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 따뜻한
왜 안 오나 했다
작년 이맘때 서설瑞雪로 날 벌떡 일으킨 너
찔끔찔끔 소문만 들리기에
더더욱 궁금했던 너
왜 안 오나 했다
오늘 아침 커튼 뒤에 숨어 있던 너
까치발로 사방에 흩어지며
슬픈 심장 위로 내려앉던 너
왜 다 얼어버리나 했다
며칠 전부터
물도 맘도 텅 빈 지갑도
왜 다 얼어버리나 했다
세상을 중지시켜 놓고
그렇게 폴폴 거리며
가볍게 내려앉는 너
아이와 강아지만 반기지만
바쁜 사람들 출근길에 울상이지만
난방비 폭탄 관리비 숫자에 주부들 주름이 늘지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나라 주변 정세가 어수선하지만
뽀득뽀득 아이젠 끼고서라도
어김없이 걸었다.
추운 데 따뜻하다.
아침에 커튼을 열고 화들짝 놀랬습니다.
정말 감쪽같이 소리소문 없이 눈이 내렸더군요.
요 며칠 날씨는 한파소식에 모두 움츠러들었어요.
날씨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네 삶도 여러 가지로 힘겨운 게 이만저만이 아니고요.
억지로라도 운동을 해야 하는데 추워서 나가기가 싫어지네요.
그래도 찬 바람맞으며 조금 걷다 보면 겨울맛이 나고 볼은 빨개지지만 다시 기운이 나는 것 같아요.
눈이 와서 같이 산책할 사람이 없어 혼자 나섰어요.
어둑어둑해지는데 눈이 와서인지 어둡지 않게 느껴졌어요.
미끄러질까 봐 아이젠 끼고 걸었어요.
꽁꽁 언 대지를 덮고 있는 눈은 마음을 풀어줘요.
내린 눈이 밤사이 또 얼어 길은 빙판길이 되겠지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지만
눈을 밟으며 처진 마음을 일으켜봅니다.
영하의 날씨인데
걷다 보니
춥지 않아요. 추운데 춥지 않아요.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힘든데 힘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