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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29. 2022

소리를 선물하세요

문자 대신 목소리를


     

음력설이 다가오고 있다. 신년인사를 했는데, 음력설이 되면 또다시 새해인사를 하는 인사풍토 속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는 생각 없이 그러려니 했고, 결혼한 후에는 명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싫어했고, 지금은 궁금해졌다.   



음력에 대해    



옛날부터 어느 문명이든 날짜를 헤아리기 위해 천문현상을 이용하였고, 그 가운데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달의 모양을 관찰하였다고 한다. 게다 농사를 하는 데 있어서 달력은 없어서는 안 될 도구였다고 한다.    

  

천제 운행의 규칙적인 주기로부터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여 만든 역법曆法은 기본 주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 기본 주기를 달의 움직임에 두는 태음력, 태양의 운행에 두는 태양력이 있고 이 둘을 함께 고려한 태음 태양력이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달의 변화가 사계의 순환 주기보다 더 뚜렷하므로 태음력이 가장 일찍 알려졌으며, 이어 태음 태양력ㆍ태양력의 순으로 쓰였다고 한다.    


 

 


사실, 달력이라는 말도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따져보니 달(月)의 력(曆)이다. 즉, 역법에서 달의 움직임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달력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인 calendar도 라틴어로는 ‘흥미 있는 기록’이라는 뜻의 ‘칼렌다리움(calendarium)'에서 유래되었고, 고대 로마에서는 초승달을 보고 피리를 불어 월초임을 선포하였다고 하니, 시간의 기준점에 달의 역할은 동서 상관없이 사용되었음에 틀림없다.     

 

지구의 자전, 공전 주기가 각각  태양일, 태양년기준이 되고, 달의 공전 주기는 태음월의 기준 된다. 태양력 중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로리력(Gregorian Calender)은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세계 공통력이고 대한민국은 조선 정부가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을미개혁, 김홍집 내각) 1896년 1월 1일로 하고, 청의 연호를 버리고 태양력 채택을 기념하여 건양(建陽)이라는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래 현재까지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역사를 보니 태양력과 더불어 여전히 음력을 지키는 우리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여하튼 음력 덕분에 두 번씩이나 인사를 하게 되었다.  

    


다시, 새해인사를 하며      



코비드 19의 영향으로 2년 동안 우리 삶의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거리두기는 많은 관계를 정리하게 하고, 소원하게도 만들었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연말에 크리스마스 카드, 새해인사로 안부를 물어보긴 했으나, 그래도 연락을 못하고 지내던 사람이 많다. 음력설을 즈음하며, 한분 씩 생각나는 대로 용기를 내어 전화로 안부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살아있었네”

“네 방콕에 오래 있었어요.”

“깔깔깔”      

"호호호"


기계를 통해 들려오는 음성인 소리! 그것은 문자와 다른 힘이 있다. 음의 진동은 에너지이고 물질이다. 평면이 아닌 입체, 즉 3차원의 영향을 끼친다. 현장에서의 즉각 교류로 과거의 공백이 메워진다. 


카톡의 프로필이나 인스타의 사진들로서는 무척 행복한 일상들만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인데도 그래서 나만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나 하는 무력감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정작 대화가 진행되니 이런저런 근황을 나눔을 지나 슬슬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나 힘들었어 



전혀 예상 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 서로가 측은해진다. 게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하니 누구 하나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먼저 연락해 줘서 고마워', '기억해줘서 고마워'라는 말들을 한다. 그렇다면, 왜 저들이 먼저 전화하지 않지? 하는 질문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전화를 걸기로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자도 좋지만 음성이 오고 가는 전화통화로 좀 더 생동감 있는 소통을 해볼 참이다. 막힌 게 뻥 뚫리는 기분이 든다. 하기 전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한 걸음 내디디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자에 길들여진 요즘이다. 특히 세대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소통을 문자가 대신한다. 아이들이 말 대신 문자로 중요한 일을 알리거나 할 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보고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제는 나마저도 문자가 익숙하니 편해졌다. 편리하긴 하지만 문자는 자주 오해를 낳고, 쌍방이 아닌 일방의 의사표현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입체감 그리고 현장감이 있는 쌍방의 의사소통이 그립다. 그래서,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음성으로, 더 가능하다면 실물로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음력설 즈음이다.  


생각나는 얼굴이 떠오르나요? 그렇다면,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러보면 어떨까요? 

망설이지 말고 Just do it!






명절이 다가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 때입니다. 관성에 따르기보다, 지금 당장 다가오는 명절에 귀 기울여 보며 전혀 새로운 명절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긴 연휴이네요. 오고 가는 길, 모든 과정에 당신의 안녕安寧 을 빕니다. 


다시,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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