는 과정에의 태도이다. 우리 측이 이겨야 한다는 승패의 관점도 물론 중요하지만, 양측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공격과 수비의 양상을 살피다 보면 좀 더 큰 그림으로 보이는 이점이 있다. 패스의 적중률이 높은지, 상대의 공격을 잘 잘라내는지, 코너킥에서의 세트피스 상황을 잘 살리는지, 우리 측뿐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도 관찰하게 된다.

물론 내가 응원하는 팀에게 좋은 기회가 올 때는 공격의 기회를 잘 살리기를 응원하고, 실점을 당하거나 공격의 기회를 살려 내지 못할 때는 당연히 안타깝다.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 손에 땀을 쥐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는 해설자들의 주문이 이어진다. 어디 그게 쉽나? 쪼그라드는 마음을 이기고 달려야 하기에 경기는 놀랍게도 동시에 치열한 심리전이 된다. 위축되면 기량이 발휘되지 못하고, 골을 성공하고 나면 확연하게 선수들의 움직임이 살아난다. 골을 먹히게 되면 그것도 두골이나 먹히면 점점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당황하게 된다.

전반전

초반에는 우세하게 시작했고 잘 끌어갔고 코너킥의 기회를 몇 차례나 얻었다. 그럼에도 그 기회를 살려내지 못하는 사이 상대의 프리킥에 선제공격을 당했다. 살짝 흔들린다. 한골을 먹혔다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기량을 회복하는 상대팀은 움직임이 살아나고 현란한 몸놀림이 나타난다. 아... 다시 한골. 이게 현실인가? 망연자실. 관객석의 움직임은 정지상태 같다. 정적..... 믿을 수 없다.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제발 현실이 아니기를... 결국 여기서 패하고 16강은 멀어지는 건가?

위축될 필요 없습니다. 아직 시간 있습니다. 아.. 한 선수가 고립되어 있어요. 저렇게 고립시키면 안 됩니다. 힘들더라도 조금 더 움직여 우리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파이널에서는 과감하게 공격하는 자세 좋습니다. 서로를 믿어줘야 합니다.

해설자의 말을 듣고 있는데 이건 뭐 매일매일 내 등을 향해, 내 귀에 대고 떠들어대는 훈수 같다. 그러니까 들으면서 나는 인생을 공부하고 있다. 경기장 속의 선수는 바로 나 자신이다. 실패할 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위축되고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런데 두골을 먹고도 죽으라고 달려들고 뛰어다니는 선수들을 보며 저런 자세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승패에만 관심이 있을 때는 우리 팀이 지고 있으면 그만 시청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니 다르게 보인다. 지고 있으면 더 응원하게 된다. 져도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제발 포기하지만 말아. 끝까지 달려보자.

후반전


다시 시작하는 후반전. 감독의 전술이 돋보이는 지점이 있었다. 이강인 선수의 투입. 들어가자마자 이선수의 크로스로 드디어 조규성 선수의 멋진 골! 가라앉은 분위기가 뒤바뀌게 되는 단초를 감독이 제공한 셈이다. 그리고 이어 5분 되지 않아 추가점 득점 성공.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분위기는 완전히 뒤집힌다. 아.. 그러다 잠깐의 집중력 상실에 한골 먹히고 또다시 분위기는 상대 쪽으로 넘어간다. 골 하나에 커다란 세상들이 들썩인다.

골, 골, 골,,,, 골이 안 들어간다. 제발...

저절로 승리의 여신을 찾게 된다.

이건 행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좀처럼 골문이 열리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닥치고 공격. 처절한 연속 공격. 그러나... 가장 중요한 코너킥을 앞두고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이다. 좋은 기회를 잃은 팀은 망연자실.

그러나 잘했다.

아쉽지만 멋지다. 잘했다.

지고 있어도 끝까지 해내려는 투지가 보였다.

처절하게 공격했다.

오늘 우리에게 승리의 여신은 손을 뻗어주지 않았다.

그것뿐이다.

축구가 뭐라고 온 세계가 나라가 난리일까?

국가가 내가 되는 순간이다.

국가를 대표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바로 나의 움직임이 되는 순간이다.

함께 웃고 함께 운다.

졌지만 열심히 달린 선수들이 바로 내가 되는 순간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휘슬을 분 심판에게 항의를 하는 감독이 내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인생은 이렇듯 알 수 없다.

아무리 하려 해도 안될 때가 있고

어이없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올 때도 있다.

경기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을 생각해야 하듯

우리 삶도 결과를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 그다음 발자국을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기가 끝났다.

패인을 분석하고 다시 일어나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겠다.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붉은 유니폼의 선수들과 나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을 보며

우리 자신도 자랑스럽다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당신들의 웃음은 우리의 웃음이며

당신들의 눈물은 우리의 눈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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