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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28. 2022

죽어도 피어나는 꽃

코로나 감염으로 친구가 죽었어


언니뻘 되는 지인이 얼마 전에 들려준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다.






코로나 감염으로 친구가 지난달 저 세상으로 갔어.

딸과 손주 하나 두고.      

몇 달 전만 해도

이제 힘든 사업 고비 넘기고

사업에 눈이 떠졌노라

새롭게 개척하게 될 분야를 전망하며

기대에 들떠 있던 친구였는데 말이야.      

참 고생도 많이 했지.

이제 겨우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하나 했는데 글쎄,

손주 보살피다 손주한테 코로나 감염되어

조금 앓다가 저세상으로 가버렸어.


얼마나 허망했게.

장례식장은 얼마나 황량했게.

식구들이 다 밀접 접촉자라 몇 주 격리 상태에 들어가니

정작 장례식장에 와있을 가족이 없었어.     

코로나 사망자는 바로 화장해야 해서

시신을 어찌 만날 시간도 없이

허망하게 가루가 되어 버렸지.


사는 게 뭐지?

나 하늘에 열흘 내내 항변했어.

이게 뭐냐고!       

 

장례식 치르고

그이 딸이 감사의 뜻으로 답례 떡을 돌렸어.

사람들이 말렸지.

우리가 그 떡을 어떻게 먹냐고

돌리지 말라고.  


단호하게 거절하던 그 딸은

이렇게 말했어.

‘어머니가 계셨으면 떡을 돌리셨을 거예요.’

말려도 소용없어

그럼, 굳이 하고 싶으면 비싼 떡 하지 말고

값싼 떡으로 하라고 했더니

‘어머니가 계셨으면 비싸고 좋은 떡으로 돌리셨을 거예요.’     


그렇게 받은 답례떡은

6개짜리 정말 이쁘게 포장된 떡이었어.  


그 딸아이 내가 20년도 더 전부터 꼬맹이때부터 보아왔지.

그런 그 꼬마가 이제 결혼해서

아이 엄마가 되어

돌아가신 자기 엄마를 대신해서

감사의 떡을 돌리고 있네.


정성스럽고 예쁜 떡을

두 손에 고이 받아 들면서

답을 들은 기분이었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들 이야기인데, 이제는 멀지 않은 곳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소식으로 들린다.  지인의 친구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사연을 듣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분은 무엇을 느끼셨던 걸까?

떡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그분이 설명하는 그 떡이

부활의 꽃으로 피어난 것 같았다.


딸아이 안에 살아

피어나는 어머니

대답 없는 하늘에

어지러이 원망하던 마음에

한줄기 위로

허망하게 가루로 가버린

친구의 숨결

   

허망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야기

나조차도 터지는 항변

어떻게, 어떻게!


그러나 떡 앞에서  

나도 만나는 위로

그분이 묘사하는 이쁜

살아서 피어난 꽃

죽어도 피어나는 꽃


그렇다면,

누군가 나에게서도

부활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에게서

부활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우리는 죽지 않고

피어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

다행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남은 가족

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와 함께

그대들 힘차게 꽃으로 피어나길 빕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게다 검증되지 않은 백신의 부작용

불안한 시대에 만나는 아픈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살아내는 우리는 모두

죽어도 살아나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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