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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26. 2023

시작도 끝도 없는 물의 길

흥행과 상관없이 추천하는 영화 아바타 2

돈이 아깝지 않다      


개봉 전부터 영화관람을 벼루다 설 명절연휴를 틈타 러닝타임 190분짜리 영화 아바타 2를 보았다. 관람료 몇 배를 더 주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 영화였다. 전 세계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한 전편 <아바타> 이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인 <아바타 2: 물의 길>은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하고 샘 워싱턴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천재 감독 제임스 카메룬이 직접 각본을 썼고 이미 5편까지 각본이 완성되고 촬영 중에 있어 순차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타이타닉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제임스 카메룬은 특히 그의 영화 제작 과정에서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영상 기술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바타 2: 물의 길>은 한국에서도 1편에 이어 2편마저 천만관객을 돌파하는 등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3D 영화로 판도라 행성의 숲과 바다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전혀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여 구현한 상상력과 영상미등이 주는 재미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스토리는      


1편에서는 다리를 잃은 군인 제이크가 판도라 행성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던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접한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형과 DNA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형이 참여하던 프로젝트에 형 대신 참여하게 된다. 판도라에 아바타로 의식을 이동시키게 되는데 판도라에서 이익을 추구하려던 지구인들에 반대하며 판도라행성의 부족민으로 살기로 선택하는 것으로 1편이 끝났다.  인도신화에 따르면 인도의 신 비슈누가 인간의 몸으로 나와서 인간 세상에 개입하게 되는 신을 일컬어 아라바타라고 하는데 아바타는 이 아라바타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2편 물의 길에서는 판도라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을 중심으로 이들의 행복, 행복을 위협하는 시련 앞에서의 험난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판도라에서 이익을 취하려 하다 제이크의 배신으로 목적을 이루지 못한 지구의 일당은 직접 판도라의 아바타에 자신들의 의식을 심어 판도라에 침투하고 배신자 제이크를 제거하려고 한다.      


제이크가족을 추적하는 과정에 제이크와 가족이 위협을 당하게 되고 그가 속한 부족이 자신의 가족으로 인해 위험에 처해질 상황을 파악한 제이크는 가족과 함께 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부족의 안전을 위해 먼바다 쪽으로 피신하여 바다에 사는 부족과 함께 지내게 된다. 하늘사람들(지구인)과의 혼혈로 신체가 원주민들과 달리 손가락이 5개이고 꼬리가 얇은 것에 대해 멸시당하며 부족의 일원이 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제이크를 추적하던 지구인은 바다 쪽에서 신호를 감지하고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제이크의 큰 아들 네테이암이 죽음을 당하게 되고 제이크조차 침몰하는 배 속에 갇혀 호흡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의 위기에 처한다. 위기 앞에 지켜내는 생명에 대한 귀중함을 가족의 연대, 자연만물과의 연대로 풀어내는 여정의 이야기다. 영화 제작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있을 터이나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입소문과 상관없이 극히 주관적으로 영화를 보고 느낀 몇 가지 감동 포인트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I see you


판도라행성의 나비(Navi)족의 인사말은 ‘I see you’이다. 안녕하세요? 대신에 ‘저는 당신을 봅니다’로 인사말을 한다. 1편에서 제이크가 아바타 아닌 원래 인간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나비족의 네이티리와 인사를 한다. I see you.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몸으로 드러난 형상 너머의 진짜 존재를 그들은 서로 볼 수 있다.    

  

겉모습의 허상에 속고 사는 현대인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이익을 위해 판도라 행성에 진출한 지구인들의 개발 및 침략에 맞서 자신의 행성을 지키려는 나비족과의 결투, 대립구조를 통해 영화는 오늘날 우리 인간이 닥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익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경쟁구도의 흐름에 대한 경종이다. 반면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의 삶의 형태에서 우리에게 사라진 삶의 모습들을 드러내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겉모습만 보고 실제 내면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이크가 1편 마지막 장면에서 인간의 몸이 아닌 아바타로 눈을 뜨며 관객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으로 끝나듯, 둘째 아들 로아크가 감았던 눈을 뜨며 관객을 바라보며 2편은 끝이 난다. I see you로 인사하는 그들은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 “당신은 제대로 보고 있나요? ”      


바다에서 홀로 남겨져 바다생물에 위협을 당하는 순간 대형 바다 생물체인 코쿤족에게서 버림받은 생물 파야칸의 도움을 받고 지느러미에 박혀있는 화살을 뽑아 그를 도우며 서로에 대한 우정을 갖게 된다. 로아크와 파야칸은 서로 대화할 수 없지만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교감한다. 방법은 제대로 보는 것이다. 생물체의 두 눈이 클로즈업되며 강조된다.      




2. 가족, 연대의 중요성 (셜리는 하나다) 

      

자신들로 인해 바다의 부족이 곤경에 처하자 이제 제이크는 바다의 부족조차 떠나려고 한다. 그런 제이크를 만류하며 바다부족의 족장은 그들이 한 부족임을 천명한다.  아버지 제이크 셜리는 비로소 그들이 바다 부족의 일원임을 깨닫는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 그들이 살아야 할 터임을 확인한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들은 외친다. "셜리는 하나다. 셜리는 하나다." 가족은 장점이자 약점이다. 하나로 연결되어 큰 힘이 되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갖는 아픔도 있다. 그러나 모든 연결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삶의 원형을 제시한다.



3. 호흡 속에 이어진 우주 만물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족의 아바타로 살아가는 제이크 설리를 찾아 지구인들은 아바타로 의식이동하여 판도라를 침입한다. 부족 전체에게 위험을 느낀 제이크는 가족을 데리고 멀리 다른 부족으로 피한다. 바다의 부족과 함께 생활을 하게 되는 초기에 여러 가지 바다생활을 위한 가르침을 받는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으로 심장을 느끼며 호흡이 모든 것에 이어졌다는 내용과 함께 바다 즉 물과 이어져 있는 모든 생명체의 연결은 수시로 암시된다. 물의 길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바다는 옆에도 있고 안에도 있고 어디에나 있다. 후반부에 제이크가 물속에 갇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었을 때 아들 로아크는 제이크에게 숨 쉬는 법을 알려주며 숨을 컨트롤하며 결국 물속에서 빠져나와 생명을 구하게 된다.   


바다는 언제나 당신의 주위에 있고 당신의 안에 존재한다. 
(The sea is around you and in you.)    


공교롭게도 둘째 아들의 이름 로아크는 곧 숨(르아흐)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구약성경에서 르아흐(ruah)는 바람, 대기를 가리킨다. 호흡을 뜻하기도 하다. 태초에 창조주가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었다고 할 때 그 숨이다. 전체적으로 아바타시리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1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가 판도라행성에서 부족민과 숲 속의 생명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이어져 있는 장면이다. 하나로 연결되어 초월적인 힘과 에너지가 나타나게 된다. 2편에서 그 연결은 물로 이어진다. 숨을 통해 만물의 에너지가 연결된다. 신경세포를 연결시키는 장면이 상징하는 바는 바로 연결이다. 생명체와 생명체의 연결은 제이크의 딸 키리와 바닷속의 산호초와의 교감으로, 둘째 아들과 툴쿤족 파야칸과의 교감으로 위기에 처한 자를 버리지 않고 껴안는 포용으로 드러난다. 또한 마지막 장면 죽은 큰 아들 네테이암을 바다로 보낼 때 바다의 생물들이 그를 품어주며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죽음조차도 끝이 아니라 만물 속에 이어진다는 상징으로 보인다. 

 

물의 길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The way of water has No beginning and No end.) 


     



스토리라인이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단조로움을 덮을 정도로 영화 전체를 흐르는 주제선율이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겉모습이 아닌 진심을 통해 지구인과 판도라의 부족인 서로를 보며, 서로 다른 종의 생명체들이 교감한다. 너와 나의 경계가 없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연결의 힘으로 어떤 어려움도 맞설 수 있다는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 환상적으로 풀어내는 21세기식 천재성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무엇보다 세시간동안 푸른 바다속을 색다른 재미까지 느끼며 깊은 울림을 받았는데 난 고작 13000원을 냈을 뿐이었다. 


Looking forward to AVATAR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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