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을 공동체

북카페도서관

by 나모다


주말에 뭐 하세요?

고민이 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별다른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자주 주눅이 들었다. 늘 쳇바퀴 도는 듯한 평일의 일상처럼 주말도 쳇바퀴처럼 습관이 된 패턴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쁠 때도 고민이 되었지만 지금처럼 시간이 많아져도 고민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진 이유는 틀에 박힌 지도 모르고 살았던 시간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뼈아픈 반성을 한 후로 주말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타인으로부터 오래 부여된, 그래서 습관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들을 거두어 내었기 때문이다. 게다 일상을 묶어둔 코로나상황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내게 선물로 주어졌다. 그런데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는 나는 이 많고 많은 시간 앞에서 불안했다. 비대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홀로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지는가? 숙명처럼 주어지던 집안일, 그리고 혼자서 쉽게 할 수 있는 독서와 글쓰기,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다양한 모임 등이 주로 떠오른다. 뭐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왜 그런지 항상 2%가 부족한 느낌이다.


비대면상황이 대면상황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어던짐과 동시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치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지금 계절 봄의 기운얻은 꿈틀이처럼 여기저기 꿈틀대는 생명의 기운이 기분 좋다.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고, 걷어낸 마스크 위로 드러난 얼굴 전체의 얼굴을 보는 것도 반갑다. 활동범위가 넓어지니 소비하지 않던 물품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묶여있던 발이 풀어져 여기저기 여행지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과 멀었던 나 조차도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를 그려보고 상상하는 시간이 즐겁다. 여하튼 주말에 뭘 해야 할 것 같은 내게 우연히 참 기분 좋은 놀이터가 생겨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주말 놀이터


가보고 싶은 먼 나라 여행을 기대하며 시간, 동행하는 사람들과의 일정, 그리고 돈, 건강 모든 것의 준비가 갖추어지기를 기다리며 살짝 허전한 마음을 채울 대리만족이 필요하다.


길을 걷다 동네에서 발견한 북카페도서관. 워낙 북카페가 많기도 해서 안 봐도 알 것 같은데 북카페도서관이라니 호기심이 생겨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책을 빌리거나, 집에서 공부할 여건이 안될 때 공부하러 가거나 ,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위해 자주 가는 도서관은 어디나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 조용하고 조용하고 조용한. 그리고 도서관에서 늘 보는 책상, 의자, 테이블들. 어떻게 보면 학교의 연장선 같은.


그런데 내가 방문해 본 북카페도서관은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의자와 테이블도 다양해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원하는 곳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커피는 유료이지만 음료섭취가 가능하고 공부모드 아니고 휴식모드로 책을 읽을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북카페는 사용료가 있지만 이곳은 구에서 운영해서 무료이다. 집에서 책상에 앉아 책을 볼 수 있으나 다들 느끼는 것이겠지만 제대로 공간이 갖추어져 있는 곳에서 책을 읽을 때는 색다른 기분이다. 처음 방문하고 잠시 앉아 책을 읽어본 후로 나는 마치 꿀단지라도 숨겨둔 사람처럼 이곳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구립 도서관 산하의 북카페 도서관. 알고 보니,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구립 도서관 산하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도서관이 있다. 요즘 늘어나는 작은 도서관에 덧붙여 북카페 도서관이라는 게 있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북카페도서관이 7호점까지 생겼다고 한다. 구에서 운영을 지원해 주고 구립 도서관 회원이면 누구나 책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와우!


찬찬히 둘러보니 그룹으로 사용가능한 개별방도 신청하여 사용할 수 있고 10여 명 정도 수용가능한 세미나실도 있어 단체가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카페는 아무래도 조용히 책을 읽기에는 대화소리, 큰 음악소리가 방해가 되지만 그야말로 이곳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너른 테이블에서는 노트북을 사용하며 집중적으로 연구모드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창가에 혼자 소파에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기도 하고, 아기자기 사서의 손길이 닿은 진열된 도서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가 방문한 북카페는 영어원서를 특별히 많이 구비하고 있어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귀여운 쿠션들이 마련되어 마치 거실 어느 귀퉁이에 와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요일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은 아동부터 시니어까지 참여할 수 있다. 영어원서 읽기 모임, 낭독모임, 북큐레이션, 영화 함께 관람하기, 공예품 만들기 등 그때그때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공간의 제약상 공간이 수용할 만큼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한계가 있지만 필요한 책은 신청도 가능하고 사서의 감각으로 선별한 책들을 읽고 대출도 가능하다. 이런 곳이 있다니! 보물을 발견한 흥분이 생긴다. 친구야 도서관 가자! 평소에 도서관 안 가던 친구도 이곳에 오더니 책을 읽기 시작한다. 친구와 만나 수다만 떨기보다 아예 도서관에서 만나 각자 원하는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도 하니 일석이조이다.


주말이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절약되고, 특별히 돈이 들지 않아 돈절약이 된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이곳에서 색다른 여행의 경험을 갖게 된다.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혹은 시간을 내어서 찾아가게 된다. 이렇게 멋진 아지트를 발견하며 드는 생각이 있다.


도서관에서 꿈꾸는 마을공동체


도시에서 살면서 마을공동체가 그리웠다. 개인화, 개체화되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소외를 겪고 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한가하고 이웃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골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시의 편의성을 버릴 수 없는 나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보았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가웠다. 현대인의 필요를 보며 도서관이 진화하고 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고 편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도록 유인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편하게 쉴 수 있다. 도서관에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또한 원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 공통된 관심을 나눌 수 있다. 답답한 도시에서 빛을 발견한 순간이다.


주말에만 아주 잠시 들러보지만 나는 이 나들이 길이 즐겁다. 나이가 더 들어서 나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장이 생겼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이 생겼다. 이런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둘러보니 살아갈 수 있는 많은 길들이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KakaoTalk_20230304_224025919.jpg 처음 앉아본 자리. 책꽂이 옆에 혼자만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마치 나만의 동굴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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