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채원 Feb 21. 2022

맥도날드는 왜 맥도날드의 설립자가 되지 못했을까?

영화 <파운더> 스포 많음 주의

'햄버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사람마다 다를테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맥도날드'를 떠올릴 것이다. 1948년 딕 맥도날드, 마크 맥도날드 형제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버너디노에서 시작한 햄버거 가게에서 유래한 맥도날드는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맥도날드는 동네 맛집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로서의 맥도날드는 1955년 레이 크록이 일리노이주의 디플레인스에 첫 번째 정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 맥도날드라는 이름의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한 건 분명 맥도날드 형제인데, 왜 맥도날드의 설립자는 레이 크록일까? 이 흥미로운 과정은 영화 <파운더>에 자세히 나온다.


별 볼 일 없던 52세의 밀크셰이크 믹서기 판매원 레이 크록. 그는 여러 가게를 직접 돌아다니며 믹서기를 판매해 보려 했지만 실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꺼번에 6대의 믹서기 주문이 들어왔다. 그것도 한 식당에서! 주문량이 너무 많아 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레이 크록은 주문한 식당에 전화를 걸어보는데, 식당에서는 오히려 2대를 추가해서 8대의 믹서기를 보내달라고 한다. 호기심이 발동한 레이 크록은 직접 식당에 가 보기로 한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맥도날드 햄버거>라는 간판을 단 가게 앞에는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드디어 레이 크록의 차례, 햄버거를 주문하고 돈을 내자마자 주문한 햄버거가 나왔다. 게다가 맛있기까지!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 크록에게 흔쾌히 주방을 공개한다. 그리고 그 주방에는 맥도날드 형제가 개발한 '스피디 시스템'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주문한 지 30초 만에 맛있는 햄버거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스피디 시스템' 덕분이었다.


맥도날드 형제가 공개한 주방은 주방이라기보다 '햄버거 공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패티가 구워지는 동안 빵을 준비하고, 모든 햄버거에 동일한 양의 피클, 케첩, 머스터드 소스를 뿌린 후 마지막에 모든 재료를 합쳐 햄버거를 완성해낸다. 레이 크록은 단숨에 스피디 시스템에 매료됐다. 그리고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를 제안하지만 형제는 거절한다.


이에 포기할 레이 크록이 아니다. 레이 크록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뒤, 다시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이 생각한 브랜드 비전을 제시한다.

1. 미국 어디에나 교회(십자가)는 있다.
2. 십자가가 있는 곳은 만남의 장소다.
3.  맥도날드(골든아치)도 단순히 햄버거를 파는 식당이 아니라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소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4. 맥도날드를 미국의 새로운 교회로 만들자.

결국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 크록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세계적인 브랜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레이 크록의 활약으로 맥도날드 매장은 빠르게 늘어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레이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 사이의 갈등도 늘어난다. '돈이 되는 것'을 쫓는 레이 크록과 '맥도날드 정신'을 고집하는 맥도날드 형제 사이에 갈등이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들은 결국 갈라서게 되는데, 레이 크록이 형제 몰래 <맥도날드 주식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골든아치 로고까지 넣어서! 이에 분개한 맥도날드 형제가 '당신이 한 게 뭐가 있냐?'며 따지자 레이 크록은 말한다.

나는 승리의 컨셉을 고안해냈다.

이 영화를 보고 레이 크록이라는 인간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나는 '야망으로 가득 찬 배신자'라고 하겠다. 하지만 사업가로서의 레이 크록은 마케팅과 브랜딩의 귀재이다. 레이 크록이 두 형제에게 각각 135만 달러를 지급하고 관계를 끝내던 날, 딕 맥도날드가 레이 크록에게 물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 날, 스피디 시스템의 비법을 다 알려줬는데 왜 아이디어를 훔쳐 레스토랑을 차리지 않았느냐고. 그 말을 들은 레이 크록은 중요한 건 체계가 아니라 이름이라고 말한다. '맥도날드'라는 이름에서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데 '크록'에는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고. 레이 크록은 네이밍의 중요성까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맥도날드'라는 상표권을 잃어버린 맥도날드 형제는 23년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를 운영하던 그곳에서 이름만 <빅 엠>으로 바꾸고 계속 장사를 했으나 망하고 말았다. 바로 옆에 맥도날드 샌버너디노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햄버거=맥도날드'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브랜드 충성도가 생겼기에 23년간 한 자리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던 <빅 엠>보다 새로 생긴 <맥도날드>를 찾는 손님이 많았던 것이다. 결국 맥도날드는 레이 크록의 바람대로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자리 잡은 '교회'가 되었다.


골든아치를 변형시켜 만든 맥도날드의 M자 로고와, 노란색 옷을 입고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는 피에로 <로날드 맥도날드>, 한때 전국을 강타했던 "참깨 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으로 시작하는 빅맥송, 그리고 로고송 '빠라빠빠빠'까지. 맥도날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경쾌하고 발랄하고 즐겁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설립 과정을 알게 되자 어쩐지 마음이 무겁다. 혁신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모든 것을 뺏기고 죽을 때까지 맥도날드가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봤을 맥도날드 형제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레이 크록이 없었다면 맥도날드는 동네 맛집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뛰어난 품질과 혁신적인 시스템도 필요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2월의 주제는 <브랜딩>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