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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27. 2023

추운 맛

추운데 따뜻한



왜 안 오나 했다 

작년 이맘때 서설瑞雪로 날 벌떡 일으킨 너 

찔끔찔끔 소문만 들리기에 

더더욱 궁금했던 너   

   

왜 안 오나 했다

오늘 아침 커튼 뒤에 숨어 있던 너 

까치발로 사방에 흩어지며 

슬픈 심장 위로 내려앉던 너  

    

왜 다 얼어버리나 했다

며칠 전부터 

물도 맘도 텅 빈 지갑도 

왜 다 얼어버리나 했다  

    

세상을 중지시켜 놓고 

그렇게 폴폴 거리며 

가볍게 내려앉는 너 

     

아이와 강아지만 반기지만 

바쁜 사람들 출근길에 울상이지만 

난방비 폭탄 관리비 숫자에 주부들 주름이 늘지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나라 주변 정세가 어수선하지만      


뽀득뽀득 아이젠 끼고서라도 

어김없이 걸었다. 


추운 데 따뜻하다. 





아침에 커튼을 열고 화들짝 놀랬습니다. 

정말 감쪽같이 소리소문 없이 눈이 내렸더군요. 

요 며칠 날씨는 한파소식에 모두 움츠러들었어요. 

날씨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삶도 여러 가지로 힘겨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고요.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추워서 나가기가 싫어지네요. 

그래도 찬 바람맞으며 조금 걷다 보면 겨울맛이 나고 볼은 빨개지지만 다시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눈이 와서 같이 산책할 사람이 없어 혼자 나섰어요. 

어둑어둑해지는데 눈이 와서인지 어둡지 않게 느껴졌어요. 

미끄러질까 봐 아이젠 끼고 걸었어요. 

꽁꽁 언 대지를 덮고 있는 눈은 마음을 풀어줘요. 

내린 눈이 밤사이 또 얼어 길은 빙판길이 되겠지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눈을 밟으며 처진 마음을 일으켜봅니다. 


영하의 날씨인데 

걷다 보니 

춥지 않아요. 추운데 춥지 않아요.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힘든데 힘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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