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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Feb 15. 2022

얼굴 없는 시대의 얼굴

개인 브랜딩 필요한가?


1980년대 당시로는 상당히 도발적인 표현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상으로 오늘 글을 풀어가고자 한다. 얼굴 없는 시대! 얼굴을 찾기 위한 오랜 싸움, 그리고 오늘 우리의 얼굴을 연결시켜보고, 요즘 핫이슈인 개인 브랜딩의 위치를 이야기하고 싶다.


제목 배경 화면의 사진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이다. 작은나무 작가님의 글에서 이 그림을 보고 문득 내가 쓰고자 하는 이 글과 맞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없는 시대를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얼굴 없는 시대      


핑크 프로이드가 1979년 발표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얼굴 없는 학생들이 공장기계 속에 들어가 소시지가 되어 나오는 장면 / 영상지원이 안되니 직접 주소로 들어가 영상확인추천함

https://www.youtube.com/watch?v=jhqO8PKSqfI 


위의 곡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표현한 음반 The Wall의 타이틀 곡이다.      


We don't need no education
우린 교육 같은 건 필요 없어
We don't need no thought control
우린 생각의 통제도 바라지 않아
No dark sacrasm in the classroom
이제 교실에 어두운 빈정거림은 없지
Teacher, leave them kids alone
선생, 아이들을 좀 내버려 둬  
Hey, teacher, leave them kids alone!
이봐, 선생, 아이들을 좀 내버려 둬!   
All in all it's just an another brick in the wall
결국 벽 속의 또 다른 벽돌일 뿐
All in all you're just an another brick in the wall
당신 또한 결국 벽 속의 또 다른 벽돌일 뿐



교직에 몸담고 있을 때 동료 교사의 소개로 보게 된 영상물이었다. 벽은 가로막는다. 아이들을 내버려 두라는 절규는 아이들의 얼굴을 인정하지 않는 벽과 같은 존재들에게 외치는 외침이다. 얼굴 없는 아이들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소시지가 되어 나오는 장면은 끔찍했고 강렬했다.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나는 학생들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뒷감당이 어려워, 영상에 관한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도 꽤나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곡이 발표되었던 1979년대 당시나, 내가 곡을 접했던 1990년대나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020년대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분명 있을 것 같다. 자기 얼굴이 없는 시대. 학교, 지역, 국가, 사회가 입혀준 옷을 입고 대표성에 가려 진짜 자기 얼굴 없이 사는 시대. 지금도 그러하지 않은가?

       

동물들이 다른 동물들 흉내 내다 자기 특기를 잃어버리고 평준화되는 이야기는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이 생긴 집에 살고, 집단의 의식을 나의 의식으로 교육받으며 살면서 점점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런 내가 교사로 있었으니, 뭐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교사로 있을 때 내가 맡은 반의 급훈을 Be yourself!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시에 흔한 가치의 단어들이 아니었던지 교장선생님이 나를 불러다 급훈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나로 살고 싶다는 갈증의 반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도 자기 자신으로 살기를 바라는 갈망이 있었다. 교사로 있으면서 느끼는 딜레마가 있었다. 대학입시 성적이 가장 중요한 학교평가의 바로미터였기에, 학교는 상위권의 일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정상일과 전과 후로 빽빽이 일과 외의 특별수업이 편성되어 있었고, 교과내용은 중상위층을 겨냥하고 있었기에, 성적이 하위그룹에 속하는 학생들은 들러리 같은 느낌이었다. 커리큘럼 자체가 이미 틀에 짜여 있었기에 그들만을 위한 수업을 진행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해맑게 웃던 그 학생들에게 늘 미안한 기분이었다. 학교가 아이들의 개성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가? 당시의 고민이었다. 어디 학교만 그렇겠나?

      


내 얼굴을 찾을래     



전체주의, 집단주의, 민족주의... 집단을 중시하는 사상의 주된 흐름을 깨는 저항은 역사 속에 계속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랑스혁명(1789-1794)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기치하에 전 국민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자기를 확립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유하기 위해 일어난 프랑스혁명의 정신은 68 혁명(1968년 5월)으로 이어졌다. 권위주의와 보수체제 등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저항으로 일어난 운동은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등 국제적으로 번져갔다. 위의 음악도 이런 사조의 흐름에서 본다면 등장이 이해된다. 권위에 눌린 개인의 저항이다. 권위에 희생되어 자기 얼굴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저항은 곧 자기 얼굴을 찾기 위한 저항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들라쿠르아의 자유의 여신

    

유럽에 비해 의식이 반세기 정도 뒤쳐져 있던 우리나라는 미국의 것을 수용하며 미국적인 것을 선망하기 시작했다. 의식은 개혁되지 않은 더 보수적인 상태에서 자본주의의 성장이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간극만큼 개인은 더욱 소외되기 시작했다. 문명은 발전했지만, 개인은 점점 개인의 권위를 상실하고 있었다.   

   

서양세계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의식이 깨어남과 더불어 개인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명령을 듣는 수동적인 노예상태가 아닌 고유한 개인의 중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이 목소리는 사회의 다방면에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다행이다. 디지털의 급속 발전과 더불어 개인 중심의 방송, 기업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함도 이런 큰 흐름과의 연관성에 생각할 수 있겠다. 이제는 이 물결이 거세어져 골방에 있는 나한테도 들리는 걸 보면 대세가 되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나?                



    

1인 시대 개막의 의미



자기 얼굴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선보이던 1인 방송이 지금처럼 보편화되리라고는 꿈도 못 꾸었다. 코비드 19 상황이 변화를 앞당긴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이미 1인 시대는 진행되고 있었다. 방 안에서 전 세계로 닿을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고 실시간으로 연결이 되어 편리하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겁나기도 하지만, 더 이상 내 얼굴을 숨긴 채로 집단속의 한 부속품처럼 숨어 기계적인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시대, 자유의 시대가 도래했다. 더 이상 딴사람 흉내 내지 않아도 된다. 그대로의 나로 살아도 되는 시대다. 

     

기업만 브랜딩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기업이 되다 보니 개인 브랜딩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개인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 플랫폼 운영, 소통 등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생존과 관련한 일에 민감한 청년세대일수록 초관심의 영역이 된다. 가만히 있다가 죽도 밥도 안된다. 일반인들의 얼굴 찾기 욕구에 맞추어 기업도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고, 격려해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어간다.      



개인 브랜딩의 시작은 탈브랜딩부터   



이 지점에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가면을 벗고 내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 시작하게 된 개인 브랜딩. 자칫 잘못하다가 개인 브랜딩이라는 가면을 또 하나 더 쓰게 될지도 모른다. 명목은 개인 브랜딩이지만, 결국 알맹이 없는 틀만 따르다가는 이 또한 하나의 가면이 된다. 더 이상 개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전의 가면에다 다시 덧씌워지는 개인 브랜딩이 또 하나의 가면이라면 잘못하다 정신분열에 걸리기 십상이다. 방법론에 둘러싸여 생각 없이 모방하다가는 진짜 길을 잃게 된다. 다시 말해, 자기 알맹이없는 모방은 자살이다. 개인 브랜딩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진짜 자기가 되어야 한다. 덧씌워진 것부터 벗겨내야 한다. 원초적인 자기로서의 모습을 만나야 한다. 누구의 강요나 설득이 아닌 내 속에서 일어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선 모든 것을 다 떼어내는 작업, 즉  탈브랜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소리로 이루어진 것을 떼어내고 원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다.    


온갖 정보는 마음을 초조하게 한다. 빨리 뭐라도 해야 할 것처럼 밀어붙인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지러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정신을 차리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리고 진짜 내가 누구인지, 진짜 내 목소리가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야 살아온 삶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있었지만 벗겨내기에 너무 많은 짐에 눌려, 이제야 내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인생 초년생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나를 찾는 과정에서 나는 너무 신나 춤을 추게 되기도 하지만, 한없는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은 두려움을 만나기도 한다.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고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방해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움찔거리게도 하고 이유 없이 불안감을 주어 방해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정신을 차리기만 하면 내 길을 갈 수 있다. 그것이 곧 나이다. 껍데기를 벗겨낸 후의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 그 이후에 비로소 내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브랜딩이 필요하게 된다.   



내 안에 나 있다        



작가 춘프카씨가 최근에 출간한 책 <유일한 일상>에서 아주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한다. 글 쓰는 장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뾰족한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차에, 싱어게인의 이승윤 씨의 경계선이 모호한 음악이 왠지 자신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참 생각 끝에 떠오른 단어는 익숙한 ‘사람’이었다. 늘 그 단어를 중심으로 삶의 방향성을 찾고 했으니까. 더 집중하고,, 계속 발전해간다면 조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이승윤 씨처럼 흐릿한 안개를 걷고 호기롭게 외칠 것이다. 장르가 춘프카입니다.

유일한 일상. 춘프카저.  p.19          


자기 자신을 장르로 삼겠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장르를 기웃거리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때 무릎을 쳤다! 늘 다른 사람의 것을 보고 주눅이 들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따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나 자신이 바로 나의 장르라는 것을 알았다. 나모다가 장르다! 그래 내가 바로 나의 장르이구나.


역사 속에서 별처럼 빛나던 개인은 자기 자신을 알았고 진정한 크리에이터 역할을 했다. 누군가 조각가 로댕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그런 훌륭한 작품을 만드셨나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이미 돌 속에 있었습니다. 나는 아닌 것들을 깍아내었을 뿐이지요'


퍼스널 브랜딩.  나에게는 참 묘연해 보이는 이 단어가 사실은 현대적 용어로 표현되어서 그렇지 이미 내 안에 장착되어 있다. 위대한 창작가들은 그 사실을 이미 그 옛날에 알고 있었고, 누구와도 구별되는 자기 자신을 표현했기에 별처럼 빛날 수 있었다. 이미 내 안에 있는 나에게서 답을 찾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흉내 내려고 하다니! 껍질을 벗겨내고 진짜 덩어리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면 된다.  콘텐츠는 내 안에 있다. 콘텐츠를 찾았으면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배우며 찾아가면 된다. 그와 관련한 좋은 정보들은 차고 넘친다. 다시 정리한다면 기존의 딱지를 벗겨내는 탈브랜딩이 우선이다. 그러고 나면 진짜 나의 콘텐츠로 소통하기 위한 자기만의 개인 브랜딩이 가능해진다.





진정한 개인 브랜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의 탈브랜딩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에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개인 브랜딩의 트렌드. 새로운 변화 앞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내 안에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브랜드가 궁금하시다고요? 아직은 탈브랜딩 중입니다.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서 아직 벗겨낼게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브랜드 상태입니다. 저도 '나모다가 장르입니다'를 고백하기 위해 나모다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로댕이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아닌 것을 벗겨내면 내 안에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미 우리 안에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생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브랜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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