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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Oct 17. 2023

문제는 타이밍

인간관계의 지혜


     

나이들수록 어렵다고 생각되는 부분중의 하나가 인간관계이다. 꽤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다가도 어? 이거 뭐지? 하는 현타가 오기도 한다. 가까운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관계에서도 예상과 달리 금이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혼자다’라는 결론에 이르러 허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과 함께 교류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세상이니 함께 사는 것의 지혜는 정말 중요하다. 그 지혜중에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는 것 요즘 말로 하면 타이밍에 대해 생각해보는 예를 소개한다. 

      

아침을 아주 간단하게 먹는 나는 점심식사가 중요하다. 가능하면 단백질을 포함 영양을 생각해서 챙겨 먹으려고 한다. 게다 오늘은 주말이다. 오전도 여유가 있었고 마음도 꽤 한가롭다. 냉장고를 털어 뭔가 먹어보려 하다 보니 평소대비 규모가 커졌다. 오징어도 데치고, 갈치도 굽고, 야채를 쪄서 버무리고, 된장국도 끓였다.     


어머니, 저 오늘 점심 안 먹어요.   

   

아들은 어제 하루종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밤에 귀가해서 폭풍야식을 한 뒤였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고, 모처럼 주말이라 함께 식사를 했으면 하는데 서로가 사이클이 잘 맞지 않는다. 아들의 리듬과 나의 리듬은 자주 엇갈린다.      


그럼, 나중에 배고프면 챙겨 먹도록 해. 이것저것 해두었으니까.     

 

잘 챙겨 먹으면 다행이지만, 일일이 챙겨주지 않으면 꺼내먹거나 알뜰히 챙겨 먹는 대신 자신의 기호대로 편한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를 거듭하니 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무리 여러 번 잔소리를 해도 잘 변하지 않아 마음이 자주 불편했다.  

    

아들의 문제라기보다 사람마다 리듬이 다르다. 물론 가장 좋은 자연에 따르는 리듬이 있지만, 어디 젊은이들이 그런가! (물론 아닌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는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고 있다. 예컨대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나도 젊은 날에는 그게 힘들었다. 그런데 아들이 바로 그 젊은 날이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이클이 익숙하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바뀌기 전에는 (평생 안 바뀔 수도 있다)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사람마다 타이밍이 다르다.  사소한 습관 외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관심이나 시기적인 필요가 다르게 작용한다. 가족도 친한 친구도 다르게 작용한다. 그러니 나와 다른 것을 불편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걸 인정하면 된다.    

  

유독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 A. 이상하게 요즘 만날수록 마음이 그다지 즐겁지가 않다. 이야기를 하다 문득 알게 되었다. A의 대화의 대부분은 먹거리였다. 대가족과 함께 살았던 친구라 늘 뭘 해 먹고살아야 하는지가 관심의 큰 부분이겠구나 했는데, 이제는 한가로운 상태인데도 어떤 재료가 좋고, 어떻게 해 먹으면 맛있고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의 표정이 그리 행복해 보였다. 그때 문득 알게 되었다. 그의 관심사와 내 관심사가 아주 다르구나! 보고 있는 방향이 다르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친구도 그렇고, 가족도 마찬가지다. 그게 당연하다. 각자의 삶이니 관심사도 각자가 다르다. 사물처럼 변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있기에 각자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이 있어 좋았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의 지혜 중의 하나는 각자의 리듬을 인정하는 것이다.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어져도 괜찮다. 그러다 다시 서로의 타이밍이 교차하는 지점에 만나면 진하게 악수하면 된다.  인생 별거 없다. 

     

아들, 그래도 함께 밥 먹고 싶어. 그날을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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