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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30. 2022

미안한 잔치국수

생활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때


  

동네 잔치국수값이 1000원 올랐다.

   


오래 착한 가격 유지하던 동네 잔치국숫집이 있다.

주변 시세 상관없이 같은 가격 오래 꿈적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외부사람 쓰지 않고 부부 둘이 식당을 운영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인상하지 않아도 될 그들만의 이유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국수도 국수려니와  반찬으로 나오는 무한 리필 열무김치 단지는 식탁 위에 늘 올려져 있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주인장 직접 담근 맛난 열무김치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 주머니 사정 상관없이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식당이었다.      


어느 날 식당에 주인장이 직접 쓴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물가 폭등에 어쩔 수 없이 국수값을 10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더욱 내 눈을 끈 것은 안내문의 끝에 붙은 말이다.



        미안한 마음입니다      



안내문을 붙이기까지 무척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버티다 결국 인상까지 했을까? 미안하다는 그 마음에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미안할 것 없는데.. 다른 은 진작에 다 올랐는데... 그동안 착한 가격 얼마나 감사히 즐겼는데... 충분히 올리셔도 되는데.... '     



물가인상



우리 동네 단골 국숫집이 올랐다면 대한민국 식당 다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직접 담근 열무김치를 따로 판매하는데, 자주 사서 냉면이나 국수에 올려 먹으면 일품이다.  처음 한통을 사고 가격이 오천 원이라 하여 놀란적이 있다. 김치를 직접 담아본 사람은 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그런데 한통이 5천원이라니... 함께 간 친구도 나도 놀랐다. 그랬던 식당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월 24일 발표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생산자물가 및 기업 채산성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원재료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생산자물가가 5.7% p만큼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해 국제 원유 가격은 유종별로 현물 가격 기준 51.4%(브렌트)에서 최대 58.7%(WTI)까지 올랐다. 비철금속 가격도 알루미늄 42.2%, 아연 31.5% 등이 큰 폭으로 올랐고, 주요 곡물 가격도 선물 가격 기준으로 옥수수가 22.6%, 소맥이 20.3% 상승했다.   

   


생산자 물가 상승세는 기업의 비용 증가,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등 연쇄적인 물가 파급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경연에 따르면 원재료 수입물가가 1% p 올라가면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134% 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21년 연간 기준으로 적용하면, 2021년 42.3%의 원재료 수입물가 급등은 2021년 생산자물가를 5.7% p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자물가의 상승이 파급하는 효과는 일반인의 장바구니에서 체감하게 된다. 야채도 과일도 음식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월급은 오르지 않고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식자재, 원자재 오르니 물가는 뛰고,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물가상승의 대표 격인 남미 아르헨티나의 경우 폐소화 가치 하락과 가파른 인플레이션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50%를 웃돌았다고 한다.   


전문 영역은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고, 전문가들의 연구와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한다. 문제는 당장 현장에서 느끼는 물가의 온도이다. 무던한 내가 느낄 정도로 이제는 돈의 두께가 너무 얇아졌다. 살기가 팍팍해졌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지 않아 보인다. 자꾸 느끼는 박탈감! 언제나 다가오는 물가인상의 위협. 이 상황에서의 슬기로움이란 어떤 것일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생활의 다이어트! 그게 물가인상의 시기를 살아가는 보통사람의 제일의 선택이다.  

                  


세탁기 없이 살아보니    

  


5개월 정도 세탁기 없이 지내는 중이다. 물론 내 게으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세탁기 구입을 자꾸 미루고 있다. 당연하게 세탁기를 자주 사용하던 습관에 약간의 제동을 걸고 싶었고, 물건의 소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환경운동가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에 대해 잠시 쉼표를 찍고 싶었다. 여하튼, 가능한 건 손빨래, 안 되는 건 빨래방을 이용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다 보니 어느새 몇 개월을 지나고 있다. 이제는 가족의 아우성이 심해 도저히 미룰 수 없어 세탁기를 알아보는 중이다. 몇 개월 세탁기 없이 지내면서 느낀 게 있다.


필요 없이 빨래를 자주 했다. 툭하면 세탁기에 집어넣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세탁기가 없으니, 매일 나오는 내 빨래는 손으로 해서 해결했고, 꼭 필요한 것만 세탁했다. 거의 일주일에 2-3번 돌리던 세탁기였는데, 지금은 빨랫감을 모아 한 달에 3-4번 빨래방에 간다. 거의 1/3-1/4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지금 세탁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생활 속 불필요한 부분의 다이어트를 하자 생각에서다. 너무 많이 쓰는 물과 전기, 자원을 아끼면 지구환경에도 선순환의 영향을 끼칠 것이며, 또한 에너지 소비에 따른 경비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일석 이조! 평범한 시민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 당연하던 생활의 패턴이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니 어느새 철학을 하고 있다. 잠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의심을 해 볼 시점이다. 그리고 지금이 위기라면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가야 할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인류는 늘 불편하고 힘든 위기에 성장을 거듭하지 않았던가!


생활의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절,

마지막 카드, 잔치국수값이 오른 시절,

그래서,

국숫집 주인장이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시절,

팍팍해서 우리들 얼굴이 굳어진 시절,   

명절에 아이들 세뱃돈도 이전에 비해 얇아진 시절,   

일일이 꺼낼 수 없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시절,

     

그래도

잔치국수는 먹고 싶다.    

       

그래도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떠오른다.  

  

       

모두 힘내요.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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